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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최종현이 심은 ‘바이오 DNA’가 ‘진격의 SK’ 이끌었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30년 전 최종현이 심은 ‘바이오 DNA’가 ‘진격의 SK’ 이끌었다

  • ●SK바이오팜 ‘상장 대박’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 백신’
    ●최태원 SK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촌형제 쌍끌이
    ●1980년대 말부터 이어진 바이오 ‘뚝심 투자’ 결실
    ●합성의약품 생산, 혈액제제 개발 등 기업별 특성화로 동반 성장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SK라는 이름이 연일 화제다. SK바이오팜이 ‘상장 대박’을 기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백신 개발 선두주자’로 주목받으면서다. 이 두 회사 뒤에는 각각 최태원(60) SK그룹 회장과 최창원(56)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있다. 

이름도 비슷한 ‘양 최’는 사촌지간이다. SK의 뿌리는 1953년 문을 연 ‘선경직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를 세운 최종건 회장이 1973년 타계하자 동생 최종현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았다. 최종현 회장이 1998년 별세한 뒤엔 최태원 회장이 SK 최고경영자가 됐다.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회장의 장남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재벌가에 대한 선입견에 비춰보면 두 사람은 ‘경영권 분쟁’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을 사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 그룹 내에서 각각 사업체를 경영하며 ‘따로 또 같이’ 바이오 분야의 신기원을 열고 있다.

섬유회사 SK 체질 바꾼 CEO의 결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2016년 6월 8월 SK바이오팜을 찾아 신약 개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2016년 6월 8월 SK바이오팜을 찾아 신약 개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

현재 SK그룹에는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와 최창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SK디스커버리 등 두 개의 지주회사가 있다. 바이오•제약 계열사도 SK㈜ 아래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SK디스커버리 아래 SK바이오사이언스, SK케미칼, SK플라즈마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먼저 투자자 관심을 집중시킨 건 SK바이오팜이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제품명: 엑스코프리)를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7월 2일 상장 후 ‘따상(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과 ‘3연상(3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 사상 초유의 일이다. 



최근엔 SK바이오사이언스가 화제성을 이어받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 덕분이다.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7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이 민간 분야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에 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를 언급했다. 청와대는 해당 편지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내년 6월부터 연간 2억 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크게 뛰어올랐다. 

섬유회사로 출발한 SK가 오늘날 국내 바이오산업의 대표주자가 된 배경에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결단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SK그룹이 에너지·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하던 1980년대 후반, 최종현 회장은 제약산업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정하고 관련 투자를 시작했다. 사내에 의약사업본부를 신설하고, 1990년대엔 미국 뉴저지에 의약개발전문연구소를 세웠다. 일찌감치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최종현 회장 뒤를 이은 최태원 회장도 2002년 “바이오 부문을 육성해 2030년 이후 그룹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세운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등 ‘뚝심’ 투자를 이어갔다. 

1999년 SK케미칼이 국내 1호 신약인 항암제 ‘선플라’를 출시하고, 2001년 천연물로 만든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개발에 성공하며 SK 제약•바이오 산업이 세상에 알려졌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백신 개발’ 드라이브를 걸어 SK바이오사이언스 성공의 기틀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 SK케미칼에서 백신 전문 자회사로 분사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상용화하는 등 기술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5월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연구에 쓰라며 이 회사에 360만 달러(약 43억원)를 지원한 것도 세계적 평가를 입증한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아스트라제네카사(社)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공급을 위한 위탁생산(CMO) 계약도 맺은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백신은 현재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출시되는 코로나19 백신이 될 전망이다.

기업별 특성화로 한울타리 동반 성장

2018년 SK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잠실야구장에서 ‘엄지척’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는 SK가(家) 4형제. 왼쪽부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동아DB]

2018년 SK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잠실야구장에서 ‘엄지척’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는 SK가(家) 4형제. 왼쪽부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동아DB]

현재 SK그룹 바이오 분야 포트폴리오는 매우 탄탄하다. SK바이오팜이 신약 개발에 주력한다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에 전문성을 확보했다. SK팜테코는 약품 위탁생산(CMO), SK플라즈마는 혈액제제 개발 분야에서 각각 명성을 얻고 있다. 

지분구조를 보면 완전히 독립된, 사실상의 별도 회사가 SK 울타리 안에서 동반 성장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SK바이오사이언스 최대 주주는 SK케미칼(98.04%)이다. SK케미칼은 SK디스커버리(33.47%)가,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부회장(40.18%)이 각각 지배한다. 현재 SK디스커버리는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와 지분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4월 말 최태원 회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개발담당자들에게 화상 전화를 걸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격려하는 등 기업 경계를 넘어 SK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교류하는 상황이다. 

이제 관심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한 SK 바이오 사업이 화제성과 성장세를 이어갈 것인지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뇌전증, 뇌암, 희귀신경계질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의 치료제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백신 개발에서 성과를 내야 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2대에 걸친 투자와 ‘형제 경영’의 결실이 계속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주식시장에서 SK의 바이오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투자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SK바이오랜드는 이름에 ‘바이오’가 있을 뿐 실은 화장품 원료 관련 기업인데 5월 말 2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6월 한때 4만5000원 수준까지 올랐다가 7월 28일 종가 기준 2만 935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의 특성과 상황을 검토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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