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현장.
먼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있다. 차를 몰고 성급히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전시에는 주요 도로의 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차량으로 위험지역을 벗어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포탄이 외벽에 설치된 도시가스관을 타격하는 걸 염두에 두고 가스 밸브가 잠겼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우리 아파트 벽을 관통하지는 못하지만 가스 폭발을 일으킬 수는 있다. 전기시설의 안전도 신속히 확인한다. 그리고 주변의 지하주차장, 지하철역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안전한 경로를 찾아 피신해야 한다. 이때 휴대용 전등과 생수, 휴대전화를 지참하면 유용하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주변의 소화기와 소화전 위치를 확인해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지하철에는 소화전과 방독면이 준비돼 있으므로 그 위치도 확인해둔다.
그러나 마냥 지하시설로 대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이 화학탄으로 공습하면 큰 폭발은 일어나지 않지만 가스가 살포된다. 그로 인해 화학경보가 발령됐을 때는지하보다 아파트 고층이 더 안전하다. 화학 가스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지하로 대피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진다. 국지적인 공습이더라도 폭발로 인한 화재인지,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한 화학 공격인지를 살펴보고 폭발 규모가 크다면 대피하고 그렇지 않다면 되도록 건물 고층에서 폭발 후 양상을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복합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적이 고폭탄으로 공격을 했는데 인근에 공장이 있을 경우 화학물질이 유출된다. 이 중 공기보다 무거운 염소가스가 유출됐을 때는 건물 고층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불산과 같이 공기보다 가벼운 물질이 유출됐을 때에는 신속히 지하로 대피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위험이 조성됐는지 사람들이 신속히 파악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평소 자신의 주거 인근에 어떤 공장이나 산업시설이 있는지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서울 인근만 해도 유독가스나 유독물질이 유출될 수 있는 산업시설이 상당수 있다. 특히 염소가스 저장소가 타격을 받을 경우 그 피해는 치명적이지만 이를 아는 시민은 별로 없다. 주변 상황을 아는 만큼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북한의 미사일, 장사정포, 항공기 공습과 같은 모든 화력에 의한 공격 사거리 안에 있는 세계 최고의 위험 지역이지만 의아스러울 정도로 대비가 안 돼 있다. 정부의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에 의하면, 모든 가정은 방독면을 비롯한 비상시에 대비한 물품, 예컨대 간단한 식량과 생수, 손전등을 갖춰야 하지만, 이를 따르는 가정이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적의 공습이 발생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건 심리적 혼란이다. 극심한 공포로 인해 주거지역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면서 도시가 마비될 가능성이 높은 데, 이는 매우 치명적이다. 우선 현 위치를 고수하면서 안전한 대피 장소를 찾는 것이 최선이다.
대피시설로는 지하철이 가장 적합해 보이지만 주변에 없다면 건물 지하실도 무방하다. 북한의 경우 지하시설까지 관통하는 특수탄이 없고 장사정포 역시 건물 외벽을 손상할 뿐 지하에까지 피해를 주지 못한다. 만일 시간 여유가 있다면 차량까지 지하 장소로 옮긴다면 바람직하겠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사람이 대피하고 난 다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