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항균 물비누, 물티슈 안전할까?

생활용품

  •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입력2014-11-25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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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균 물비누, 물티슈 안전할까?
    우리가 매일 집과 학교, 직장에서 흔히 접하는 화학물질은 대략 1000종류에 달한다. 그 가운데 인간에게 해로운 곤충이나 세균 등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인 바이오사이드도 있다. 바이오사이드는 생물을 죽이려 만든 화학물질이다. 살(殺)생물제인 바이오사이드, 과연 인간에게는 안전할까?

    거칠게 말하자면, 그 대답은 ‘안전하지 않다’다. 바이오사이드에 대한 최선의 안전수칙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에게 거의 무해한 바이오사이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 확신할 수는 없다. 화학물질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불완전하다.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우리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던 산모와 영유아 호흡기 질환 사망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인 PHMG와 PGH를 지목했다. 가습기에 생기는 물때를 제거하기 위해 널리 사용했던(그것도 우리나라에서만!) 가습기 살균제가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음이 이후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살균 목적으로 샴푸나 물티슈 등에서 널리 사용됐으나 이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노출될 때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물비누나 치약 등에 항균제로 널리 사용돼온 트리클로산(triclosan)이란 물질이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물질의 항균 효과가 없으며 매일 장기적으로 사용할 때 호르몬 이상 등 건강 피해가 혜택보다 클 수 있음을 발표했다. 부작용은 물론 주 효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40여 년 동안 이 물질을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보잘것없음을 잘 보여준다.

    화학물질의 효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살충제 덕분에 모기 등 절족동물에 의해 매개되는 치명적 전염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었다. 항균 세제나 물티슈, 좀약 등도 모두 개인위생 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 모기가 많은 산책길에 나서면서 아이의 손목에 모기밴드를 채우고 벌레 퇴치제를 뿌려주는 것이, 모기에 물리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바이오사이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 최선 : 이 제품을 꼭 써야 하는지 먼저 반문해보자. 그 제품을 쓰지 않고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 않은가. 모기 퇴치 제품 대신 모기장을 치는 건 번거롭다. 하지만 화재나 화학물질 노출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낫다. 바퀴벌레약이나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는 대신, 청소와 제습과 환기를 병행하는 것은 더디고 수고롭다. 하지만 이러한 수고로움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건강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 차선 :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면, 안전한 대안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항균물비누를 사용하는 대신 일반 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 고형 비누는 사용하는 양도 적어서 유해물질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수구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가는 유해물질의 양도 줄일 수 있어 좋다. 물티슈에는 방부 또는 항균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물티슈로 손이나 얼굴을 닦는 대신 차라리 물과 비누, 손수건을 이용하는 게 낫다. 약간 번거롭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 차차선 :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에게, 특히 민감한 영유아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환기를 잘하거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모기약을 뿌리더라도 방을 충분히 환기한 다음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다. 염소계 세제(락스 등)로 청소할 때는 희석 비율을 잘 지키고 충분히 환기하면서 청소해야 한다. 아이 가까이에 두면 안 되며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바이오사이드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도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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