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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수면이 외모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면의 질은 피부 노화뿐 아니라 생식력과 더 밀접하다. 잠을 푹 자는 여성이 생식력(수태력)이 월등히 좋다. 수면 중에는 다양한 호르몬(멜라토닌, 부신피질호르몬,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몸과 뇌가 모두 잠든 상태인 논렘(Non-REM) 수면 상태에서 성장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일반적으로 성장호르몬은 세포 재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큰 세포인 난자세포의 질이 좋고 나쁨 역시 수면의 질과 연관성이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유전자 활동을 비정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세포분열의 ‘에너지 발전소’ 구실을 하는 난자 속 미토콘드리아 DNA와 유전체가 변이되고 망가질 수 있다.
또한 수면은 체중과도 연관성이 있는데,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제어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감소하고 반대로 식욕 촉진 작용을 하는 그렐린이 증가해 몸에 지방이 쌓이게 된다. 비만은 체내 여성호르몬 양을 증가시켜 성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자칫 임신이 잘 안 되는 몸으로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체중의 급격한 증가나 급격한 살빼기는 난자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밤잠은 푹 자야 한다. 수면은 뇌뿐 아니라 심장과 근육, 위, 간 같은 생명 활동에 중요한 장기(vital organ)도 쉬게 한다. 그야말로 휴식시간이다. 그래서 되도록 야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특히 고칼로리 야식은 숙면을 더욱 방해한다.
불면증이 임신을 방해하는 이유
최근 수면과 착상의 연관성을 풀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정란(배아)이 모체의 자궁에 착상하는 과정에서 멜라토닌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다. 지금까지는 수면 중 뇌의 솔방울샘(내분비샘)에서 분비되는 생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임신기 동안 태아의 심장 및 뇌 손상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서는 자궁내막 조직에서 멜라토닌 수용체의 발현이 증가하면 착상 촉진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즉 멜라토닌이 염증 및 스트레스를 막아 임신을 유지해주는 것은 물론 앞서 배아(수정란)와 자궁내막의 상호작용을 도와 착상도 잘되게 해준다는 얘기다.밤새 푹 자고 나면 기분도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엔트로핀, 세로토닌 등)로 뇌가 활성화되면 생식 기능은 한결 더 좋아진다. 인체는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생성돼야 멜라토닌이 만들어진다. 우울하면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수치도 떨어진다. 불면증과 우울감이 심하면 임신이 잘 안 되는 이유다.
따라서 꿀잠은 최고의 보약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낮에는 피로감이 증가하고, 의욕상실과 우울감, 생식 저하의 악순환이 일어난다. 불면에 시달린다면 잠이 안 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따져보고. 수면 방해 요인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소음, TV 화면, 이어폰 고음이 알게 모르게 몸을 지치게 하고 숙면을 방해한다.
여기에 현대인은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한다. 직장 여성들은 하루에 3~4잔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신을 원한다면 하루에 작은 사이즈의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카페인 과다 섭취는 과도하게 두뇌 각성 상태를 야기해 불면증, 신경과민, 불안감 증가, 칼슘 부족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칼슘 부족은 골다공증이나 당뇨 등의 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생식력까지 떨어뜨린다. 특히 남성은 뼈에서 분비되는 오스테오칼신이라는 호르몬(포도당 대사와 뼈에서 칼슘을 붙잡는 역할을 담당)이 생식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아무래도 카페인은 도파민과 글루타민의 농도를 상승시켜 중독성이 있다.
잠을 쫓아내는 요인 중 요즘은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 없다. 가뜩이나 많이 마신 커피의 카페인 때문에 뇌에서 흥분과 억제를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신경세포가 흥분돼 있는데 스마트폰의 강한 빛은 숙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줄어들게 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최소 20분 더 자야”
시교차상핵(SCN)에서는 빛을 받으면 교감신경 활성화를 통해 솔방울샘(pineal gland)을 자극해 멜라토닌 합성을 억제하고, 빛이 없을 땐 멜라토닌을 방출해 수면상태로 유도한다. 안정적인 수면을 위해서는 낮 시간 동안 40분 이상의 야외활동과, 잠들기 전 수면에 방해가 되는 TV, 휴대전화 등 인위적인 시각 자극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JNH LIFESTYLES 홈페이지]
흔히 “술 한잔 마시면 잠이 잘 온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술은 숙면을 방해한다. 하루 4~5시간 숙면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개운한 몸과 삶의 질을 위해서는 하룻밤에 적어도 7시간은 푹 자야 좋다. 밤잠을 충분히 못 자면 낮에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간 근무자들이 질병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독서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독서는 숙면에 도움을 주는 여러 활동 중 하나다. 독서를 시작하고 5분이 지나면 심박수가 안정되고 근육이 이완되면서 수면에 알맞은 신체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단, 전자책(e-book)이 아니라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걱정과 경기침체로 인해 멀리 휴가를 떠나는 대신 집에서 쉬는 ‘방콕 휴가’를 보내겠다는 이가 늘고 있다. ‘집캉스’를 즐기기로 했다면 이번 기회에 잠을 실컷 자는 것도 좋겠다. 푹 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 좋아지면 배우자의 잔소리도 좋게 들려 부부 사이도 좋아진다. 잠이 부족하면 우울감이 더 치솟고 체내 염증 수치가 더 높아지지만 숙면은 모든 걸 낮춘다.
필자의 환자 중에는 주말부부 여성이 꽤 많다. 그들 중 39세 여성은 남편과 매일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하고 배란일이 정해지면 그날 남편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서 임신을 위한 ‘의무방어전’을 치른다. 그런데 아기가 잘 들어서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비즈니스를 위해 잦은 술자리를 하고, 직원들과 담배를 나눠 피우며 정보를 공유한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일을 조금 줄이고, 비즈니스로 술을 마셔야 한다면 상대방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레모네이드나 우롱차를 마실 것을 권했다. 그리고 숙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마지막 대사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다. 명언 중 명언이다. 하룻밤 숙면은 우울증과 분노를 줄여 힘찬 아침을 맞게 해준다. 세계적인 수면 연구가인 마이클 브레우스 박사는 “여성은 남성보다 최소 20분은 더 자야 한다”며 밤잠이 부족하면 낮잠까지 자라고 권한다. 생명을 잉태하는 자궁을 품은 여성에게 잠은 보약 그 이상이다.
시교차상핵(SCN)에서는 빛을 받으면 교감신경 활성화를 통해 솔방울샘(pineal gland)을 자극해 멜라토닌 합성을 억제하고, 빛이 없을 땐 멜라토닌을 방출해 수면상태로 유도한다. 안정적인 수면을 위해서는 낮 시간 동안 40분 이상의 야외활동과, 잠들기 전 수면에 방해가 되는 TV, 휴대전화 등 인위적인 시각 자극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