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분야가 그나마 한국 경제 떠받치지만…
2020년 1월 대비 한국 경제는 80% 수준
체감 실업률은 IMF 때의 2배
자영자 매출 반토막, 폐업도 쉽지 않아
경기도 소재 한 대학교에서 취업준비생이 게시판에 붙은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DB]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임모(52) 씨의 식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까지는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하지만 5인 이상 집합 금지, 밤 9시 이후 영업 불가 방침이 시행되면서 임씨의 한숨도 커졌다. 여전히 식사시간에는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지난해 연말 가게 매출은 전년대비 60% 넘게 줄었다. 2021년 1월부터는 포장과 배달을 시작했다. 그는 “그나마 (우리 가게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임대료를 못 내 폐업하는 가게가 태반”이라 말했다.
코로나 19가 한국에 상륙한지 딱 일 년이 지났다. 1000명이상 치솟든 확진자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민생 경제는 여전히 코로나19의 상흔(傷痕)에 신음한다. 자영업자는 매출 급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고, 상당수 직장인들은 일터를 잃었다. 취업문은 더 좁아졌다. 취업준비생들의 목표는 ‘좋은 직장’이 아니라 ‘그냥 직장’이 됐다. 생업을 잃은 사람은 일용직을 전전한다. 그나마 일자리도 부족하다. 일부 IT 관련 업체만 반짝 호황을 맞으며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한국 경제의 회복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IT가 한국 경제 회복 이끌지만…
1월 1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HRI 코로나 위기극복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20년 1월의 경제상황을 100p라고 봤을 때, 같은 해 11월의 경제상황은 79.3p였다. 한국의 경제상황은 지난해 1월에 비해 20% 가량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이전 수준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위기극복지수’라는 수치로 나타냈는데, 지난해 1월 경제 상황을 100p,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시점을 0p(업종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지난해 5월)라고 봤을 때, 경제상황이 지난해 1월 수준에 비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나타낸다.그나마 한국 경제의 회복을 이끄는 업종은 IT였다. 특히 수출 시장이 돌파구였는데, 수출 분야의 위기극복지수는 163.7p였다. 사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IT분야 제조업의 수출액은 1836억 달러(약 202조9300억 원)으로, 2018년(2203억 달러)과 2017년(1976억 달러)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액수다. 그러나 IT업계를 제외하면 수출 분야 위기극복지수는 80.4p에 불과했다.
20년간 무역업에 종사한 김모(65)씨는 “반도체 등 IT관련 제품이나 바이오·의약품을 제외하면 수출이 어렵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 자체가 어려워지고 물류 부담이 커졌고, 판로 개척도 어렵다”며 “기존 해외 판매처에도 물건을 보내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경제는 회복세라는데 고용은 감소
고용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분야의 위기극복지수는 25p였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4분의 1토막이 났다. 전체 한국 경제가 지난해 1월 기준 80% 가량 회복됐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절벽’이란 의미다.코로나19가 몰고 온 고용한파는 1998년 IMF 외환위기 그 이상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당시 확장실업률은 9.4%였다. 실업률이 최근 실업한 사람만을 나타내는 통계라면, 확장실업률은 일은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 하는 사람까지 반영한 통계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확장실업률은 14.6%였다. IMF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했다.
고용률은 낮아졌다. 특히 청년층(15~29세)의 타격이 컸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당시 청년 고용률은 51.5%였지만 2020년 청년 고용률은 41.3%였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이후로도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 전망하며 ‘IMF 외환위기 이후처럼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올 것’이라 진단했다(2020년 12월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 보고서).
2년 취업을 준비하는 윤모(29) 씨 “2020년 한 해 100여 편이 넘는 자기소개서를 썼지만 결과는 전부 낙방이었다”며 “실업을 당해도 좋으니 한번이라도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든 이유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사정이 나빠진 탓이 크다. 지난해 9월 ‘알바콜’(비대면 아르바이트생 채용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알바콜에 가입한 자영업자 325명 설문결과 응답자의 53.1%가 ‘휴무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출 유지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아르바이트생 채용 대신 직접 나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폐업 비용 감당 못해 보증금으로 버티는 상황”
2020년 12월 20일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 [동아DB]
그렇다고 폐업이 확 늘어난 것도 아니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폐업한 업체는 10만8117곳으로 전년대비 1만5402곳 줄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어려우니 기존 가게들이 비싼 폐업 비용을 감당하기보다 월세를 보증금에서 제하는 식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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