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역대 대통령은 조찬과 만찬을 애용했다. 조찬은 주로 참모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침마다 간이 수석비서관회의와 같은 참모회의를 했다. 관저로 참모들을 불러 회의를 하기도 했고, 본관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관저 내 대식당에서 참모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전 7시면 청와대 본관 집무실로 어김없이 출근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조찬을 애용했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공식 일정이 없으면 관저에 주로 머물렀지만, 이 전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있건 없건 매일 같은 시간에 본관 집무실로 출근했다. 그러다보니 아침에 본관으로 사람들을 불러 함께 조찬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조찬 행사로 청와대에 누군가를 초대한 적이 없다. 조찬 기도회와 같이 아침에 열리는 외부 행사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이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여성 대통령이라는 특수성과 무관치 않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아침에는 국선도 같은 운동을 해왔다. 최근 국회에서 청와대 헬스기구 구입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박 대통령은 요즘 필라테스를 주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 국선도, 필라테스…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성인 박 대통령은 남성 대통령보다 화장하는 데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한 측근 참모는 “박 대통령은 과거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일정이 있든 없든 화장을 직접 했다”며 “무슨 일이 터지면 곧바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려는 공인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조찬뿐 아니라 만찬도 그리 즐기지 않는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만찬을 많이 열었다. 공식 만찬뿐 아니라 비공식 만찬도 많았다. 만찬장에서 술을 마시다보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대선 때 고생했던 동지들과 함께 하거나 국정에 힘든 일이 있을 때 참모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만찬 행사는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 임기 말로 갈수록 점점 외로워지는 대통령이 청와대로 사람들을 자주 초대해 하소연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그러나 박 대통령은 외국 정상을 포함한 국빈이 왔을 때 청와대 영빈관에서 만찬을 하는 것 외에는 만찬 행사를 주최하는 일이 거의 없다. 만찬 시간도 칼같이 지키는 편이다. 공식 만찬은 대부분 6시에 시작해 8시면 끝난다. 9시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다른 대통령처럼 밤에 비공개로 누군가를 관저로 불러 술 한잔을 곁들이며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박 대통령의 평소 생활습관과도 직결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에도 서울 삼성동 자택에 일찍 돌아와 자신의 방에서 보고서를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감했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도 밤 10시를 넘겨 귀가하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박 대통령이 조찬과 만찬을 즐겨 하지 않으면서 덕을 보는 이들이 의전 담당자들이다. 의전은 적어도 행사 2시간 전부터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행사장에서 대통령이 움직이는 데 혼선이 없도록 동선을 챙겨야 하고 참석자 명단과 자리도 다 맞춰야 한다. 끝나고 자리를 정리하는 데도 2시간은 걸린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오전 7시에 조찬이 시작되고, 밤 10시에 만찬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의전 담당은 오전 5시에 출근해서 자정에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지금은 대통령의 조찬과 만찬이 없기 때문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10월 23일 박 대통령이 서울 마곡산업단지에서 열린 LG 사이언스파크 기공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