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호

‘영끌’ ‘고금리’ 휩쓸린 세대, 尹에 레드카드 꺼내다 [+영상]

[Special Report | 세습 자본주의 세대, M과 Z의 정치학] 脫민주당 이어 脫국민의힘 30대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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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세습 자본주의 세대’ 저자

    jayko@donga.com

    입력2023-06-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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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선 역사상 가장 기묘한 그림

    • 복지에 전향적인 세대인데 우파일까?

    • “진보적인데 尹에게 무게 실어준 세대”

    • 집권 100일 안 돼 48.1→13% 이유

    • 두 번째로 진보적인 세대의 연속 변심

    • 보수화라 오독한 與의 때 이른 오만

    • 尹 부동산정책 긍정평가 30대 13%

    • 민생·경제, 정치의 핵심 축 만들 세대

    [+영상] 왜 30대는 文 이어 尹 지지도 철회했나



    [동아DB, Gettyimage]

    [동아DB, Gettyimage]

    MZ세대는 없다. M과 Z는 한 뭉텅이가 아니다. M은 밀레니얼(millennial)의 약자다. 한국에선 흔히 1980년대생을 가리킨다. Z는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지칭한다. 그렇다 보니 Z세대는 범위가 좀 더 넓다. 1995년생부터 Z세대로 보기도 하는데, 왜 1995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간편하게는 1990년 이후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다. 1980~83년생은 밀레니얼이지만 40대가 됐다. 이른 진급에 성공한 40대 부장이 “나도 MZ”라고 자처하는 근거다. Z세대의 일부도 30대에 진입했다. 여기서는 편의상 M을 30대, Z를 20대로 놓고 논한다.

    정치에서는 MZ의 설명력이 빈약하다. M과 Z의 표심이 따로 움직인다. 30대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우군이었다. KBS·MBC·SBS 방송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대선 당시 30대(1983~92년생)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48.1%를 얻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46.3%였다. 20대 이하에서는 이 후보(47.8%)가 윤 후보(45.5%)를 앞섰다. 40·50대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에 적잖은 격차로 졌다. 30대를 빼면 60대 이상에서만 윤 후보 지지세가 컸다. 산업화 이후 풍요 속에서 태어난 밀레니얼과 최빈국의 일원으로 청춘을 보낸 장·노년 세대가 한 묶음이 됐다. 한국 대선 역사상 가장 기묘한 그림이다.

    결집력은 다르다. 60대 이상에서는 열 중 일곱(67.1%)이 윤 후보를 택했다. 윤 후보가 30대에서 얻은 지지율에 비해 19.0%포인트나 높다. 자연히 충성도 차이도 도드라진다. 60대 이상은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59.6%를 몰아줬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연령별 지역구 투표 정당을 물은 결과다. 21대 총선은 ‘코로나 선거’로 불리며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로 치러졌다. 보수가 몰락한 선거인데도 60대 이상의 지지세는 남달랐다. 이즈음 30대에서는 29.7%만 미래통합당을 찍었다.

    86세대 진보, MZ 보수? 허구적 프레임!

    비교 시점을 넓혀보자. 2012년 대선 당시 20대(지금의 30대)의 65.8%는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20대에서 33.7%를 얻었다. 같은 선거에서 50대(지금의 60대)와 60대 이상(지금의 70대 이상)은 박 후보에게 각각 62.5%와 72.3%를 안겼다. 말하자면 장·노년은 10년 터울이 무색하게 일관된 투표 행태를 보였다. 그사이 밀레니얼은 극적으로 변심했다. 정치는 지지기반을 넓히는 예술이다. 보수의 눈으로 보면 지난 대선은 상대의 영토를 빼앗아 나의 영토를 넓힌 선거다.



    따라서 장·노년은 ‘콘크리트 국민의힘’, 30대는 ‘탈(脫)민주당’이라 표현할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의 집권 기반은 서로 이질적인 두 집단의 연합에 있다. 일시적인 다수파 연합이다. 방점은 ‘일시적인’에 찍혀 있다. ‘콘크리트 국민의힘’은 보수 집권 지지 동기가 강했다. 문제는 ‘탈민주당’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다. 보수 일각은 ‘콘크리트 국민의힘’과 ‘탈민주당’ 사이에 존재하던 허들이 낮아졌거나 사라졌다고 본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M과 Z를 한 뭉텅이로 인식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로 통하는 국민의힘의 한 고위 당직자와 올해 초 사석에서 만날 일이 있었다. 이날 그가 꺼낸 말은 이렇다.

    “20·30세대는 우파적 가치에 충실한 자유시장 경제에 친화적이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이유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문 정부가) 확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586(5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이 만든 기득권 노동시장만 유연하게 개혁해도 20·30이 (윤석열 정부에) 큰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본다.”

    한국 보수 주류의 세계관이 짙게 드리운 생각이다. 동시에, 마땅한 근거가 없는 인상 비평 성격의 담론이다. 이날 그에게 “20과 30의 생각도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다르겠지”라고 할 뿐 질문에 걸맞은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후 그가 언론에 기고한 글을 읽었다. 사석에서 꺼낸 말과 같은 논지를 폈다. 국민의힘이 세금을 아끼는 우파 경제학의 기본에 충실하면 20·30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거다. Z세대는 모르겠으나 밀레니얼이 “우파적 가치에 충실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데이터가 말하는 바는 그렇다.

    EAI(동아시아연구원) 워킹페이퍼 ‘86세대와 세대 효과의 종언: 1992-2022 대선 분석’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자료를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1980년대생에서 스스로 진보라 생각한 비중은 32.5%다. 1970년대생(34.1%)에 이어 2위다. 1960년대생은 같은 질문에 25.2%만 진보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자의 주관적 이념을 확인한 조사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이를테면 1980년대생이 86세대보다 진보로서의 자의식이 도드라진다.

    ‘성장보다 복지 우선’에 동의하는 정도를 물은 또 다른 EAI 조사에서는 1980년대생의 52%가 ‘복지’를 택했다. 1970년대생(53%)에 이어 역시 전 세대에서 두 번째로 복지에 친화적이다. 1%포인트 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에 가장 전향적인 세대라 말할 수도 있다. 1960년대생이 ‘복지’를 택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1950년대생(35%) 다음으로 낮다.(관련기사: ‘[여의도 머니볼②] 尹 찍은 유권자와 대통령 사이에 널따란 강이 생겼다’)

    두 조사에는 성인이 되자마자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보편적으로 경험한 세대의 감수성이 녹아 있다. 당연하지만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을 써야 한다. 기꺼이 공적 지출에 나설 의지가 있는 세대다. 복지를 주창해도 보수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진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어색하다. “세금을 아끼는 우파 경제학”과는 양립하기 힘든 가치관이다. ‘86세대는 진보, MZ는 보수’라는 진단은 허구적 프레임에 가깝다. 일종의 정치 이데올로기다.
    따라서 ‘탈민주당’은 “진보적인데 윤석열에게 무게를 실어준 세대”(‘세습 자본주의 세대’, 245쪽)라고 봐야 한다. 진보 세대를 진보 정권 바깥으로 움직인 동기는 정권 심판이다.

    민주당 핵심 전략 자산의 이탈

    이와 관련해 EAI는 ‘2022 제20대 대통령선거 패널 조사’를 통해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10점 척도로 조사했다. 0은 ‘전혀 동의 안 함’, 10은 ‘매우 동의함’이다. 6에서부터 10을 택한 비율을 합한 결과가 클수록 ‘문 정권 심판’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60대 이상이 52.4%로 ‘문 정권 심판’ 동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위는 30대(40.6%)였다.

    ‘내일 대선이라면 절대 투표하지 않을 후보’를 묻는 질문에도 30대의 36.1%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택했다. 이 역시 60대 이상(45.9%)에 이어 전 세대를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여러 데이터를 종합하면, 30대는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고 복지 확대에 친화적이면서도 민주당 정권에는 강한 반감을 표했다.

    복잡미묘한 상황을 이해할 고리는 부동산이다. 밀레니얼의 중간에 해당하는 1985년생은 문재인 정부 시기 32~37세였다. 결혼을 고려할 법한 나이다. 마침 이 시기는 부동산값 폭등기와 겹친다. 30대는 대출 규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영끌족’이 된 세대였고, 고금리의 파고 속에 휩쓸려버린, 이중의 강제성 앞에 놓인 세대였다.”(‘세습 자본주의 세대’, 15쪽)다. 증여가 아니고는 주거 사다리를 오를 기회를 찾지 못했다. ‘세습 자본주의 세대’의 한 대목을 인용한다.

    “이번에는 30대가 화가 났다. 이들에게 문제는 정치개혁이나 검찰개혁이 아니다. 내가 사다리 한 단계를 올라가느냐 마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사다리가 놓인 그 땅 자체가 정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정글에서 내가 좌초하고 말았다. (중략)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자산을 갖춘 40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리했다. 그렇지 못한 30대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불리했다. 정책 탓에 승자와 패자가 갈렸고, 표심도 나뉘었다. 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렇게 한 세대는 할퀴었고, 다른 한 세대는 보듬은 채 지나갔다.”(72~73쪽)

    30대는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보수 정치세력을 활용했다. 국민의힘에 깊이 착근(着根)한 지지층이 아니다. 이례적이지만 처음 보는 현상도 아니다. 2017년 19대 대선 직후 ‘대통령 탄핵에 실망한 보수층 일부가 민주당을 찍었다’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비슷한 시기 확산한 ‘촛불시위에는 보수도 나갔다’는 말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두고 ‘진보 가치에 친화적’이라거나 ‘진보화된 유권자’라 말하진 않았다. 같은 이치다.

    보수에 힘을 실어준 30대는 실은 보수였던 적이 없다. 외려 이들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핵심 전략 자산이었다. 반대로 국민의힘 처지에서 보면 언제든 떠날 가능성이 높은 표였다. A정당에 경고장을 보내기 위해 마지못해 B정당을 찍은 사람들을 ‘B정당의 열성팬’이라고 규정하면 기분은 좋아도 적절한 행동 원칙을 마련할 수가 없다. 지금 한국 보수의 현실이 그렇다. 30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을 잘 수행한다면’이라는 아주 중요한 전제조건을 달고 기호 2번을 택했다. 전제가 무너졌다고 생각하면 지지를 철회하는 게 자연스럽다.

    실제 30대 민심은 윤석열 정부 임기 초부터 매섭게 돌아섰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8월 17일)이 있던 지난해 8월 실시된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세대별 득표율과 2022년 8월 지지율을 세대별로 나눠 살펴본 결과는 아래와 같다.

    “민주화 이후 지지기반 가장 취약한 대통령”

    30대는 전체 세대 중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2022년 8월 1주차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40대는 10%, 30대는 13%다. 30대의 경우 대선 득표율과 8월 1주차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35.1%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유권자가 맞나 싶을 만큼 아득한 격차다. 2022년 8월 한 달간 윤 대통령의 30대 지지율 평균은 15.7%다. 애당초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대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다. 요컨대 30대가 변심에 변심을 거듭한 셈이다.

    ‘30대 지지율 13%’는 그로부터 딱 반년 뒤 재연됐다. 한국갤럽이 올해 4월 14일 발표한 4월 2주차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30대에서 얻은 지지율은 13%다. 오차범위 내에 있긴 하나 20대 이하(14%), 40대(15%)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 비율은 81%에 달해 40대(81%)와 함께 가장 높다. 20대 이하에서 모르겠다거나 응답을 거절한 비율은 22%였다. 30대에서 이 비율은 2%에 그쳤다. 그러니까 정치에 무관심하기보다는 아주 적극적으로 ‘윤석열 불신임’ 의사를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4월 3주차 조사부터는 다른 흐름이 보이긴 한다. 30대에서 윤 대통령은 23%의 지지율을 기록해 1주 전에 비하면 10%포인트 올랐다. 전 세대를 통틀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5월 1주차에 이르자 30대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6%가 됐다. 3주 사이에 두 배로 뛰었다. 한데 그 와중에도 부정 평가 비율은 69%로 40대(72%)에 이어 가장 높았다. 30대 일부가 결집했으나 여전히 다수는 강력한 비토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5월 2주차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30대 지지율이 다시 21%로 뒷걸음질 쳤다. 30대의 변심 덕에 집권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뽑아준 사람들과 뽑힌 사람 사이에 두꺼운 칸막이가 놓였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 보수의 허약한 지지기반을 웅변하는 징표다. 어떤 일이 있건 보수정당에 표를 던지는 유권자층은 윤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인 25~30% 안팎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 중 지지기반이 가장 취약한 대통령”(전직 여론조사업체 고위 임원)이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보수정당이 보수 결집에 의존하면 자충수가 된다.

    여러 데이터를 종합하면 한국의 유권자 지형은 진보 우위로 재편됐다. 3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보수보다 진보가 많다. 균열이나 틈새를 허락하지 않는 듯이 견고하다. 사회의 중추인 40대는 압도적인 진보 우위 구도다.(관련기사: 신동아 2023년 2월호 ‘1975년생 화이트칼라는 왜 윤석열이 싫을까’) 물론 민주당에 대한 ‘정당 일체감’과 ‘나는 진보’라는 인식이 구분되지 못한 행태가 엿보이긴 한다. 이를 고려해도 유권자 다수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정치세력에 우호적이지 않은 건 분명하다. 옳건 그르건 현실이 그렇다.

    선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식 사회나 출판 시장, 문화계에서도 진보 담론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 과거에는 소수인 진보가 중도와의 연대를 꾀했다. 이제는 보수가 중도에 적극적인 구애 전략을 펴야 한다. 보수가 이기려면 진보에 속한(혹은 진보를 자처하는) 상당수 유권자의 반감도 누그러뜨려야 한다. 지난 대선은 보수가 진보에 속하는 30대의 상당수를 끌어당기면서 ‘지지 연합’을 체결해 이긴 선거였다. 울타리를 허물어야 겨우 승리하는 거다. 필연이라기보다는 예외적 사건이다.

    향후 경제 전망조차 비관적인 세대

    5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 세 번째)와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등 여당 지도부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5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 세 번째)와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등 여당 지도부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30대의 연이은 변심을 설명하는 한 가지 키워드는 ‘구(舊)보수로의 회귀(回歸)’다. 1988년생인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의 분석이다.

    “30대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택했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토 정서에 근거한 표심이었고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에는) 사상누각이었다. 대선 이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징계 사태나, 친(親)윤석열계 최고위원들의 각종 실언 논란, 대통령실과 여당과의 관계 정립 등에서 구태의연한 보수의 모습을 답습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국민의힘은 지지기반을 좁히는 쪽으로 내달리고 있다. 또 이 대표는 “(여권이) 정치 이슈보다는 고금리 문제나 전세 사기 등 민생 현안에 총력을 기울여야 지지율에서 반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생 경제로 국정 운영의 어젠다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들어 30대 민심이 부동산 민심 및 경제 전망과 거의 포개진다고 해석할 만한 데이터가 등장했다.

    한국갤럽은 4월 2주차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부동산 민심을 살펴본 결과도 곁들여 공개했다. 유주택자 비율을 보면, 50대가 84%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77%), 70대 이상(70%), 40대(69%), 30대(35%), 20대(13%) 순이었다. 30대 이하 세대에서 유주택자 비율이 낮은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그럴 만한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60대 이후에는 자녀에게 증여할 가능성이 생기니 상승 흐름이 꺾이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다만 30대의 유주택자 비율이 바로 윗세대인 40대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한 사람들의 70%는 유주택자였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 평가한 사람 중에는 57%만 유주택자였다.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한국갤럽이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잘못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27%가 ‘잘하고 있다’, 47%가 ‘잘못하고 있다’, 16%는 ‘모름/응답거절’로 답했다. 4월 2주차 기준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과 부동산 정책 긍정 평가가 27%로 동일하다.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게 13%의 지지를 보냈던 30대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15%만이 ‘잘하고 있다’고 답해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이 역시 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과 거의 유사하다. 전체에서 두 번째로 긍정 평가 비율이 낮은 40대(‘잘하고 있다’ 21%)에 비해서도 도드라지게 박한 평가다.

    무주택자 비율이 높은 30대는 여전히 비싼 집값에 불만이 크다. 주택을 가진 30대 중에는 ‘영끌’을 통해 집값이 고점일 때 매입한 경우가 많다. 연이은 고금리 기조에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대출을 받은 시점이 상대적으로 오래됐고 일정한 자산을 일군 윗세대와는 처한 현실이 다르다.

    덧붙여 한국갤럽은 4월 3주차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 결과와 함께 ‘향후 1년 경기 전망’ 조사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30대의 69%는 향후 1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의 73%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4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비관적인 세대였다.

    한국 정치의 변곡점

    비정규직으로 직장에 들어갔고 결혼은 애당초 포기했으며 운 좋게 ‘기혼자’가 돼도 내 집 마련엔 실패했다. 통계상 1980년대생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경제학자 우석훈의 말처럼 “평균적인 30대에게 복지는 너무 멀고, 시장은 너무 좁아졌고, 공동체는 잔소리만 하는 아저씨들로 가득 찼다.”(‘세습 자본주의 세대’, 335쪽) 문재인 정부 때는 빚조차 낼 권리도 없어 무력했다. 그런 이들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탈해 부유(浮游)하고 있다. 지난 대선이 끝난 후 기자는 ‘노무현 키드 20%, 윤석열로 잠시 이탈하다’(신동아 2022년 6월호) 제하 기사에 이렇게 썼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는 30대에서 가장 적은 격차(1.8%포인트)를 기록했다. 그간 우리가 공론장의 조연쯤으로 생각했던 이 독특한 세대는 일순간에 여야가 가장 치열하게 충돌하는 격전장이 됐다. 민주당이 구획한 구질서는 끝났으나 새로운 질서는 도래하지 않았다. ‘세대포위론’ 따위의 굉음이 들려오지만, 이 세대가 호락호락 격전장을 내어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이 공간을 설명하는 낱말은 ‘탈(脫)민주당-비(非)국민의힘’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30대의 정치적 정체성은 이렇게 변주된다. ‘탈민주당-탈국민의힘’이라고 말이다. 양당으로부터의 이탈을 추동한 지렛대는 경제다. 고로 30대는 매우 특별한 정치적 공간을 열 수 있는 주체다. 극단의 진영 논리를 넘어 민생과 경제 이슈를 정치의 핵심축으로 끌어올릴 세대다. 30대의 연이은 변심이 한국 정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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