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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車 연비에 ‘뻥’ 뚫린 신뢰

소비자 5000명 집단손해배상 소송 전말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뻥’ 車 연비에 ‘뻥’ 뚫린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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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산업부의 엇갈린 판단

공식 표시연비는 실험실에서 측정된다. 러닝머신처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차대 동력계’에 차량을 올려놓고 가스 분석계와 채취관을 연결해 주행 대비 연료 소비량을 측정한다. 시내 도로를 운전하는 상황을 따지는 ‘도심주행모드’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황을 따지는 ‘고속도로 주행모드’를 각각 조사해 비율에 따라 최종 표시연비를 정한다. 여기에 고속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저온조건 등 실주행 여건을 고려해 만든 보정식(5-cycle)을 대입한다.

소송에서 원고 측은 “공식 연비 측정 방법이 자동차 제조업체에 유리하게 설정됐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도심주행모드는 17.85㎞를 평균시속 34.1㎞/h로 달린 상황을 측정한다. 하지만 10년간 서울의 도심 평균 통행속도는 17㎞/h를 밑돌았다. 교통체증을 덜 반영한 만큼 연비가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 김 변호사는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되는 조건이다. 소비자를 현혹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6월 26일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사후관리 조사 발표는 오히려 논란을 증폭했다. 14개 차종을 검사한 국토부는 싼타페, 코란도스포츠 등 국산차 2종이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발표했지만, 산업부는 검사한 33개 모델 중 A4, 티구안, 지프그랜드체로키, 미니쿠퍼컨트리맨 등 수입차 4종의 연비가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국토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싼타페, 코란도스포츠가 산업부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왜 같은 차종에 대해 두 부처의 조사결과가 달랐을까. 양측을 조율한 기획재정부는 “국토부와 산업부의 검증방식,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에 근거,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차량 1대를 이용해 복합연비(도심 55%, 고속도로 45%)를 측정한다. 산업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한국석유관리원 등이 차량 3대를 이용해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를 각각 측정해 둘 중 하나만 5% 이상 오차가 발생해도 부적합 판단을 내린다. 기재부는 “정부가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해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며 “연비 사후관리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연비 측정방법과 세부기준도 객관성, 신뢰성이 제고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의 불협화음이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업체에 면죄부를 준 꼴”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현대·기아차 측은 “부처마다 측정 방법이 다르니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쌍용차 측도 “부처 간 조율도 안 된 채 발표부터 하니 업체로서는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효율적 보상’ vs ‘생색용 보상’

쌍용차는 향후 국토부와 청문회를 열어 소명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해당 모델은 이미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에 차량 라벨을 바꿀 필요는 없다. 다만 과태료, 집단 소송, 소비자 보상 등의 문제가 얽혔는데 그전에 국토부 소명이 먼저다. 아직 소송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국토부 발표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 현대차 측은 “연비는 다양한 외부 요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시험 설비, 시험실 환경 요인, 차량 고정 방식, 시험연료 등 다양한 기술적 요인에 따라 편차가 발생한다. 같은 운전자가 같은 차로 같은 도로를 운전해도 연비 차이는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싼타페 개별 소비자에게 최대 40만 원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연비 과장을 100%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업으로서 소비자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혼란스러울 고객 처지를 고려해 자발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자발적 보상에 나선 것은 미국 소비자 보상 결정 이후 부정적이던 국내 소비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또한 국토부와 각을 세워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보상금액 40만 원은 국내 연간 평균 주행거리인 1만4527㎞, 경유값 1650원을 기준으로 5년간의 연비 차액을 설정한 것이다.

연비 과장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YMCA는 현대차의 보상 결정에 대해 “소비자 14만 명 전원에 대한 일괄 보상이라 의미가 크다. 집단소송제도가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가장 효율적인 보상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보상 결정 이후 현대차 대상 연비 소송 원고는 오히려 늘었다. 집단소송에 참가한 한 소비자는 “생색내기 보상”이라고 비판했다.

“발표 이후 ‘속았다’는 게 확실해져 매우 불쾌했다. 보상 발표를 듣고 ‘차 값이 3000만 원 넘는데 고작 40만 원 먹고 떨어지라는 건가’ 싶어 기분이 더 나빴다. 출퇴근용으로 차를 쓰는데 1년간 3만㎞ 이상 주행했다. 대부분 서민은 차 한 대 사면 10년 이상 탄다.”

현대차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서 원고가 현대차에 청구한 보상 금액은 150만 원. 자발적 보상액의 3배가 넘는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미국 소비자에게 보상한 평균금액은 353달러(약 37만 원)로 한국 소비자 보상액과 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웅 변호사는 “미국 소비자 중 보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경우만 이에 해당한다. 매년 보상금을 받는 경우는 보상금 상한선이 없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측은 “미국 내 보상 상한 기한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소비자는 매년 자동차 운행거리 등 증명서류를 제출해 마일리지 카드로 보상을 받는다. 그 액수가 크지 않고 과정이 귀찮아 미국 소비자도 일시금 보상을 선호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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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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