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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치킨공화국’의 사회경제학

왜 우리는 1.5㎏ 닭만 먹을까

좋은 닭, 나쁜 닭, 아픈 닭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왜 우리는 1.5㎏ 닭만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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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내 육계 1.5kg…미국 닭 60% 크기
  • ● 24시간 불 밝히고 배설물 쌓이는 양계장
  • ● 선진국 부분육 공세 대응하려면 큰 닭 키워야
왜 우리는 1.5㎏ 닭만 먹을까
우리는 ‘작은 닭’을 먹는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육계 출하 평균 체중은 1.5kg이다. 중국(2.6kg), 브라질(2.2kg)의 평균 체중에 크게 못 미친다. 세계 육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2.4kg)의 60% 수준이다. 평균 사육일수도 크게 차이난다. 우리나라 육계는 평균 35일간 사육한다. 중국(55일), 미국(46일), 브라질(45일)보다 10~20일 일찍 잡는다.

양계업자, 축산 전문가 등에게 까닭을 물었다. “우리 국민이 1.5㎏ 닭을 좋아한다” “1.5㎏짜리가 통닭으로 튀기기 딱 좋은 크기” “우리나라에선 닭이 무게가 아니라 마리 단위로 유통되기 때문”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그런데 이규호 강원대 동물영양자원공학과 교수는 “육계 수컷의 경우 성장이 비교적 빠른데도 사육 기간이 짧은 것은 폐사율(사망률)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닭과 배설물 뒤섞인 계사

육계 출하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은 경제적 효용이다. 닭에게 가장 적은 사료를 먹이고, 가장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을 때 닭을 잡는다. 이때 중요한 게 폐사율과 육성률이다. 육계는 4만~5만 마리의 병아리를 한꺼번에 계사(鷄舍)에 넣어 키운다. 이 중 일부 병아리, 닭은 매일 폐사한다. 죽은 닭은 유통할 수 없다. 병아리일 때는 몰라도 20일 이상 사료를 먹은 닭이 죽으면, 그 금전적 피해는 고스란히 양계 농가에 돌아간다.

지난해 5월 국내 모 계육업체가 한국 본사와 미국 자회사의 양계 육성률을 발표했다. 한국 본사 육성률은 96.18%. 미국 자회사 육성률(96.85%)보다 0.67%포인트 낮았다. 작은 차이 같지만 육계 수만 마리를 동시에 사육하는 양계 농가의 손해를 따져보면 꽤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령 병아리 5만 마리를 키울 경우 육성률이 1% 떨어지면 500마리가 덜 생산된다. 마리당 5000원으로 도매가격을 계산하면 1회 사육할 때 250만 원의 수익이 줄어든다. 그런데 닭은 왜 폐사할까. 한 수의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닭도 사람과 같다. 뼈가 단단하고 혈관 분포가 제대로 돼야 근육, 지방이 붙고 오래 산다. 국내 양계농가들이 닭을 급성장시키다보니 혈관 분포는 부실하고 체중만 비대해진다. 그러면 동맥경화, 관절염, 뇌졸중 등에 걸려 급사한다.”

이른바 SDS(Sudden Death Synd-rome)다. 멀쩡하던 닭이 갑자기 ‘빨딱’ 엎어져 죽는다고 업계에선 ‘빨딱병’이라고 한다. 그는 국산 닭이 작은 크기에서 출하되는 것을 닭의 폐사율과 연결해 설명했다. 육계 폐사율이 높은 편이라 1.5kg 정도로 크면 ‘죽기 전에’ 빨리 유통시키는 관행이 1970년대부터 고착됐다는 것.

그는 국내 육계 폐사율이 높은 원인으로 양계 축사 환경의 후진성을 꼽았다. 우리나라 계사는 대부분 평사에 깔짚을 깐 형태다. 작은 공간에 닭을 몰아넣는 ‘밀집사육’을 한다. 일부는 비닐하우스로 덮은 간이 계사다. 대부분의 계사는 24시간 불을 켠다. 닭은 어두우면 밥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온종일 불 켜진, 움직일 틈도 없는 계사에서 닭은 쉼 없이 사료를 먹는다. 더 큰 문제는 배설물이다. 한 축산학 박사의 말이다.

“닭은 끊임없이 변과 오줌을 쏟아낸다. 그런데 계분이 깔짚에 흡수되지 않으면 큰 문제다. 간이 계사의 경우 환기가 어려워 습도가 높다. 짚 아래 계분이 마르지 않은 채 계속 쌓인다. 닭은 앉아서 자기 때문에 발, 배에 계분이 묻는다. 닭에 세균, 곰팡이가 옮겨간다. 밀집사육 때문에 움직일 공간도 부족하다.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전북 지역에서 계사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점차 ‘동물 친화적인 계사’가 확산되지만, 상당수 계사에서 깔짚과 변이 구분되지 않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농촌진흥청 서옥석 박사도 “최소한 환기라도 자주 해 깔짚 위의 배설물이 마를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간이 축사 중 그런 시설이 안 된 곳이 있다”고 지적했다.

왜 우리는 1.5㎏ 닭만 먹을까

고상식 축사는 바닥에 짚을 깔아주는 대신, 촘촘한 플라스틱 망을 설치해 닭의 배설물을 바닥에 모은다(왼쪽). 깔짚을 이용하는 일반축사(오른쪽)와 육성률에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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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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