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호

포스코 주가 상승엔 다 이유가 있다 [+영상]

철강 토대로 2차전지 영역 확대 전략 주효

  •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m

    입력2023-05-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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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주사 체제로 철강 一邊倒 벗어나

    • 유일 양극재·음극재 국내 생산 ‘포스코퓨처엠’

    • 핵심 광물 리튬 확보 이상 無

    • 폐배터리·전고체 배터리 사업도 눈여겨볼 만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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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그룹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분위기가 몹시 활기차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온갖 주가부양책에도 큰 움직임이 없었던 포스코홀딩스 주가 역시 고공 행진하고 있다. 이유는 2차전지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철강주로 분류돼 저평가 꼬리표를 달고 있었으나 1년 사이 위상이 달라졌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철강회사 이미지를 벗어냈다. 사업회사 포스코가 본업인 철강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사업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양극재와 음극재 원료 사업부터 중간 원료 사업, 최종 제품 생산까지 직접 관여하는 수직 계열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출범 당시 철강,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을 7대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2차전지 소재와 소재 원료로 쓰이는 리튬·니켈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2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만년 저평가 탈피

    포스코그룹 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포스코그룹 6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70조 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4월 말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탄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연초 40조 원대였던 그룹 시가총액 합계는 70조 원대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2차전지 관련 기업 주가가 급등했는데, 상장사들이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다.

    특히 포스코홀딩스의 주가 상승세를 주목할 만하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말 27만6500원에서 올해 40만 원대까지 급등했다. 주가가 급등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이뤄진 지주사 체제 전환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공식 출범했다. 기존 포스코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사업회사 포스코로 나뉘었고 존속법인인 포스코홀딩스가 재상장했다. 당시 내세운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였다.



    당시 포스코 주주들 사이에서는 물론 포스코 내부에서도 주식이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0년 일찌감치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시작해 이후 투자를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철강회사라는 이미지에 가려 성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창립 54년 만에 처음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배경이 됐다. 결과는 그 나름대로 성공적이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에도 꼼짝 않던 주가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만 원대로 새해를 맞았으나 40만 원대를 찍더니 이젠 35만 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포스코DX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룹에서 2차전지 관련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이들 계열사에 IT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포스코DX의 실적 개선을 놓고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밸류체인 핵심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과 화유코발트가 2019년 준공한 중국 저장성의 양극재 합작법인 생산시설 전경.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과 화유코발트가 2019년 준공한 중국 저장성의 양극재 합작법인 생산시설 전경. [포스코퓨처엠]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밸류체인에 폭넓게 발을 걸치고 있다. 2차전지 밸류체인은 2차전지 제조회사, 2차전지 소재 제조회사, 2차전지 소재 원료(광물) 공급회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소재 제조를 포스코퓨처엠이 맡고, 2차전지 소재 원료 공급은 포스코홀딩스가 담당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음극재 모두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다.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을 엿보고 시장에 뛰어들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1352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에 비해 515% 늘었다. 2차전지용 양극재와 음극재를 판매하는 에너지소재사업부가 매출 7799억 원, 영업이익 167억 원을 거두며 전체 실적을 책임졌다. 성장 궤도에 확실히 안착한 모양새다.

    수주 실적 역시 독보적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들어서만 삼성SDI와 40조 원 규모의 하이니켈·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는 30조2595억 원 규모의 하이니켈 NCM,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양극재 누적 수주금액은 92조 원에 달한다. 포스코퓨처엠의 30년치 매출에 해당하는 규모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에서 가장 먼저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기존에는 모회사인 포스코에 내화물과 생석회 등을 납품하는 사업을 주로 했으나 그룹 차원에서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며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2010년 LS엠트론으로부터 음극재 사업을 인수했고, 2019년 4월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하며 양극재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발효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역시 포스코퓨처엠에는 호재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 소재 비중을 낮춰야 하는데 포스코퓨처엠이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의 IRA 세부 지침을 보면 전기차용 2차전지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 일본 등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해야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매년 올라 2027년이면 80%를 충족해야 한다.

    IRA가 정의하는 핵심 광물은 양극재와 음극재에 들어가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다. 중국 등 해외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핵심 광물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규정이 적용되는 시기는 2025년이다. 그전에 완성차, 2차전지 업계는 공급망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홀딩스로부터 핵심 광물을 조달받는데 대부분 IRA 요건을 충족한다. 올 들어 이어지는 포스코퓨처엠의 수주 잭팟은 IRA 이후 달라진 위상의 방증이라고 평가된다.

    예상보다 사업 확장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포스코퓨처엠은 매년 생산 목표를 ‘새로고침’하고 있다. 최근 목표는 2030년까지 양극재 61만t, 음극재 32만t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투자금 확보와 재무건전성 유지 사이 줄타기는 과제로 남아 있다. 1분기 포스코퓨처엠의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선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절대적 수치가 높은 건 아니지만 최근 유상증자로 1조2600억 원을 조달하며 부채비율을 60%까지 낮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채비율이 오르는 속도가 꽤나 빠른 편이다.

    안정적 핵심 광물 수급체계 구축

    포스코 사원이 경북 포항제철소에서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출구)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 사원이 경북 포항제철소에서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출구)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홀딩스는 양극재와 음극재에 들어가는 리튬과 니켈 등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18년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염호를 인수하며 한국 기업 가운데 최초로 아르헨티나 리튬 상업화에 나섰다. 해당 염호 인근에서는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연산 2만5000t 규모로 건설하고 있다.

    이 밖에 같은 해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 지분 2.76%를 보유해 리튬을 공급받고 있다. 또 자회사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통해 안정적인 광석리튬 수급 체계도 구축했다. 니켈 역시 SNNC, 포스코, RNO 등 계열사를 통해 직접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연간 리튬 30만t, 니켈 22만t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앞으로는 2차전지 자체보다 2차전지 소재와 핵심 광물을 담당하는 회사의 몸값이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차전지를 만들려면 양극재와 음극재, 리튬과 니켈 등 핵심 광물 조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양극재에 들어가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배터리업계는 물론 완성차업계 등 글로벌 기업마다 리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SK온은 호주의 자원개발 기업 레이크리소스 지분 10%를 사들였다. 동시에 내년부터 10년간 레이크리소스에서 리튬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LG화학도 미국 광산개발 기업 피드몬트리튬과 20만t 규모의 리튬정광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미국의 자원개발 기업 컴퍼스미네랄로부터 2025년부터 6년간 약 1만1000t 규모의 탄산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미래 시대의 Key, 폐배터리·전고체 배터리

    폐배터리 사업도 눈길을 끈다. 근래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500억 원에서 2050년 최대 600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폐배터리 사업은 재활용(re-cycling)과 재사용(re-use)으로 나뉜다. 재사용은 말 그대로 재사용, 재활용은 배터리 셀을 분리해 리튬, 니켈 같은 광물을 추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는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은 대신 부가가치가 더 크다.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에서 나오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핵심 광물의 가치는 총 100만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여겨진다.

    포스코그룹은 회수된 폐배터리를 해체한 뒤 분쇄해 ‘블랙 파우더’로 만드는 ‘PLSC’를 폴란드에 준공했다. 전남 광양엔 PLSC 등에서 공급받은 블랙 파우더에서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세웠다. 지난해 10월엔 포스코홀딩스와 GS에너지의 합작법인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를 출범했다. GS에너지가 폐배터리 재사용 여부 등을 판단하면 포스코그룹이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포스코그룹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 준비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 전고체 배터리용 고체전해질을 만드는 ‘정관’과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설립했다. 지분율은 포스코홀딩스가 40%, 정관이 60%다. 지난해 10월 공장을 준공해 연간 24t의 고체전해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고체전해질은 전고체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한 액체전해질을 대체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영상] 2023년 여름 이끌 주도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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