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이재명 다음은 김경수? 친문 적자도 살아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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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7-16 16: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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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갈비 ‘테이크아웃’ 여부가 킹크랩 시연회 참가 ‘스모킹 건’

    • 결국 김 지사가 여론 조작 사전에 알았느냐가 쟁점

    • 공모는 드루킹 1, 2심에서도 인정한 사항

    •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 혐의는 변곡점 없어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스1]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무죄취지 환송 판결로 김경수 경남지사 드루킹 댓글조작 연루 의혹 재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판결이 연내에 최종 확정될 경우 유무죄 결과에 따라 내년 4월 광역단체장 보궐선거와 2022년 3월 대선 판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유죄가 나올 경우 총 유권자(4400만여 명·21대 총선 유권자 기준)의 32.4%(서울, 부산 경남)인 1425만여 명이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무죄가 확정될 경우 김 지사는 친문의 대표주자로 이낙연 의원, 이재명 지사와 함께 대권을 향한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김 지사는 2019년 1월 30일 댓글 조작 공모 혐의와 드루킹 일당에게 센다이 총 영사직을 제의한 혐의가 인정돼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가 4월 17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항소심 판결은 2019년 12월 24일 예정이었지만 계속 미뤄지다 2020년 2월 항소심 재판부가 법원 인사로 변경돼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은 현재 ‘닭갈비’가 스모킹 건이 돼 있다. 포장한 닭갈비 때문에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된 것.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함께 닭갈비를 먹느라, 김 지사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볼 수 없었다는 게 김 지사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반면 검찰 측은 당일 드루킹 일당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시연을 볼 수 있었다고 맞선다.

    ‘닭갈비 포장’이 검찰 보고서 뒤집나

    김 지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가 그 하나고, 드루킹 김모 씨(이하 드루킹) 측에게 센다이(仙臺)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가 다른 하나다. 검찰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주축이 된 경제적공진화모임(이하 경공모)의 아지트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이하 산채)를 찾아 킹크랩 초기 버전의 시연을 본 뒤,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외에도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검찰 측은 댓글 조작의 로그 기록과 김 지사의 이동 경로를 통해 11월 9일 김 지사와 경공모가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지사 보좌관이 당일 저녁 산채 근처에서 카드를 결제한 내역이 있었고, 당일 저녁 8시 7분~23분까지 드루킹 일당이 댓글을 조작했다는 기록을 찾았기 때문이다. 김 지사 측은 1심부터 ‘2016년 11월 9일 동선 상 시연을 볼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왔다.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과 한 시간가량 식사를 하고, 한 시간 가량 브리핑을 듣느라 시연회를 볼 수 없었다는 게 김 지사 측 주장이다. 



    당시 식사로 제공됐다는 메뉴가 닭갈비였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경공모 회원들이 식당에서 닭갈비를 먹고, 이후 김 지사를 산채에서 만나 킹크랩 시연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새 증인이 나오며 11월 9일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검찰 수사보고서에 오류가 생겼다. 6월 22일 공판에서 닭갈빗집 사장 홍모 씨가 드루킹 측이 닭갈비 15인분을 포장해갔다고 증언한 것이다. 이에 김 지사 변호인단은 수사보고서가 허위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김 지사는 당시 항소심 공판에 입정하며 “동선 상으로는 시연이 있을 수 없다는 저희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아직까지 특검이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검이 답을 해야 할 차례”라 말했다.

    검찰 보고서 뒤집어도 무죄 가능할까

    하지만 닭갈비가 재판에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도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했다는 혐의가 인정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법원은 드루킹에 대한 재판에서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 간의 댓글 조작 공모를 인정했다. 2월 13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김 지사와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일당에 대해 징역 3년형을 확정했다. 앞서 드루킹 일당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던 1·2심 재판장도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는 “댓글 조작이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져 김경수가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주도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의 조용호 부장판사도 “김경수가 속한 정당에 유리하도록 여론 조작을 한 뒤 김경수 측에 고위 공직을 요구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2심 재판을 맡았던 차문호 전 재판장도 1월 21일 재판부 변경 전 마지막 재판에서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은 넉넉히 인정된다”며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혐의인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 혐의에 관해서는 변호인단의 대응이 아직까지 없다는 것도 변수다. 2심 재판부가 바뀌면서 심리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의 관련 대응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신동아’는 김 지사 측에 대응에 관해 물었으나, 재판에 대한 답변이 조심스럽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 일지


    <2018년> 
    ▲8월 24일 : 검찰, 김경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
    ▲9월 21일 : 김경수 1차 공판준비가일 혐의 부인
    ▲12월 26일 : 검찰, 김경수에 징역 5년 구형. 댓글 조작 징역 3년, 댓글 조작 대가로 센다이 총영사 제안 징역 2년. 

    <2019년> 
    ▲1월 30일 : 1심 선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댓글조작) 징역 2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공직 거래 등)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김경수 구속 및 항소
    ▲4월 17일 : 법원(차문호 부장판사) 김경수 보속 허가. (법정 구속 77일)
    ▲11월 14일 : 검찰, 김경수에 항소심 징역 6년 구형. 댓글 조작 징역 3년 6개월, 공직 거래 징역 2년 6개월.
    ▲12월 24일 : 항소심 재판부 선고 연기. 

    <2020년> 
    ▲1월 20일 : 재판부 선고 연기.
    ▲2월 10일 : 재판부 변경. (함상훈 부장판사)
    ▲3월 5일 : 재판부 선고 연기.
    ▲6월 22일 : 항소심 공판. 김 지사 측, 닭갈빗집 사장 증언으로 검찰 수사보고서 허위라 주장.
    ▲7월 20일 : 항소심 공판.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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