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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테크, 잔돈금융에 빠진 대학생들의 속사정

5개월 간 7만2095원…“조금씩 모아 주택청약 가입”

  • 문혜령 고려대 국제학부 4학년 hyeryeong7173@gmail.com

스니커테크, 잔돈금융에 빠진 대학생들의 속사정

*사바나 초원처럼 탁 트인 2030 놀이터.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장제민(25) 씨가 6월 7일 안암동 한 카페에서 모바일 증권앱으로 보유주식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문혜령 제공]

장제민(25) 씨가 6월 7일 안암동 한 카페에서 모바일 증권앱으로 보유주식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문혜령 제공]

대학생 김정훈(24) 씨는 6월 8일 ‘나이키 에어포스1 07 QS’를 15만6000원에 공식홈페이지에서 구입했다. 이 운동화는 나이키 코리아에서 한정 생산하는 시리즈 제품 중 하나다. 해외 소비자들은 재판매 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산다. 김씨는 같은 날 이 제품을 글로벌 재판매 플랫폼 스톡엑스(Stock X)에서 한 외국인에게 156.9달러(18만8000원)에 팔았다. 

김씨는 최근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에 푹 빠졌다. 그는 국내 중저가 브랜드 운동화를 구매해 더 높은 가격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되판다. 수요가 많은 한정판 재고를 찾기 위해 김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 네이버 쇼핑사이트와 나이키·아디다스·반스 등 브랜드 홈페이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접속한다. 반스 올드스쿨, 나이키 조던트레이너, 아디다스 오즈위고…. 김씨가 최근 7개월 동안 판매한 품목은 100여 가지를 웃돈다. 

김씨는 “단순히 운동화에 관심이 많아 시작했지만 이제 ‘리셀링(re-selling·재판매)’이 일상의 큰 부분”이라며 “경제가 불안정한 만큼 일찍부터 재테크를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린이 꿀팁, 대학생 투자비법 질문 세례

김정훈(24) 씨가 6월 8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한 ‘나이키 에어포스 1 ‘07QS’를 당일배송 받아 같은 날 오후 글로벌 재판매 플랫폼 스톡엑스(Stock X)에서 3만2000원 높은 가격에 거래한 내역. [문혜령 제공]

김정훈(24) 씨가 6월 8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한 ‘나이키 에어포스 1 ‘07QS’를 당일배송 받아 같은 날 오후 글로벌 재판매 플랫폼 스톡엑스(Stock X)에서 3만2000원 높은 가격에 거래한 내역. [문혜령 제공]

장기 취업난에 코로나19발 충격까지 겹쳐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청년들이 너도나도 재테크에 발을 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활동계좌는 올해 초 2935만 개에서 4월 말 3127개로 5%가량 늘었는데 이중에서 2030 비중은 50%를 넘었다.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연일 ‘주린이(주식+어린이) 꿀팁’ ‘대학생 투자 비법’ 등 재테크나 주식과 관련된 질문이 빗발친다. 대학교마다 투자 학회, 재테크 동아리뿐만 아니라 자발적 투자 스터디 모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급락장에서 주식거래를 시작한 취업준비생 장제민(25) 씨는 요즘 야간선물과 시가총액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장씨는 공무원시험 공부를 하면서도 휴대폰 화면 속 삼성전자, 카카오 등 IT종목 차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의 메모장은 PER(주가순이익), ROE(자기자본이익률),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주식용어를 정리한 내용으로 빼곡하다. 그는 “확실한 취업 전망이 없어 주식에 더 집착하게 된다”면서 “근로소득의 리스크가 금융소득만큼 커 보이는 씁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김태연(24) 씨는 최근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내 ‘재테크스터디’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김씨는 매주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내 안의 부자를 깨워라’ 등 재테크 기초서적을 읽고 토론했다. 김씨는 “사소한 돈 관리법을 배우러 들어갔는데 벌써부터 진지하게 금융소득을 계획하는 또래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는 유년기부터 낮은 경제성장률과 불안정한 고용시장,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저마다 크지 않은 금액으로 일찍부터 재테크에 도전한다. 중고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리셀링(re-selling·재판매)’이나 소액으로 투자나 저축을 하는 ‘짠테크(짜다+재테크)’가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재테크는 미래에 대비하는 ‘생존투자’다. 

대학생 박경희(27) 씨는 지난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600만 원 전부를 주식에 투자했다. 계좌에 5000원 밖에 남지 않자 그는 부모님 집에서 지내며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자금을 최대한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는 상황에서 주식이 돈을 벌 유일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금을 모아 소상공인 창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전역을 앞둔 군인들도 재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문경덕(24) 씨는 지난해 군복무 중 500만 원으로 펀드와 주식을 시작했다. 문씨는 일과 후 시간과 휴가를 활용해 짬짬이 모바일 증권앱으로 상품을 샀다. 문씨는 “요즘 분대마다 투자를 하는 사람이 한 명 씩은 있다”면서 “대부분 사회에 돌아가더라도 노력해서 가질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기에 조금이라도 벌어둬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 동안 병사 월급을 꾸준히 바이오주(株)에 투자한 나기정(25) 씨는 “투자는 이제 대학생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자본금 부족할 땐 잔돈금융

자본금이 부족한 청년들은 ‘잔돈테크(잔돈+재테크)’에 몰리기도 한다. 잔돈금융은 자투리 돈을 자동으로 모아 저축하거나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뱅크에서 출시한 잔돈 모으기 서비스 ‘저금통’에 출시 4개월 만에 200만 명이 몰렸는데 이중 70%는 2030 가입자였다. 

대학생 이영현(21) 씨도 그 중 하나다. 이씨는 매일 밤 12시 계좌를 확인한다. 계좌에 남은 1000원 미만의 잔돈이 연이율 2% 모바일 저금통에 자동 저축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난 5개월 동안 7만2095원을 모았다. 그는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족족 생활비나 월세로 빠져나갔다. 조금씩 모은 저축액으로 곧 주택청약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재테크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김재호(24) 씨는 2018년 인턴을 하며 귀동냥으로 정보를 얻고 바이오주에 3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약 6개월 뒤 주가가 급락하면서 순식간에 500만 원을 잃었다. 당시 군복무 중이던 김씨는 보완투자를 위해 군(軍)적금과 예금에서 총 300만 원을 빼냈다. 그는 “군대에서 멘탈이 많이 흔들렸다. 더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과 부모님께 말씀드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투자공부를 병행하며 리스크를 관리한다.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리스크(RISK)에서 리서치 팀장을 맡은 김현태(25) 씨는 “대학생들이 무작정 투자에 뛰어든다는 시각이 있지만 디지털 정보력을 활용해 체계적인 분석과 공부를 거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주 4일을 학회에서 전자공시시스템으로 기업의 영업실적과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데이터 수집을 하는 데 활용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예상 주가를 발표하고 금융권 선배들에게 조언을 받기도 한다. 

같은 동아리 회원인 김예지나(24) 씨도 “평소 스마트폰으로 국내증시 및 주요뉴스를 알림 받고 수시로 기사를 확인해 순정보량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며 “대학생들도 첫 투자를 위해 충분히 공부한다”라고 했다. 

조범근 예금보험공사 선임조사역은 “코로나19발 경제충격과 금리인하로 많은 이들이 예·적금을 해지하고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너도나도 투자를 시작할 때는 시장이 이미 풍부한 유동성 장세에서 종목장세나 변동성 장세로 전환할 시기라 손실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달콤한 수익률에 상응하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할 때”라고 덧붙였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문혜령 고려대 국제학부 4학년 hyeryeong71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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