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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배당·양도소득 같은 잣대로 과세하라

  • 김낙회 법무법인 율촌 고문, 前 관세청장

이자·배당·양도소득 같은 잣대로 과세하라

  • ● 자본소득에 대한 두 가지 과세 방식
    ● 수평적 공평은 효율에 좀 더 가까운 가치
    ● 소득 많아질수록 세금 부담 커지는 수직적 공평
    ●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종합과세 채택
    ● 분류과세 채택한 나라는 독일과 일본
세종에 터 잡은 국세청 본청. [뉴시스]

세종에 터 잡은 국세청 본청. [뉴시스]

정부 조세정책의 핵심은 ‘공평’과 ‘효율’이다. 소득이 같으면 세금도 같게, 소득이 다르면 세금도 다르게 하자는 것이 공평에 대한 생각이다. 반면에 세금을 걷더라도 경제 활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 효율에 대한 생각이다. 세금은 국민 모두 각자의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하되, 최대한 효율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안에 따라서는 공평과 효율의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공평을 우선하거나 효율을 우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자본소득, 즉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통해 얻는 소득은 크게 이자와 배당, 양도소득이 있다. 저축하거나 회사에 자금을 대여(회사채 매입)하고 받는 소득이 이자이고, 회사에 직접 투자(주식 매입)하고 이익을 나누어 받는 소득이 배당이다. 양도소득은 주식이나 채권의 매매를 통해 얻는 이득이다. 좁게는 이자나 배당, 양도소득 등 자본소득 간에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넓게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에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특히 자본은 이동성이 높아 세금 부담이 많아지면 해외 유출이나 자본 축적의 저하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세밀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즉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이 공평과 효율의 두 가지 관점에서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정책 당국에 주어진 책무다.

과세제도의 대전환 필요

자본소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과세된다. 하나는 근로소득이나 연금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는 종합과세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당해 소득만 별도로 과세하는 분류과세 방식이다. 현재 이자나 배당은 종합과세 방식이, 양도소득은 분류과세 방식이 적용된다. 물론 이자나 배당의 경우 2000만 원 이하는 14%의 세율로 분리과세 되지만 이는 종합과세 방식의 일부 예외적 제도이니 무시하기로 하자. 양도소득의 경우에는 올해까지 대주주의 소득에만 과세하지만 내년부터는 소액주주를 포함해 모든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된다.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제도가 좀 더 단순해지면서 과세 범위도 넓어지게 된다는 측면에서 한층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혁이 필요한 근본적 과제가 있다.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는 더욱 공평하면서도 효율성을 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먼저 공평 측면에서 살펴보자. 논리적으로는 소득이 같으면 세금도 같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수평적 공평이라고 하는데, 이를테면 이자나 배당, 양도소득 할 것 없이 모두 동일한 잣대로 과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종합과세 방식이든 분류과세 방식이든 한 방식으로 과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세의 중립성이 확보되면서 효율성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노동소득은 종합과세 방식을 유지한다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수평적 공평은 효율에 좀 더 가까운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소득에 차이가 있으면 세금도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이를 수직적 공평이라고 하는데, 수직적 공평을 이루는 대표적 방법은 종합과세다. 노동소득과 마찬가지로 누진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인데 소득이 많아질수록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늘어난다. 종합과세 방식은 수직적 공평과 수평적 공평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이에 비해 분류과세 방식을 취하는 경우에는 수평적 공평과 함께 상대적으로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으나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의 수직적 공평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

G7국가의 서로 다른 과세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이러한 고민에 대해 어떠한 선택을 하고 있을까. 대표적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등 G7국가의 제도 운영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종합과세 방식을 채택한 국가로 미국과 영국, 캐나다가 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일부 예외는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자본소득을 노동소득과 함께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이에 반해 분류과세 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독일과 일본이 있다. 이 나라들은 수평적 공평과 효율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이자나 배당, 양도소득에 대해 소득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다. 노동소득은 누진 세율로 과세하고 자본소득은 낮은 단일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이원적 과세(DIT)방식이라고 하는데, 자본소득에 대해 노동소득처럼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경우에는 국내에 자본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우려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다.

여기에 더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G7국가(영국 제외)의 공통점은 어느 방식을 채택하든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은 같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종합과세를 하든 독일처럼 분류과세를 하든 원칙적으로는 하나의 방식을 고수한다. 한국은 이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자와 배당은 종합과세하고, 양도소득은 분류과세하는 차별화된 과세 방식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자본소득 내에서는 동일한 과세 방식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G7국가의 사례이고 경제학자들의 보편적 주장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도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제도를 조세 논리에 맞게 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자본소득에 대한 근본적인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자본소득 간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또한 자본소득과 타소득 간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제를 제언해 본다.

우선 자본소득 간에는 동일한 과세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자나 배당, 양도소득 모두 소득 형태만 다를 뿐 세금을 부담하는 입장에서는 같은 소득이다. 예를 들어 주주가 주식을 보유하면서 배당을 받는 것과 배당 없이 일정 부분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양도차익을 얻는 것은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다. 배당락에 의한 주가 하락이든 주식의 양도이든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같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해될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도 같게 하자는 것이 G7국가의 과세 태도이고 경제학자들의 제언이기도 하다.

둘째, 자본소득을 노동소득과 차별화할 것인지, 아니면 동일하게 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 정책적 선택을 정리하는 것이다. 앞선 과제에 비해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차별화한다는 것은 독일이나 일본처럼 이원적 과세(DIT)방식을 선택하는 것이고, 동일하게 한다는 것은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종합과세하는 것이다. 수직적 공평이나 소득재분배를 중시한다면 종합과세 방식을, 수평적 공평이나 효율을 중시한다면 이원적 과세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어느 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지점이다.

셋째, 제도 변화에 앞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실증 분석이 없는 논의는 공허할 뿐이고 담론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국민적 선택을 얻어내야 한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근면하고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자본의 집중 투입을 통해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선진국에 진입한 이 시점에서 인력과 자본 투입에 의존하는 경제는 한계가 있다. 한 차원 높은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제도는 이러한 관점에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신동아 2022년 4월호

김낙회 법무법인 율촌 고문, 前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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