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욕망의 사회에서 살림의 사회로

맺는 글 -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하여

  •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2014-11-25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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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교훈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을 소홀히 해왔는지를 생생히 증명하는 동시에 우리 공동체가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주었다. 그동안 모범적으로 일궈왔다고 자부해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한번에 무색하게 만든 세월호 참사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새로운 시대정신의 하나로 부각했다.

    안전의 반대말은 ‘위험’이다. 이 위험은 ‘자연적 위험’과 ‘인위적 위험’으로 나뉜다. 각종 자연재해가 자연적 위험이라면, 경제·사회발전이 가져온 환경 파괴 등은 인위적 위험이다. 한 개인의 생애사나 한 사회의 구조사의 도처에 위험은 널려 있다. 우리 인간의 생명과 생존을 위협하는 이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느냐는 매우 중대한 국가적, 사회적 과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삼중의 과제가 요구된다.

    첫째, 정부는 국민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재난 대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후 대처만이 아니라 사전 예방에도 주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재난 컨트롤타워를 다시 만들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시민사회 간 유기적 협력으로서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위험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위험의 외주화’를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둘째, 안전 사회를 위한 시민의 태도와 문화도 변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의식’이다. 의식주를 포함한 개인적 생활이든 직업을 포함한 사회생활이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것 가운데 하나는 안전불감증이다. 안전은 이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만 허용된다. 이를 도외시하면 예기치 않은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 점에서 자연적 위험이든 인위적 위험이든 위험을 인지하고 이에 대처하는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안전을 경제적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삶의 기본 조건으로 인식하는 안전의 시민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거시적 맥락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돌아보면 우리 공동체는 ‘욕망의 사회’로 특징지어져왔다. 국민을 둘로 갈라놓는 ‘두 국민’ 정치, 감세·민영화·규제 완화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경제, 법치적 권위주의로 특징지어지는 낡은 국가-시민사회 관계,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점철된 이기적 개인주의 문화, 무한경쟁을 강제하는 세계화는 ‘욕망의 사회’의 대표적인 징표였다. 이런 욕망의 사회의 특징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전 사회와 양립하기 어렵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욕망의 사회에서 ‘살림의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살림의 사회’는 갈라진 사회구조를 통합하는 ‘한 국민’ 정치,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지는 ‘조정 시장경제’, 국가-시민사회 간의 경쟁적 협력을 강화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가 생산적으로 결합하는 연대적 개인주의, 그리고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세계화를 지향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살림’, 국민 다수의 가계 및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살림’을 포괄하는 새로운 살림의 정치와 경제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무를 우리 사회는 안았다.

    산업화 시대 30년, 민주화 시대 30년에 가까운, 역사의 한 순환을 마감하는 현재, 우리 사회는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 앞에 서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는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살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 발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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