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놀이터에서 개 용변 못 보게

애완동물

  • 이강원 동물칼럼니스트

    입력2014-11-25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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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에서 개 용변 못 보게
    지난해 어느 주말 아이들과 함께 아파트 놀이터에서 캐치볼을 했는데, 큰아들이 던진 공이 놀이터 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달려 공을 주워 놀이터로 다시 오려는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중년 부부가 진돗개를 놀이터로 데려와 용변을 보게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돼 “개를 놀이터에서 데리고 나가세요”라고 외쳤다. 부부는 망신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놀이터로 돌아오자 개의 대변, 소변이 보였다. 악취가 진동했다. 조금 전까지 모래놀이를 하던 곳이었다. 용변을 치운 후 관리사무실에 연락해 ‘개를 데리고 어린이놀이터에 출입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각 동 입구에 붙여달라고 당부했다. 필자는 왜 개가 놀이터에서 용변을 보는 것에 대해 민감했을까.

    두 가지 위험 때문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안전 문제. 개는 체구가 작아도 늑대의 후예다. 잠재적으로 공격 성향을 가졌다.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던 아이들은 놀이터로 온 개가 아무리 작더라도 무서워한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 수 있다. 그러면 무게 1kg에 불과한 치와와도 아이들을 물 수 있다. “우리 개는 절대 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주인만의 착각이다.

    다음은 개회충 감염 우려 때문이다. 대변에 섞여 배출된 개회충의 알이 사람 손에 묻어 입으로 들어가면 개회충에 감염될 수 있다. 만약 놀이터가 개들의 화장실 구실을 한다면 아이들이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성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개회충 알이 체내에서 부화하면 간, 신장, 눈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드물게는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성인에게도 발열, 복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놀이터같이 실컷 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놀이터마저 자신이 키우는 개의 화장실로 사용하는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이 위협받는다.

    고양이를 키울 때도 안전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일부 고양이는 사람을 무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고양이에게 물렸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상처를 방치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물리면 개에게 물린 것과는 다른 상처가 난다. 고양이의 송곳니는 개와는 달리 상당히 날카롭다. 따라서 그 송곳니에 물리면 상처가 깊게 날 수 있다. 상처가 깊다고 판단되면 병원에 가서 응급치료를 받는 게 좋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다.

    한 지인은 지난해 여름 키우던 고양이에게 손가락을 물린 적이 있다. 당시 그분은 상처 때문에 일주일간 입원했는데, 물린 후 “마치 맥박이 뛰는 속도에 맞춰 손가락에 통증이 왔다. 머릿속을 꼬집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고양이와 장난치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고양이 입에 넣고 장난치는 사람도 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 게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또한 타인의 고양이나 길고양이를 귀엽다고 쓰다듬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호의를 가지고 머리를 쓰다듬지만, 동물은 자신에 대한 위협적 행동으로 여기고 물 수도 있다.

    요즘 거북 같은 파충류를 사육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거북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파충류를 기르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인 살모넬라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질병관리본부는 애완용 작은 거북을 만지거나 배설물과 접촉한 후에는 비누로 손을 씻을 것과 사육 수조 청결 유지, 어린이와 환자는 되도록 파충류와 접촉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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