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배낭엔 옷가지와 과자, 초콜릿, 생수, 손전등 등을 챙겨둔다.
비상배낭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안 쓰는 배낭에 옷가지와 과자, 초콜릿, 생수, 손전등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채워 넣는 것이다. 이를 72시간 생존팩(EDC·Every Day Carry)이라고도 한다.
가격도 싸고 쉽게 준비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지만 비상시에는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대비책인 것이다 필자도 이렇게 준비해서 10년 전부터 활용해왔다. 사진과 같이 헌 배낭에 생수와 과자, 방수 재킷, 손전등, 멀티 툴, 은박비닐담요 등을 넣어둔 것으로 언제 있을지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보관 장소는 차 트렁크나 사무실 책상 아래가 좋다. 우리는 보통 집보다는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이는 야외에서 큰 사고나 재난 등 비상사태를 겪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차량이나 사무실에 비상배낭이 준비돼 있다면 집이나 안전지역까지 이동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1년 3·11 일본 대지진 때 지진지대가 아니었던 도쿄에서도 지진의 영향으로 대정전이 발생하고 교통이 마비됐다. 직장에 있던 사람들은 자가용 승용차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대여섯 시간을 걸어서 집까지 갔다고 한다. 물론 이들도 평소 준비해둔 비상배낭 덕을 봤다고 한다.
일본에선 비상배낭도 준비해두지만 집 안에 비상 캐리어도 준비해둔다. 보통 문 옆이나 눈에 잘 띄는 곳에 놔두었다가 지진이나 쓰나미 등 긴박한 사태가 났을 때 바로 끌고 나간다.
여행용 캐리어는 어느 집에나 있다. 보통 1년에 몇 차례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만 사용되며, 그 외에는 창고나 베란다에서 한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캐리어에 중요한 임무를 부여해주자. 여행용 캐리어는 수납용량이 크고 튼튼하다. 또한 바퀴와 손잡이가 달려 있어 많은 것을 보관하고 끌고 이동하기 쉽다. 이 캐리어에 평소 비상식량이나 중요한 것들(비상용품, 가족앨범, 데이터가 담긴 USB 메모리, 중요 서류, 옷가지 등)을 넣어두는 것이다.
지진이나 화재 등 큰 재난이 터졌을 때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떤 중요한 걸 챙겨야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게 된다. 하지만 평소 이렇게 배낭과 여행용 캐리어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미리 챙겨두면 짧은 골든타임에 바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재난 대비란 것이 거창하거나 특이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언제든 삶을 뒤집을 갖가지 재난이 닥쳐올 수 있다. 그 피해 당사자가 남이 아닌 나와 가족이 될지도 모른다. 평소 이렇게 작은 준비를 해두고 대처 방법을 알아둔다면 어떤 재난이나 비상사태가 터져도 침착하게 대처하고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