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뻥’ 車 연비에 ‘뻥’ 뚫린 신뢰

소비자 5000명 집단손해배상 소송 전말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11-20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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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국산차 2종·수입차 4종 ‘연비 과장’ 발표
    • 현대차 자발적 보상 결정, 5개 업체는 침묵
    • 2013년 소비자 개별소송에선 車 업체 승소
    • “전체 피해자 대변하는 집단소송제 도입해야”
    ‘뻥’ 車 연비에 ‘뻥’ 뚫린 신뢰

    7월 7일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들이 국내외 차량 6종이 허위로 연비를 표시했다며 소비자 1700여 명이 자동차 제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소비자 1700여 명은 국내외 차량 6종이 허위로 과장 연비를 표시했다며 해당 제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에서 자동차 연비 과장에 대한 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소송의 근거는 6월 26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연비 사후관리 조사 결과 발표. 이날 국토부는 싼타페(현대), 코란도스포츠(쌍용)의 연비가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발표했고, 산업부는 티구안(폴크스바겐), 미니쿠퍼컨트리맨(BMW), A4(아우디), 지프그랜드체로키(크라이슬러)의 연비가 부적합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현대차는 국토부에 과태료를 납부하고 싼타페 구매 고객에게 연비 차이에 대한 보상으로 개별 소비자당 현금 4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5개 업체는 여전히 정부 부처와 연비 과장 여부를 두고 다툰다. 법조계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소송 원고는 5000여 명으로 늘었다.

    ‘실주행 연비와 차이’ 광고

    차량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공인 연비는 뻥연비” “개별 차량 연비는 ‘로또’다” “새 차 살 때 ‘뽑기’를 잘 해야 오래 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특히 2012년 11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10~2012년 미국 시장에서 팔린 현대·기아차 20개 차종 중 13개 차종의 연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발표하면서 국산차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의문이 증폭됐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환경보호청 발표 직후 즉각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자발적 보상계획을 내놓았다. 그러자 국내 소비자들은 “외국 소비자에게는 ‘통 큰 배상’을 하면서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국내에서는 왜 배상을 안 하냐”고 비판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제재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국내 기준에는 연비 측정 시 차량 예열온도, 도로 조건 등 전제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대·기아차가 자사에 유리한 조건에서 연비 측정을 한 것은 맞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위법성을 따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현대·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며, 외국산 자동차가 국내에서 연비를 발표할 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듬해 1월, 재판부도 자동차 제조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이후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i30 등 현대·기아차를 구입한 소비자 3명이 제조회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원고(소비자)가 패소한 것. 당시 재판부는 “현대·기아차는 해당 제품 광고에서 ‘본 연비는 표준모드에 의한 연비로서 도로상태, 운전방법, 차량적재 및 정비 상태 등에 따라 실주행 연비와 차이가 있다’고 명시했으므로 현대·기아차가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당시 2건의 소송을 진행한 김웅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재판부가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며 항소했다.

    “‘표시연비’가 균일한 도로상태, 평균적 운전습관에서 나오는 거라면 ‘실주행 연비’는 특정한 도로에서 특정한 운전자가 특정 상태에서 운전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것은 표시연비와 실주행 연비의 차이가 너무 커 컨디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표시연비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볼 수밖에 때문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우리가 ‘개인이 실주행했을 때 연비와 표시연비엔 차이가 있다’는 ‘초보적인 주장’을 한 것처럼 판결을 내렸다.”

    ‘뻥’ 車 연비에 ‘뻥’ 뚫린 신뢰

    싼타페(현대자동차·왼쪽)와 코란도스포츠(쌍용차·오른쪽)는 산업부 연비 사후관리 조사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 산업부의 엇갈린 판단

    공식 표시연비는 실험실에서 측정된다. 러닝머신처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차대 동력계’에 차량을 올려놓고 가스 분석계와 채취관을 연결해 주행 대비 연료 소비량을 측정한다. 시내 도로를 운전하는 상황을 따지는 ‘도심주행모드’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황을 따지는 ‘고속도로 주행모드’를 각각 조사해 비율에 따라 최종 표시연비를 정한다. 여기에 고속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저온조건 등 실주행 여건을 고려해 만든 보정식(5-cycle)을 대입한다.

    소송에서 원고 측은 “공식 연비 측정 방법이 자동차 제조업체에 유리하게 설정됐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도심주행모드는 17.85㎞를 평균시속 34.1㎞/h로 달린 상황을 측정한다. 하지만 10년간 서울의 도심 평균 통행속도는 17㎞/h를 밑돌았다. 교통체증을 덜 반영한 만큼 연비가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 김 변호사는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되는 조건이다. 소비자를 현혹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6월 26일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사후관리 조사 발표는 오히려 논란을 증폭했다. 14개 차종을 검사한 국토부는 싼타페, 코란도스포츠 등 국산차 2종이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발표했지만, 산업부는 검사한 33개 모델 중 A4, 티구안, 지프그랜드체로키, 미니쿠퍼컨트리맨 등 수입차 4종의 연비가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국토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싼타페, 코란도스포츠가 산업부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왜 같은 차종에 대해 두 부처의 조사결과가 달랐을까. 양측을 조율한 기획재정부는 “국토부와 산업부의 검증방식,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에 근거,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차량 1대를 이용해 복합연비(도심 55%, 고속도로 45%)를 측정한다. 산업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한국석유관리원 등이 차량 3대를 이용해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를 각각 측정해 둘 중 하나만 5% 이상 오차가 발생해도 부적합 판단을 내린다. 기재부는 “정부가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해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며 “연비 사후관리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연비 측정방법과 세부기준도 객관성, 신뢰성이 제고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의 불협화음이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업체에 면죄부를 준 꼴”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현대·기아차 측은 “부처마다 측정 방법이 다르니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쌍용차 측도 “부처 간 조율도 안 된 채 발표부터 하니 업체로서는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효율적 보상’ vs ‘생색용 보상’

    쌍용차는 향후 국토부와 청문회를 열어 소명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해당 모델은 이미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에 차량 라벨을 바꿀 필요는 없다. 다만 과태료, 집단 소송, 소비자 보상 등의 문제가 얽혔는데 그전에 국토부 소명이 먼저다. 아직 소송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국토부 발표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 현대차 측은 “연비는 다양한 외부 요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시험 설비, 시험실 환경 요인, 차량 고정 방식, 시험연료 등 다양한 기술적 요인에 따라 편차가 발생한다. 같은 운전자가 같은 차로 같은 도로를 운전해도 연비 차이는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싼타페 개별 소비자에게 최대 40만 원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연비 과장을 100%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업으로서 소비자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혼란스러울 고객 처지를 고려해 자발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자발적 보상에 나선 것은 미국 소비자 보상 결정 이후 부정적이던 국내 소비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또한 국토부와 각을 세워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보상금액 40만 원은 국내 연간 평균 주행거리인 1만4527㎞, 경유값 1650원을 기준으로 5년간의 연비 차액을 설정한 것이다.

    연비 과장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YMCA는 현대차의 보상 결정에 대해 “소비자 14만 명 전원에 대한 일괄 보상이라 의미가 크다. 집단소송제도가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가장 효율적인 보상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보상 결정 이후 현대차 대상 연비 소송 원고는 오히려 늘었다. 집단소송에 참가한 한 소비자는 “생색내기 보상”이라고 비판했다.

    “발표 이후 ‘속았다’는 게 확실해져 매우 불쾌했다. 보상 발표를 듣고 ‘차 값이 3000만 원 넘는데 고작 40만 원 먹고 떨어지라는 건가’ 싶어 기분이 더 나빴다. 출퇴근용으로 차를 쓰는데 1년간 3만㎞ 이상 주행했다. 대부분 서민은 차 한 대 사면 10년 이상 탄다.”

    현대차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서 원고가 현대차에 청구한 보상 금액은 150만 원. 자발적 보상액의 3배가 넘는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미국 소비자에게 보상한 평균금액은 353달러(약 37만 원)로 한국 소비자 보상액과 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웅 변호사는 “미국 소비자 중 보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경우만 이에 해당한다. 매년 보상금을 받는 경우는 보상금 상한선이 없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측은 “미국 내 보상 상한 기한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소비자는 매년 자동차 운행거리 등 증명서류를 제출해 마일리지 카드로 보상을 받는다. 그 액수가 크지 않고 과정이 귀찮아 미국 소비자도 일시금 보상을 선호한다”고 반박했다.

    “과태료 근거로 개별 소송을”

    산업부가 부적합 판정을 내린 수입차 4개 모델 제작사는 어떤 방침일까. 산업부 발표 5개월이 지난 11월 중순까지 별 다른 진전이 없다. BMW 측은 “아직 산업부가 과태료를 확정하지 않아 납부하지 않았다. 소명 자료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 소송 역시 산업부 과태료 확정 이후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반응었다.

    11월 12일 산업부 담당자에게 문의하자 “11월 중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기가 늦어진 것에 대해선 “국토부와 차이 난 부분을 조율하고 수입차 4개 업체의 소명을 듣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애초의 발표대로 4개 업체에 모두 부적합 판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태료 부과 이후에도 수입차 업체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태료는 얼마나 될까. 국내법에서 연비 과장에 대해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10억 원이다. 반면 미국 환경청은 11월 현대·기아차에 연비 과장 책임을 물어 1억 달러(약 1074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현대·기아차는 온실가스 규제 차원에서 적립한 온실가스크레딧 중에서 2억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475만 점을 미국 환경청과 법무부에 의해 삭감당했다. 우리 정부의 과태료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과태료 부과는 피해자 보상과 무관하다. 기재부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외에 개별 소비자에 대해 보상을 명령하는 제도가 없다”며 “소비자가 손해배상과 관련된 법률 절차를 진행할 때는 본인이 판단해 필요한 사법적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담당자는 “별도 보상 기준은 없다”면서도 “정부에서 문제가 인정된 만큼 소송에 유리한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업체가 현대차처럼 일괄적 보상을 결정하지 않는 한, 소비자가 보상받을 유일한 방법은 개별 소송이다. 법조계에선 “하자담보책임 시효가 6개월이므로 정부 발표일(6월 26일) 6개월 후인 12월 25일까지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내에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단소송제란 회사나 특정인의 잘못된 행동에 의해 다수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자 중 일부가 전체를 대표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하는 제도. 집단소송을 통한 법원 판결은 소송 당사자뿐 아니라 피해자 전체에 효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국내엔 증권 분야 이외엔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서영교, 박민식, 우윤근 의원이 각각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집단소송제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김웅 변호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연비 소송의 경우 전체 피해자 보상액을 합치면 큰돈이지만 개인에게는 100만~200만 원 수준이다. 변호사 수임료가 최소 500만 원이라 선뜻 개인 소송에 나서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원고 5000명이 모였다는 건 그만큼 연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크다는 의미다. 소송을 하지 않는 피해자도 보상받을 수 있게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회장님 결단…연비 향상할 것”

    11월 6일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평균연비 25%를 높이는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 주요 차종 경량화,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를 통해 2020년까지 자사 전 차종 평균 연비를 2014년보다 25%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임원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연비 향상에 대한 특명을 내렸다”고 전했다.

    자동차는 개인이 구매하는 가장 고가의 소비재 중 하나. 하지만 소비자가 접하는 정보는 업체가 제공하는 설명 자료와 정부 공인 표준연비가 거의 전부다. 자동차 유지비에서 유류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매우 높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업체는 소비자에게 더욱 철저한 연비 정보를 전달하고 연비 개선에 앞장설 의무가 있다.

    Interview | 집단소송 이끄는 김웅 변호사

    “착수금 없고 위험부담 사전 공지”


    ‘뻥’ 車 연비에 ‘뻥’ 뚫린 신뢰
    6개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집단소송을 제기한 김웅 변호사는 2012년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i30 연비 과장 소송을 맡은 적이 있다. 그 자신도 현대·기아차의 고객이다.

    “2006년 아내가 첫아이를 가졌을 때 처음 차를 샀다. 1995년식 아반떼 중고차였다. 2010년, 둘째 출산에 맞춰 꽤 큰돈을 들여 기아차 쏘렌토 새 차를 샀다. 차를 살 때부터 연비를 꼼꼼히 비교했다. 처음 차를 살 때 공인 연비가 13.2㎞/ℓ였는데 실제 차량 계기판에 나온 연비는 7.5㎞/ℓ 수준이었다. 황당했다. 내 운전 습관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이후 급출발을 안 하고 운행 속도도 줄였지만 연비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2012년 11월 미국의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 논란을 접했다.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5000여 명이 소송에 참여했는데.

    “인터넷 카페나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연비소송’ 키워드를 치면 우리 카페 주소가 나오도록 ‘키워드 광고’를 했다. 연령은 천차만별이고 나이 든 분도 많다. 인터넷을 못해 팩스로 서류를 보내거나 직접 찾아와 접수하는 분도 있다.”

    -사실 집단소송에 대해 “특정 변호사가 인지도를 높이려는 쇼맨십이다” “승소 가능성이 낮고, 소송인단은 인지대만 날린다”는 비판도 있다.

    “절대로 누군가에게 소송에 참여하라고 설득하거나 성공 가능성을 부풀려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부담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소송인단으로 들어오기 전에 ‘150만 원을 청구한 경우 패소했을 때 법원에서 소송비용을 청구하면 오히려 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1인당 1만 원 수준이지만 꼭 알려준다.”

    -소송 참여자들이 부담한 금액은 얼마인가.

    “착수금 없이 인지대 7500원만 내면 된다. 인지대 내는 걸 꺼리는 분을 위해 일부청구제도를 이용한다. 청구금액을 1만 원으로 하면 인지대는 800원이다. 그건 내가 낸다. 소송 승소가 확실해지면 청구 취지를 확장할 수 있다. 일부 원고는 이런 방식으로 참여한다.”

    전남대 로스쿨 1기 출신의 김 변호사는 변호사 개업 당시 특이한 이력이 화제가 됐다. 중졸 학력으로 20대 중반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92학번), 1997년 진보정당 ‘국민승리21’에 가입하면서 정당 활동을 시작해 국회의원과 시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2008년 서울 관악구 지역 진보신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후, 뒤늦게 변호사의 길을 결심했다.

    “무료법률상담 전화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정치는 다수를, 감정과 이성으로 설득하는 일이라 많은 정력이 필요하지만 변호사는 합리적 이성을 가진 재판관을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다수를 설득하는 정치에 지쳤다. 지금은 정치에 대한 꿈을 접고, 변호사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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