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효능·안전성 충분히 입증 안 돼

건강기능식품

  • 명승권 의학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

    입력2014-11-25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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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능·안전성 충분히 입증 안 돼

    각종 영양이 풍부하다는 건강기능식품(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사람 대상 역학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많이 먹는 사람은 적게 먹는 사람보다 암이나 심혈관질환 발생이 10~20%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각종 비타민, 항산화물질, 기타 영양물질에 있다. 그래서 수십 년 전부터 과일과 채소 등으로부터 천연 비타민, 항산화물질 등을 추출하거나 이들 영양 물질과 화학적 구조가 같도록 합성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1위를 차지하는 홍삼은 현재까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하다. 2위인 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의 경우 47편의 임상시험 보고를 종합한 결과 오히려 사망률을 5% 높인다는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종합하는 통계분석) 논문이 2007년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렸다. 그리고 올해 2월,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에서는 개별 비타민제나 종합비타민제는 암이나 심혈관질환 예방에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베타카로틴은 폐암 발생 위험을 오히려 높이고 비타민E는 효능이 없기 때문에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안으로 만들었다. 이외에도 비타민제가 감기나 피로회복 혹은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아직 입증된 바 없다. 오메가-3 지방산보충제의 경우에도 2012년 14편의 임상시험 보고를 종합한 결과 심혈관질환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에서 2차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의 목적으로 효능이 없음이 밝혀졌다.

    유산균 제품인 프로바이오틱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임상시험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들 임상시험을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설사를 줄이거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죽이거나 감기와 같은 상기도 감염을 줄인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이들 개별 임상시험 연구의 질적 수준이 높지 않은 데다 유산균 제조회사로부터 연구비 지원 여부도 밝히지 않은 논문이 많고 개별 임상시험의 연구 대상자 수도 적다는 점 등에서 연구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권고할 근거가 낮다.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의 경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2년부터 건강보험급여 목록에서 제외했다. 이미 발표한 임상시험을 종합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해당 제품의 제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행한 연구나 질이 낮은 연구에서만 관절 통증 감소 등의 효과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은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1957년 독일 그뤼넨탈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탈리도마이드라는 진정제는 1962년 중반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미국 등지에서 임신 3개월 미만 초기 임산부의 입덧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어 개원가에서 처방을 많이 했다. 하지만 40여 개국에서 1만 명 이상의 팔다리가 짧은 해표상기형아가 태어나 판매가 중지됐다. 비단 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 기능성 원료제품 역시 단기적인 효능만을 확인할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대규모의 질적 수준이 높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까지 입증된 후 시판해야 한다. 정부와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최신의 임상시험 결과와 이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 논문을 검토해 그 효능(기능성)과 안전성을 근거중심의학에 기초해 엄격히 재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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