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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 차기 대권주자 박원순 서울시장 秘인맥

“사람 살 만한 곳으로 사회를 바꾸고 싶다”

‘박원순 캠프’의 핵 ‘여명그룹’<1980년대 마르크스주의 운동조직>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사람 살 만한 곳으로 사회를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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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주의 변혁운동을 한 ‘여명’ 출신 인사들의 주류는 그간 정치권이나 진보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시민운동을 해왔다.
  • 이 그룹이 상징하는 흐름이 ‘박원순 캠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사람 살 만한 곳으로 사회를 바꾸고 싶다”
① “나의 꿈은 과로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동아’2011년 4월호 별책부록 ‘명사의 버킷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내 수첩은 늘 일정으로 가득 차 있다. 조찬 약속에서부터 저녁 늦게까지 거의 30분이나 한 시간 단위로 약속이 잡혀 있다. (…) 밤늦게 집에 가거나 아니면 그냥 사무실에서 잠깐 새우잠을 자고 그다음 조찬에 나간다”고 하루를 묘사했다.

재미있자고 쓴 것 같지만, ‘인간 박원순’을 다룬 글에서 ‘일하다 죽겠다’는 취지의 이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일할 때 아랫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부지런한 데다 아이디어마저 번쩍이다보니 일에 혼을 담지 않거나 대충하면 불벼락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일처리가 독선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렇듯 일중독자로 소문난 박 시장이 신뢰하는 인물은 대체로 일솜씨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훌쩍 넘어선다고 한다. 박 시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서울시 정책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한다. 시민과의 소통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박 시장은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불리기 원한다. 한 시민단체 인사는 “더 나은 사회를 디자인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서운 말”이라면서 “나라를 개조하고 싶다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11년 9월 15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서 퇴임하면서 “5~10년이면 세상을 싹 바꿀 수 있다”고 설파했다.

② 여명은 1980년대 마르크스레닌주의 비합법 조직의 명칭이다. 이 조직이 발간한 기관지 이름과 같다. 이들에 대한 명칭으로는 ‘여명그룹’ ‘YM’ ‘Y그룹’ ‘여명’ 등이 혼재한다. 한 여명 출신 인사는 기관지 ‘여명’에 대해 “볼셰비키 기관지 ‘자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1870~1924)은 1900년 망명지 독일에서 마르크스주의 정치신문 ‘이스크라’(불꽃)와 사회주의 이론을 다룬 기관지 ‘자랴’(여명)를 발행했다.

‘여명’을 정기적으로 읽으면서 변혁을 도모한 이들이 ‘여명그룹’이다. 16주 안팎의 ‘예티’(예비 팀이라는 뜻) 과정을 거쳐야 정식 멤버가 됐다고 한다. 예비 과정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치열하게 공부했다고 한다.

여명은 소련식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봤다. 북한을 대안 삼은 NL(민족해방)을 비판했다. 한 인사는 “여명은 비(非)주사가 아닌 노골적인 반(反)주사였다”고 말했다. 여명 출신 인사들은 자신들을 PD(민중민주)로 분류하는 것도 마뜩잖게 여긴다고 한다. PD가 아니라 사회주의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여명은 PD계열에서 상대적으로 소수파에 속했으며 성향도 남달랐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지지했다. 1989년 중국 공산당의 톈안먼(天安門) 시위 진압을 비판했다. 또 다른 여명 출신 인사는 “우리는 역사 앞에서 정직했고, 역사를 부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명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소련 응원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③ 10월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 때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박 시장을 몰아세웠다.

“차기 대통령 1순위라는 얘기가 나도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하면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그런데 박 시장도 ‘보은인사’로 측근을 채용했다. (…) 오성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2011년 당시 박원순 선거대책본부 사무처장을 지냈다. 이런 것을 낙하산 인사라고 한다.”

박 시장은 이렇게 답했다.

“완벽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임명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경우에도 직책을 잘 수행할 사람을 임명한다는 원칙이 있다. 오성규 이사장은 시민운동가이고, 선거를 도와준 사람인 것도 맞다. 그런데 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업무 성과를 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평가가 되는 거 아닌가.”

오 이사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캠프에서 사무처장을 맡았다. 박 시장의 신뢰가 두텁다고 한다. 다음은 한 정치권 인사의 주장이다.

“2012년 총선 때 박 시장이 민주당 비례대표로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를 1순위로 지원했다고 아는 사람이 있던데, 박 시장은 오성규 이사장을 1순위로 밀었다. 그만큼 박 시장의 신뢰가 두텁다는 얘기다.”

오 이사장은 비례대표 압축 후보 75명 명단에는 들었으나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갓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한 박 시장의 영향력이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총선 직후인 2012년 6월 시설관리공단 사업운영본부장을 맡았고, 이듬해 6월부터 CEO인 이사장으로 일해왔다. 오 이사장이 서울시장 선거 때 사무처를 총괄했다면 서왕진 현 서울시장정책수석비서관은 정책을 총괄했다. 서 정책수석은 1기 박원순 시장 때 정책특보와 비서실장, 2기(7월 1일~ ) 때는 정책수석을 맡았다. ‘박원순 서울시’ 정책의 밑그림을 캠프 시절부터 그리며 견인해왔다. 서 정책수석도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두 사람은 시민운동가 시절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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