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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의 지구촌 현장

1000년 유물 도굴 ·약탈 서방국 장물로 전락

내전으로 유린되는 시리아 문화유산

  •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1000년 유물 도굴 ·약탈 서방국 장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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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이자 ‘실크로드’의 종착지인 시리아는 나라 전체가 유적이다. 바빌로니아부터 오스만튀르크 시대까지, 온갖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내전으로 많은 유적이 파괴되고 약탈당했다. 정부군, 반군 할 것 없이 굴삭기로 유적을 파내 전쟁비용을 마련했다. 장물로 전락한 유적은 서방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터키 남부 국경도시 칼리스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만난 바하(가명, 39)씨는 며칠째 난민 텐트 안에서 이름 모를 병으로 신음한다. 아내와 네 아이, 그리고 노모까지 건사해야 하는 그는 돈이 없어 약도 한번 써보지 못했다.

바하 씨는 3년 전만 해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세 개의 사무실을 갖춘 제법 큰 여행사 사장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단체 여행객들을 시리아 곳곳의 관광지로 보내고 그들의 교통수단과 호텔 예약, 식사 등을 준비해 외국 여행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멋진 양복을 입고 공항에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관광객을 마중했다. 사무실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있었고 전국 각지에 우리 회사와 협력하는 여행업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살던 단독 2층집은 다마스쿠스에서 꽤 잘사는 지역에 있었다. 그의 가족은 치자꽃 향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정원을 특히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국외로 빠져나온 피난민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박물관

시리아는 우리나라가 국교를 맺지 않은 유일한 중동국가다. 그래서 자주 접할 수 없었지만, 나라 전체가 박물관 같은 곳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인 시리아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종착지이며 바빌로니아부터 오스만튀르크 시대의 유적이 나라 전체에 즐비하다.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6점을 비롯해 수백 점의 고대·중세 유적이 있다.

특히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중부 사막지대 한가운데의 고도(古都) 팔미라 유적지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솔로몬 왕이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팔미라는 무역으로 번창한 도시로 사막 한가운데 신비로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 로마제국 원형극장 중 보존이 가장 잘됐다는 보스라 지역의 야외 원형극장과 산 정상에 견고하게 축성된 ‘크락 데 슈발리에 십자군 성채’ 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명 관광지다.

기독교인들의 성지 순례 장소로도 인기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사도 바울이 말에서 떨어진 자리에 만든 낙마교회 등 성서 유적지와 예수 시대의 언어인 아람어가 사용되는 도시 마룰라도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보고 싶어 하는 역사적인 성소(聖所)다. 이슬람교도에게도 시리아는 특별한 존재다. 비잔틴 시대 때 교회로 사용됐다가 이슬람제국이 들어선 이후 모스크로 개조된 우마야드 사원은 이슬람 신자들에게도 신성한 장소다.

종교적인 관광지를 제외해도 수도인 다마스쿠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속(Soq)이라 불리는 고풍스러운 느낌의 재래시장을 보면 필자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도시로 날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가는 곳마다 유적지, 보는 것마다 유물이라 할 만큼 시리아 전역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유적 향해 포격

예전의 시리아는 북한처럼 아주 폐쇄적인 국가였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이란 등과 함께 ‘악의 축’ 국가로 꼽은 나라다. 일단 시리아에 입국하면 ‘외국인=미국의 스파이’라는 취급을 받아 곳곳에서 감시의 눈길을 받아야 한다. 국가기관의 정보원이 관광객들에게 따라붙는다. 필자가 취재비자로 입국할 때도 북한에서처럼 항상 정보원이 따라 다니며 취재 활동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했다.

하지만 2000년 바샤르 알 아사드가 대통령에 오른 뒤부터 시리아는 달라졌다.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에 오른 그는 비록 독재 정치를 했지만 영국에서 성장한 엘리트에 안과의사 출신이라 서구문화에 익숙한 지도자였다. 그는 미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시리아를 관광 국가로 거듭나게 하려고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했다. 걸프 국가 등과 비교해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적은 시리아는 이 자원들을 대체할 산업으로 관광산업을 눈여겨보게 됐다. 시리아 전역의 주요 유적지와 시가지를 정비하고 호텔을 신축했고 교통편의시설을 늘렸다. 또 폐쇄된 국가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의 공항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관광 국가의 면모를 갖춰갔다.

2008년 고고학자들이 1200년 전 교회의 잔해를 시리아 중부에서 발굴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이는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발견된 교회 유적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다마스쿠스에서 동북쪽으로 약 245㎞ 떨어진 시리아 중부 팔미라에서 발견된 이 교회는 8세기경 지어진 것으로 이 지역에서 발굴된 4번째 교회였다. 기초 부분이 가로 47m, 세로 27m이고, 기둥은 약 6m에 달했던 것으로 보이며 지붕까지의 높이도 15m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고대 문화유산을 보러 시리아로 몰려들었다. 시리아 전역의 주요 유적지에서는 이웃 아랍권 국가들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덕분에 시리아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2008년 대비 15% 늘어난 367만 명의 관광객을 2009년에 끌어들여 49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2009년에는 전년 대비 26% 늘어난 유럽 관광객에 힘입어 유엔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전체 관광객 증가 부문 순위에서 세계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1년 2월,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화 혁명이 시작됐다. 시리아 전역이 정부군과 반군의 전쟁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자 외국 관광객 대부분은 여행을 취소했다. 유적지는 관광지에서 전쟁터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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