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관석 당시 더불어민주당(현 무소속) 의원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동아DB]
윤 의원은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2021년 4월 당대표 선거 투표가 임박하자 송영길 당시 후보 당선을 목적으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위원에게 “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고 지시해 그로부터 6000만 원을 받아 현역 의원 10~20명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올해 4월 12일 JTBC가 공개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록에 따르면 강 전 감사위원이 “관석이 형이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나한테 얘기하더라고”라고 하자 이 전 부총장이 “윤관석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고 답한다. 4월 13일 공개한 녹취록엔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나는 인천 둘하고 ○○은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또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그래가지고 거기서 세 개 뺏겼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4월 12일 윤 의원은 “돈 봉투 의혹과 나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검찰의 비상식적 야당 탄압 기획수사와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규탄한다. 정치 검찰과 끝까지 싸워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22일 검찰 조사에서도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의원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보성고를 거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시민운동에 투신했다.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 민주개혁을 위한 인천시민연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2000년 민주당에 입당해 정계에 입문했다. 줄곧 인천 지역에 자리하며 토대를 굳혔다. 열린우리당 시절 인천시당 사무처장을 맡았다. 이때 인천 국회의원이던 송영길 전 대표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 송 전 대표가 인천시장에 당선되자 인천시 초대 대변인으로 1년간 활동했다. 2012년 총선 때 인천 남동을에서 당선돼 내리 3선했다. 2021년 전당대회 때도 송영길 전 대표 측에 섰다. 송영길 지도부가 출범하자 사무총장을 맡았다.
윤 의원 조사는 송 전 대표로 향하는 징검다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송 전 대표는 검찰에 자진 출석했지만 검찰이 조사를 거부해 10여 분 만에 발길을 돌린 바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 A씨는 “주변인부터 수사해 몸통으로 향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라며 “향후 연루된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 봉투 의혹에서 최대 수혜자는 송 전 대표라 공여자,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윤 의원 등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지속될수록 송 전 대표는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도 동요하는 모양새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근래 돈 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 리스트가 돌고 있다. 물론 ‘지라시’ 정도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예 뜬소문으로만 받아들이진 못하고 있다”며 “누가 수사망에 포착될지 조심스레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망도 점점 좁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수수자가 누군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며 “현역 의원 특정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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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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