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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은 입주민, 마음은 프로 목표는 전용구장 우승”

사회인야구단 네이보스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신분은 입주민, 마음은 프로 목표는 전용구장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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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사(야구사랑) 드림필드.’ 한 사회인야구단의 전용 구장 이름이다.
  • 그런데 이 야구장이 좀 수상하다. 창단 3년, 사회인야구 리그 참여 2년 만에 ‘꿈의 구장’을 직접 만들어낸 평균 나이 43세의 못 말리는 야구광 집단 ‘네이보스’ 이야기.
“신분은 입주민, 마음은 프로 목표는 전용구장 우승”

사회인야구단 ‘네이보스’ 팀원들.

이른 아침까지 내리던 가을비가 물러나고 초겨울 날씨를 방불케 하는 찬바람이 맹렬한 기세로 몰아치던 11월 2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설문동 우리인재원 주차장은 일요일임에도 때 아닌 자동차 행렬로 붐볐다. 차량 트렁크에서 가방이며 배트를 꺼내 둘러메곤 삼삼오오 어디론가 향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뒤따라 도착한 곳은 사회인야구단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

앞선 팀들의 경기가 종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은 야구장 펜스 밖에서 둘씩 짝지어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거나 배트를 휘두르는 등 준비운동에 여념이 없었다. 그중 한 팀이 ‘일산자이-네이보스(NEIBOS), 이하 네이보스).’ 이웃사람들(Neighbors)이라는 뜻을 지닌 네이보스는 말 그대로 고양시 식사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주민들로 구성된 사회인야구단(유니폼에 적힌 ‘NEIBOS’는 팀 명칭의 스펠링을 그대로 다 쓸 경우 너무 길기 때문에 축약해 썼다고 한다). 팀원 31명의 평균 나이는 43세. ‘아파트 입주민’ 혹은 ‘평균 나이 40대’로 구성된 팀은 사회인야구단 전체를 통틀어도 희귀한 존재다.

자녀에게 야구를 가르치기에도 벅찰 나이의 남정네 여럿이 휴일도 잊은 채 야구장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일전을 벼르는 모습을 보자 ‘도대체 야구가 뭐기에?’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팀 내 두 번째 연장자인 하영준(51) 단장은 “40~50대 중년 남성에게 야구는 놀이문화”라며 웃었다. 장기언(45) 감독은 “야구는 남자들에게 미지의 세계이자 동경의 대상”이라고 화답했다. 대한민국 중년남성의 영원한 로망인 요트 항해, 창공을 나는 파일럿에 야구가 더해진 모양이다.

야구에 미친 ‘이웃 사람들’

구석구석 흩어져 몸을 풀거나 장비를 챙기는 팀원들을 찾아다니며 얘기를 나누느라 경기를 처음부터 보지 못했다. 야구장 한쪽에 마련된 네이보스 더그아웃으로 들어서자 그라운드 못지않은 열기로 후끈하다.

“오늘 왜 이래? 장 이사….” 1회 말 공격에서 1번 타자로 나선 장경수(42) 씨가 첫 타석에서 삼진아웃을 당하자 팀원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초반부터 승기를 잡아 앞서가던 네이보스는 4회 초 상대 팀에 역전을 당했다. 5회 말 다시 공격 기회가 오자 팀 막내이자 유일한 미혼인 원영창(30) 씨로 투수를 전격 교체했다.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선 그는 “점수를 한 점도 안 줬다. 오늘 마운드는 막내인 제가 마무리하겠다”며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리그에 소속된 사회인야구단 경기는 ‘9회 말까지’가 아닌, ‘2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을 두고 진행된다. 그 때문에 보통 4~5회에서 경기가 끝나지만 이날은 드물게 7회까지 이어졌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투수 김동준(45) 씨가 “2점차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 타자들은 상대 투수를 최대한 괴롭혀라”고 소리쳤지만 이날 경기는 8대 4로 네이보스가 역전패당하면서 막을 내렸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도, 중년의 나이도 잊은 채 2시간 동안 치고 달리고 소리치며 그라운드를 누빈, 못 말리는 야구광들. 이들이 뭉치게 된 건 신축 아파트단지 입주가 한창이던 2010년 9월. 입주자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야구를 좋아하는 이웃을 찾습니다. 딱 10명만 넘기면 야구팀을 만들어봅시다’라는 공지가 뜨면서부터다. 글을 올린 이는 김재윤(42) 씨. 창단 멤버였던 그는 현재 아파트 동대표를 맡는 등 개인적인 일로 바빠 야구단에 참석하지 못한다.

시작은 미미했다. 야구단 모집 소식을 아내로부터 전해 들은 변형철(44) 씨는 “낯선 곳으로 이사 오니 아는 사람도 없고 심심해서 운동할 게 뭐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아내한테 등 떠밀려 입단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평소 야구장에 가본 적도 없고 가끔 TV 중계만 보는 정도였다. 기껏해야 어린 시절 동네친구들과 놀이 삼아 야구를 했던 게 전부였다.

하영준 단장은 “첫 모임에 9명이 참석했는데 몰골이 참 볼만했다.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은 사람, 야구화 대신 축구화 신은 사람, 장비랍시고 비닐 글러브를 챙겨온 사람…. 한두 명 빼곤 수준이 의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릴 때 동네 야구 하던 추억으로 막연히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한 이들이 오직 열정만으로 뭉치다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실력이 형편없었다. 그래서 실내야구장에 모여 공을 주고받는 기초부터 시작했다. 그나마 좀 나은 친구들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가르치는 식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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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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