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가스 밸브 잠그고, 지하철로 뛰어라

포격·공습

  • 김종대 군사평론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입력2014-11-25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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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 밸브 잠그고, 지하철로 뛰어라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현장.

    서울·인천 같은 우리나라 대도시에 북한이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발사하는 경우, 또는 항공기로 국지적 공습을 해올 경우 행동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시민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먼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있다. 차를 몰고 성급히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전시에는 주요 도로의 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차량으로 위험지역을 벗어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포탄이 외벽에 설치된 도시가스관을 타격하는 걸 염두에 두고 가스 밸브가 잠겼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우리 아파트 벽을 관통하지는 못하지만 가스 폭발을 일으킬 수는 있다. 전기시설의 안전도 신속히 확인한다. 그리고 주변의 지하주차장, 지하철역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안전한 경로를 찾아 피신해야 한다. 이때 휴대용 전등과 생수, 휴대전화를 지참하면 유용하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주변의 소화기와 소화전 위치를 확인해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지하철에는 소화전과 방독면이 준비돼 있으므로 그 위치도 확인해둔다.

    그러나 마냥 지하시설로 대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이 화학탄으로 공습하면 큰 폭발은 일어나지 않지만 가스가 살포된다. 그로 인해 화학경보가 발령됐을 때는지하보다 아파트 고층이 더 안전하다. 화학 가스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지하로 대피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진다. 국지적인 공습이더라도 폭발로 인한 화재인지,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한 화학 공격인지를 살펴보고 폭발 규모가 크다면 대피하고 그렇지 않다면 되도록 건물 고층에서 폭발 후 양상을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복합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적이 고폭탄으로 공격을 했는데 인근에 공장이 있을 경우 화학물질이 유출된다. 이 중 공기보다 무거운 염소가스가 유출됐을 때는 건물 고층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불산과 같이 공기보다 가벼운 물질이 유출됐을 때에는 신속히 지하로 대피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위험이 조성됐는지 사람들이 신속히 파악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평소 자신의 주거 인근에 어떤 공장이나 산업시설이 있는지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서울 인근만 해도 유독가스나 유독물질이 유출될 수 있는 산업시설이 상당수 있다. 특히 염소가스 저장소가 타격을 받을 경우 그 피해는 치명적이지만 이를 아는 시민은 별로 없다. 주변 상황을 아는 만큼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북한의 미사일, 장사정포, 항공기 공습과 같은 모든 화력에 의한 공격 사거리 안에 있는 세계 최고의 위험 지역이지만 의아스러울 정도로 대비가 안 돼 있다. 정부의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에 의하면, 모든 가정은 방독면을 비롯한 비상시에 대비한 물품, 예컨대 간단한 식량과 생수, 손전등을 갖춰야 하지만, 이를 따르는 가정이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적의 공습이 발생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건 심리적 혼란이다. 극심한 공포로 인해 주거지역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면서 도시가 마비될 가능성이 높은 데, 이는 매우 치명적이다. 우선 현 위치를 고수하면서 안전한 대피 장소를 찾는 것이 최선이다.

    대피시설로는 지하철이 가장 적합해 보이지만 주변에 없다면 건물 지하실도 무방하다. 북한의 경우 지하시설까지 관통하는 특수탄이 없고 장사정포 역시 건물 외벽을 손상할 뿐 지하에까지 피해를 주지 못한다. 만일 시간 여유가 있다면 차량까지 지하 장소로 옮긴다면 바람직하겠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사람이 대피하고 난 다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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