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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은 자꾸 드러내라

산업재해

  •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일과건강’ 사무처장

위험은 자꾸 드러내라

위험은 자꾸 드러내라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서 한 산재 환자가 직업 복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허리 근력을 단련하는 재활운동을 한다.

산업재해는 ‘일하는 사람이 일 때문에 사망하거나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는 약 2700만 명이다. 이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고 있으며 일하는 과정에서 재해를 겪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이 겪는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사람 중 약 9만2000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이 중 1864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253명이 다치고 5.1명이 사망한다는 얘기다.

이 통계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사망재해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록이다. 하루 253명에는 내가 포함될 수도 있다. 내 가족, 친구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 통계는 실제 발생 건수의 12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유력한 주장도 있어 산업재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산업재해는 12분의 1밖에 드러나지 않는 것일까. 우선 산업재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자신에게 닥친 사고 또는 질병이 직업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업재해(산재) 신청을 안 하게 되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두 번째, 산재 신청을 할 경우 사업주 눈 밖에 나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도 아니라면 산재 신청을 했는데 직업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산업재해 규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산업재해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성장’을 우선시해 ‘안전’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사항이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사업주가 많지 않다. 사고나 집단 질병이 발생한 사업장을 들여다보면 안전상 조치나 보건상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릴 이유가 없어지는데도 말이다. 예방 조치를 하는 것에 비용이 들고 이것이 ‘성장’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고용노동부의 ‘기업 봐주기’ 관행 때문에 법 위반에 대해 대부분 가볍게 처벌해 사업주의 예방 활동은 더욱 더디다.

법이 있어도 잘 안 지키고 정부의 감독 기능 역시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 처지에서는 사업주와 정부에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

그러나 스스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일을 하면서 ‘다칠 것 같다’ ‘아프다’ ‘병든 것 같다’ ‘위험할 것 같다’고 인지한 경우 일을 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상 조치를 한 후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재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안이다. 이는 현행법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로 명시돼 있다.

최근 추락이나 폭발과 같은 재래형 사고도 많이 발생하지만 업무상 스트레스,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상사나 고객과의 갈등) 등으로 정신적 손상을 입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런 경우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에 명확히 보이지 않는 위험이기 때문에 개인이 겪는 위험을 조직이 위험으로 인식하게 끔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대책이 생긴다. 일하다가 병들거나 다치는 것을 회피할 권리는 헌법에도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있다. 예방이 최선의 안전책이다.

신동아 2014년 12월 호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일과건강’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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