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적자에도 進軍’ 플레이풀(playful) 이마트 [기업언박싱]

정용진·강희석의 ‘옴니 채널’ 비즈니스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0-07-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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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사 폐점 반사이익에 영업익 1140억 원 늘지도

    • 마곡 스타필드 부지 매각 등 현금 1조7000억 장전

    • 올해 대형마트 리뉴얼에 2600억 원 쓰기로

    • 월계점 배치, 식료품 1200평·非식료품 500평

    • 트레이더스 21.8%, SSG닷컴 41.3% 매출↑

    • “하나의 플랫폼으로 승부 내는 시대 끝”

    숫자를 통해 기업과 산업을 낱낱이 뜯어봅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혁신의 현장을 전합니다.

    5월 28일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
고 있다. 월계점은 10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재단장했다. [뉴스1]

    5월 28일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 고 있다. 월계점은 10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재단장했다. [뉴스1]

    상식을 깨는 일이다. 이 와중에 이마트가 신규 출점을 했다. 7월 16일 이마트 신촌점이 문을 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7번 출구 인근에 있던 그랜드마트는 1995년 5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영업했다. 이 자리에 이마트가 둥지를 틀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크기가 600평(1983㎡)도 안 돼 큰 의미는 없다”고 겸양을 떨었지만 시점이 심상치 않다. 5월 28일에는 5800평(1만9173여 ㎡) 규모의 이마트 월계점이 재개장했다. 재단장하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언론은 ‘대장정’이라고 표현했다. 그야말로 이마트가 팬데믹의 도전에 응전을 택했다. 

    수수께끼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에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냈다. 1993년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업 손실액은 299억 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832억 원 줄었을 만큼 하락세가 가팔랐다. 2019년 3분기에 영업이익이 1162억 원으로 뛰어 흑자로 돌아섰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2018년 3분기에 비하면 40% 급감한 수치였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21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부문 임원 40명 중 11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반전을 준비했지만 새해가 오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장을 강타했다. 모두가 이마트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했다. 이마트는 아랑곳없이 진군(進軍)을 택했다. 이마트 수뇌부는 무슨 속셈일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노림수는 뭘까. 8가지 숫자를 활용해 이마트를 언박싱(unboxing)해 보기로 했다.

    적자 낼 거라면서 주식 사라고?

    1 실적과 주가

    이마트 실적에는 대형마트(이마트), 창고형 할인점(트레이더스), 이커머스(SSG닷컴), 호텔(신세계조선호텔) 등 부문별 실적이 포함돼 있다. 모두 합해 이마트는 올해 1분기에 매출 5조2108억 원, 영업이익 48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8% 줄었다. 2분기 실적 기상도는 ‘많이 흐림’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마트가 2분기에 43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리라 봤다. 



    지금 이마트에는 ‘위기’ ‘바닥’ ‘몰락’ 따위의 단어가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가가 오른다. 7월 13일 이마트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4.13%(4500원) 오른 11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적자 -431억 원’을 관측한 하이투자증권조차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냈다. 맥락을 이해하려면 추세를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가 7월 9일 금융 당국에 공시한 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한 1조1871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8561억 원으로 2.9% 줄었다. 

    자세히 뜯어보면 반전이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월 실적은 기대 이상이다. 6월 휴일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일 적었다. 실질적으로는 매출이 3% 증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휴일 하루에 매출이 2% 안팎 늘어난다고 본다. 즉 지난해처럼 휴일 3일이 있었다면 –2.9%라는 숫자는 +3.1%로 변모한다. 

    5월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으로 대형마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인 전통시장과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소진하려는 소비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을 다 쓰고 난 뒤 대형마트로 돌아올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다.

    2 경쟁업체의 몸집

    추세만으로 주가가 오르지는 않을 테다. 주식시장은 앞으로 얻을 이익을 바탕으로 출렁인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행운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이다. 누군가의 악재는 누군가에게 호재다. 이마트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경쟁업체들이 몸집을 줄이려 하고 있어서다. 롯데마트는 올해 16개의 부실 점포를 폐점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일부 점포에 대해 폐점 및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폐점 대상 점포는 이마트와 인접한 경쟁 상권 점포가 될 것”이라면서 “경쟁사 구조조정에 따라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연간 약 570억~1140억 원 정도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기 때 아등바등 버티려던 이유가 있던 거다.

    자산 팔아 1조7683억 원 확보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 수산코너 ‘오더 메이드’. 고객이 조리 용도에 따라 생선 손질을 요청하면 직원이 즉석에서
생선을 손질해 준다. [이마트 제공]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 수산코너 ‘오더 메이드’. 고객이 조리 용도에 따라 생선 손질을 요청하면 직원이 즉석에서 생선을 손질해 준다. [이마트 제공]

    3 현금 확보

    이마트가 앞으로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저임금 상승 등 최근 수년간 비용이 늘었다. 출점이 녹록지 않으니 매출 규모가 단기간에 커지기도 어렵다. 설상가상 소비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투자는 계속해야 하는데, 실탄 나올 구멍이 마땅치 않다. 자산을 팔아서라도 현금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마트의 발걸음이 유례없이 빨라졌다. 

    3월 25일 이마트는 스타필드를 지을 예정이던 서울 마곡지구 부지를 태영건설-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에 8158억 원에 매각했다. 애당초 이마트는 해당 부지를 2013년에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2400여억 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할인점 13개의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 9525억 원을 확보했다. 총 1조7683억 원이다.

    4 점포 리뉴얼

    돈은 어디에 쓰나. 일단 올해 2600억 원을 들여 전체 대형마트 140여 곳 중 42곳(30%)을 재단장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이를 리뉴얼(renewal)이라고 표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높아 수도권에 대형마트를 열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부동산 가격이 높지 않더라도 규제가 많아 신규 출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30%, 추후 전체 점포가 리뉴얼의 대상”이라고 했다. 

    안팎으로 이커머스의 공세가 거세다. 그런데 왜 수천억 원을 들여 오프라인 마트를 고치려는 걸까.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성장세가 변곡점을 지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체험, 체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가 아직 있다”고 말했다.

    5 미래형 이마트

    그 가늠자가 최근 문을 연 월계점이다. 이마트는 이를 두고 ‘미래형 이마트’라고 칭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6월 4일 직접 방문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리뉴얼 후 식료품(그로서리·grocery) 매장 크기가 기존 1100평에서 1200평으로 커졌다. 정 부회장도 식료품 매장을 가장 먼저 찾아 “신선식품은 이마트에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식료품 매장은 기존 3600평에서 500평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로써 월계점은 비식료품보다 식료품 매장 규모가 더 큰 최초의 이마트 점포가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이커머스와 비교해 신선식품 관리 및 개발 노하우에 비교우위에 있다. 미국에서도 신선식품에 관한 한 아마존과 비교해 월마트가 갖고 있는 장점이 훨씬 크다”면서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1100평이던 임차(테넌트·tenant) 매장을 4100평으로 늘려 맛집과 서점, 키즈존 등을 배치했다. 방점은 체험과 체류에 찍혀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 달리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폐점보다는 리뉴얼을 통한 수익성 강화 전략을 택했다”며 “월계점의 경우 그로서리를 강화하고 임대 매장을 대폭 늘려 집객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정육, 술, 과자 모두 대용량으로 산다

    6 트레이더스

    트레이더스의 상승세도 돋보인다. 이곳은 신선·가공 식품에 더해 생필품까지 박스째로 파는 창고형 할인점이다. 정육 등 신선식품에서부터 술과 과자, 라면까지 대용량으로 파는 곳이다. 코로나19로 한 번에 최대한 많은 물품을 사오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집밥 문화 활성화로 신선식품 수요가 늘었다. 트레이더스에 유리한 소비 환경이다. 

    실제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트레이더스의 식품 매출 비중은 78%에 달했다. 이 중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43%로 집계됐다. 특히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8%, 22.4% 늘었다. 이마트 전체 영업이익이 34.8% 줄어들 때 말이다. 6월 매출액 218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 늘었다. 흔들림 없는 성장세다. 하반기에는 경기 안성에 출점할 계획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이다.

    7 SSG닷컴

    금융투자업계는 쓱(SSG)닷컴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식료품 배송이 늘면서 쓱닷컴은 1분기에 매출 9170억 원(+41.3%)을 벌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89억 원 늘어 –197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362억 원)에 비하면 개선세가 또렷하다. 거래액만 놓고 보면 4~6월 사이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7%, 36%, 44.2% 증가했다. 트레이더스에 버금가는 상승세다. 

    쓱닷컴이 시장에 안착하면 이마트는 양 날개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신선식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비식품은 일정 정도 쓱닷컴이 커버하면 된다”면서 “온·오프라인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와 연동돼 있어 다른 유통기업에 비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마침 정용진 부회장이 관심 갖는 미국 월마트 부활의 동력은 ‘디지털 전환’과 ‘신선식품’이었다.

    8 외부 수혈 CEO

    이즈음 떠오르는 단어가 ‘옴니 채널’이다. 온·오프라인 채널의 유기적 결합을 뜻한다. ‘모든’을 뜻하는 접두사 옴니(omni)에 유통 경로를 뜻하는 채널(channel)을 더한 단어다. 정 부회장의 구상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는 인물이 강희석 대표다. 그는 이마트가 창사 후 처음으로 밖에서 영입한 CEO(최고경영자)다. 1969년생인 그는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부에서 식량정책과, 농수산물 유통기획과 등을 거친 공무원 출신이다. 이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치고 2005년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해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역임했다. 컨설턴트 시절 정 부회장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고객이 입고 만지고 써볼 수 있는 오프라인”

    강 대표는 베인앤컴퍼니 상무 시절이던 2014년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 나와 “온라인이 발달하더라도 고객이 직접 입고 만지고 써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구비해 옴니채널을 구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승부 내는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플랫폼을 넘나들며 쇼핑을 한다는 거다. 서른 살을 앞둔 이마트가 목적지로 삼은 길이 또렷하게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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