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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배우자감 1위는 ‘열대메기男’ ‘손오공女’

은어, 신조어로 엿본 2014년 세밑 북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北 배우자감 1위는 ‘열대메기男’ ‘손오공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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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투함 띄울 기름 없어 “우리는 몽골 해군”
  • ● “강제노동(부부간 성관계)보다 애국노동, 금요노동이 제맛”
  • ● 손자 태어난 날은 ‘노농적위대 입대한 날’
  • ● “유전유교육, 무전무교육”…부유층 사교육 열풍
은어(隱語)와 신조어(新造語)는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한다. 주변에서 종종 듣는 ‘초식남’(온순하고 착한 남자), ‘건어물녀’(연애에 관심이 없어 ‘연애세포’가 건어물처럼 말라버린 여자) 같은 말이 그렇다. 북한에도 이렇듯 시대 상황의 산물인 은어와 신조어가 넘쳐난다.

‘신동아’ 7월호에 압록강 국경경비대 출신 탈북자 박철용 씨의 수기가 실렸다. “압록강 인민군대는 軍이 아니다, 밀수·인신매매 장사꾼일 뿐”이란 제목이 붙었다. 이 수기가 SNS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밀수하는 집서 오입질…명절 때마다 선물 받아’ ‘국경 넘어가 쌀 낚아채거나 여자 강간하기도’ ‘돈 벌어 매달 200달러씩 고향집에 송금’ 등 군대 같지 않은 군대 모습을 담아서다.

북한에서 유행하는 은어, 신조어에는북한군의 이 같은 현실이 드러난다. ‘강도군단’은 평남 덕천의 630부대를 가리킨다. 군인의 민가 도둑질을 비꼰 말이다. 강도, 강간, 폭행이 잦다고 한다. 황해도 사리원의 108훈련소는 ‘배고파 훈련소’로 불린다. 영양실조로 감정제대(질병 등으로 군 복무가 곤란할 때 하는 제대)하는 병사가 많아서다. 108→백공팔→배고파의 언어 유희다. 평남 안주의 425훈련소는 ‘사기꾼 훈련소’라고 한다. 425→사기꾼의 말장난. 식당에서 외상 밥 먹고 나몰라라 하거나 혼인을 빙자해 간음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우리는 몽골 해군”이라는 자조(自嘲)도 있다. 기름 부족 탓에 해군이 바다 아닌 육지에서 훈련하는 것을 비꼰 것. 북한 해군은 1년에 1주일가량만 해상에서 훈련한다. 전투훈련을 상가대(上架臺·육지에 배를 올려놓고자 만든 대) 선상에서 진행한다. 2012년 9월 함경북도 청진에서 두 가족이 바다로 탈북할 때 경비정 두 척이 32㎞쯤 추적하다 연료 고갈로 기동하지 못하게 돼 민간 어선에 끌려 귀항한 적도 있다.

나그네=써먹을 데 없는 남편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놓고 통일부와 외교부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아 뒷말을 낳았다. 외교부가 백서를 통해 “무분별한 공포정치로 권력 내부 취약성이 심각하다. 중장기적으로 체제 불안정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마자 통일부는 “현재 김정은 정권의 통치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외교백서를 반박하듯 브리핑을 했다(11월 3일).

정치·안보·외교 차원에서 북한을 거시적으로 들여다보는 전문가 집단의 북한 정권 안정성 분석 결과는 이렇듯 엇갈린다. “김정은의 좌충우돌 행보로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과 “서울에 앉아 북한 붕괴만 바라면…김정은이 늙을 때까지 힘들 것”(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동아일보 10월 27일자 인터뷰)이란 견해가 부딪친다.

미시적 분석으로 북한을 엮어보면 거시적 접근과는 결이 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은어, 신조어 같은 창(窓)으로도 북한의 오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 북한에서 새로 생겨난 말과 탈북자 밀착 인터뷰를 통해 2014년 세밑 북한의 사회상, 경제상을 톺아보자.

북한은 “돈주가 힘쓰는 나라”이자 “간부들의 천국”이다. ‘돈주’는 자본가와 비슷한 말. 재산이 1만 달러 넘어야 돈주 소리를 듣는다. 수십만 달러를 가진 이도 적지 않다. 무역업이나 ‘되넘기장사’(물건을 사서 곧바로 다른 곳으로 넘겨 파는 장사)로 부(富)를 쌓은 돈주는 중간상인을 고용하고, ‘가공주’(물품을 제작하는 사람)를 거느린다. 중간상인은 ‘삯바리’ ‘뻘뻘이’(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해 물건을 소매상에 넘긴다.

돈주들은 위안화나 달러화로 부를 축적한다. 관료와의 유착, 애국헌금, 국채매입을 통해 ‘보험’도 들어놓는다. 국가에서 받은 표창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방패 구실을 한다. 2002년 이후 ‘원화 경제’가 ‘위안화 경제’ ‘달러화 경제’로 개편됐다.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과 관련해 ‘강냉이 당원’ ‘돈 당원’ ‘돼지 당원’이란 은어가 나돈다. 애국미(愛國米)를 남보다 많이 내 입당한 이가 강냉이 당원이다. 돈 당원은 군수물자 지원금을 내고 입당한 경우, 돼지 당원은 군대에 먹을거리를 공급해 당원이 된 사람을 가리킨다.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전에는 군에서 복무하거나 출신성분이 좋고 혁명과업을 잘 수행한 이가 입당했으나, 2000년대 이후로는 돈이 주요 입당 기준의 하나로 작용한다고 한다.

매관매직도 다반사다. 인민보안부 보안원(한국의 경찰) 직위를 3000달러가량에 살 수 있다.

장사로 돈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아내들은 남편을 ‘불편’이라고 칭한다. 시장에 안 나가고 기업소에 출근하면 ‘49호 환자’(49호 병원은 정신계통 환자가 입원하는 곳)다. 기업소에서 받는 노임만으로는 호구(糊口)가 어려워서다. ‘나그네’는 ‘불편’과 비슷한 말로 ‘배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직장에 다니면서 집안일도 안 하고 양식만 축내는 귀찮은 존재’를 뜻한다. ‘써먹을 데 없는 머저리 남편’을 일컫는 말로는 ‘서면 돈 달라, 앉으면 술 달라, 누우면 아랫말(성기) 달라는 놈’ ‘서면 동상, 앉으면 반신상, 누우면 시체’ ‘멍멍이 병풍’ ‘낮 전등’ ‘백만 불짜리 자물쇠’ 등이 있다.

배급이 제대로 안 나오는 직장에 출근하는 남자들은 “0.5불짜리 인생”이라면서 처지를 푸념한다. 북한의 일부 기업소 배급은 2500~5000원(1달러=8000원)으로 쌀 1㎏을 사기에도 버겁다. 평양시민의 4인 가족 기준 생계비는 월 100달러가량이다(※북한의 쌀 가격은 11월 기준으로 1㎏당 북한 돈 5000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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