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지하수 영향평가로 싱크홀 점검해야

건물·지반 붕괴

  •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입력2014-11-25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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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수 영향평가로 싱크홀 점검해야

    8월 2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주변 도로 한복판이 함몰돼 승합차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매년 6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한다. 하수관로 노후화로 인한 경우가 85%다. 이렇게 많은 싱크홀이 여기저기서 발생하는데도 그동안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싱크홀에 차량과 사람이 빨려들어가거나 건물이 붕괴되는 심각한 2차 피해와 연결되지 않은 소규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가 성장보다 안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의도, 석촌호수 인근에서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은 시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싱크홀은 석회암지대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석회암지대에 지하수가 흐르게 되면 물이 석회암을 녹여 대규모 동굴을 만든다. 동굴 위에 건물을 지으면 하중에 견디지 못해 붕괴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원도 일부 지역에 석회암이 분포하지만,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은 화강암 또는 편마암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외국과 같은 대규모 싱크홀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2012년 인천지하철 공사장, 올해 서울지하철 9호선 공사장 등지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상당한 규모였다. 이러한 싱크홀은 지하철 터널 공사를 할 때 시공사가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했기 때문에 향후 지하철 공사를 할 때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도시 대부분은 급속한 성장기를 거쳐 이제는 노후화하고 있다. 또한 각종 개발 압력으로 대규모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공사를 많이 한다. 30, 40년 전에 설치한 노후화한 하수관거에서 누수가 발행하고, 지하 대규모 공사장은 지하수 흐름을 빠르게 한다. 옛날 한강의 일부였던 잠실, 여의도와 같이 모래층으로 구성된 충적층은 지하수 흐름에 취약하다. 즉 싱크홀이 발생할 조건은 물의 공급처(균열된 하수관로), 집수처(지하공사장), 취약한 지층구조(모래로 구성된 충적층)로 요약할 수 있다.

    서울시 통계자료를 보면 하수관로 길이가 약 1만 km이고 그중 30년 이상된 관로가 48%에 달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노후화된 하수관로의 보수·보강 사업이 긴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땅속에서 하는 사업은 생색이 나지 않아 예산 배정 시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만큼 땅속은 더 위험해졌다.



    하수관로 사업을 위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고 하수도세를 증액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시의 하수세율 현실화는 약 80%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통상적인 유지관리 사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수도 예산이 현상유지도 못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하수도 노후화율은 높아지게 된다. 서울은 겉만 화려하지 땅속은 매우 취약한 도시가 될 것이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사업이 ‘좋은 토목’이다.

    지하철 터널 공사, 건물의 터파기 공사 등과 같은 대규모의 지하 공사는 일상이 되다시피했는데도 지하수 영향평가는 아예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관례였다. 공사를 하기 전 지하수 영향평가를 꼼꼼하게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싱크홀 발생 기미가 발견되면 합당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즉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 공사를 할 때 지하수 영향평가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규제 완화가 능사는 아니다. 필요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 안전과 규제 완화는 같이 갈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서울시 역시 싱크홀 발생으로 시민이 불안해하는 것에 책임을 느끼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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