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콜라보 진비빔면·오동통면 연속 대박
비빔면 ‘점유율 60% 팔도’ 이은 2위로 ‘껑충’
“팔도, 진비빔면 추격 의식한 듯”
오동통면, ‘다시마 2장’에 15년 무명 설움 극복
낮은 수출 비중에 묻힌 코로나19발 호재
오뚜기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사진)와 ‘콜라보’ 마케팅에 나섰다. [오뚜기 제공]
기업 이미지 개선은 실제 매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4월 13~16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남녀 1000명(20~59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4%가 오뚜기 진라면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업계 선두인 농심의 신라면(23.5%)을 앞섰다. 향후 어떤 라면을 살 것인지 묻는 질문에서도 진라면(24%)이 신라면(20%)를 앞섰다. ‘갓뚜기’는 과연 라면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을까.
①점유율 60% 팔도비빔면(130g)에 20%(26g) 증량 승부수
“비빔면이 거기서 거기일 것 같죠? 그럼 드시던 것 계속 드셔야죠.”
백종원 대표가 새빨간 비빔면 소스를 면에 부으며 능청스레 말한다. 백 대표는 3월 오뚜기가 출시한 진비빔면 광고에 출연했다. 2020년 오뚜기의 첫 홈런은 진비빔면이었다. 광고에서 백 대표가 말한 ‘드시던 것’은 사실상 팔도의 ‘팔도비빔면’을 가리킨다. 비빔면의 제왕 팔도 비빔면에 오뚜기가 도전장을 내민 것. ‘비빔면 1개는 부족하고 2개는 많다’는 소비자 반응에 따라 자사 메밀비빔면(130g) 대비 용량이 20% 많은 156g의 푸짐한 양을 내세웠다.
비빔면의 지난해 매출액 기준 시장 규모는 1150억여 원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팔도의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한국야쿠르트는 1984년 팔도비빔면을 출시해 국내 라면시장에서 냉비빔면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2012년부터 관계사 팔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비빔면 시장에서는 2위 자리를 두고 군소 후보가 각축한다. 팔도의 점유율이 워낙 높은 탓에 판매가 어려워 일부 라면 제조사는 1년 중 하절기에만 비빔면을 생산한다. 전체 라면업계 1위인 농심도 비빔면 분야에서는 팔도에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모양새다. 농심은 2005년 팔도비빔면을 겨냥한 ‘찰비빔면’을 출시해 1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농심은 2012년 ‘고추비빔면’을 내놨으나 매출 부진으로 2년 만에 단종했고, 올해 신제품 ‘칼빔면’을 내놨다.
“팔도, 진비빔면 추격 의식한 듯”
오뚜기 ‘진비빔면’ [오뚜기 제공]
5월 팔도는 ‘팔도비빔면 컴백 한정판’을 출시했다. 가격은 유지한 채 중량을 130g에서 156g으로 20% 늘렸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비빔면 시장은 팔도가 꽉 잡고 있다. 압도적 우위라 별다른 판촉행사도 안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례적인 한정판 출시는 오뚜기 진비빔면의 추격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팔도 관계자는 “증량은 사전에 계획한 것이다. 원료 수급 등을 고려하면 사전 계획 없이 제품 증량은 어렵다”고 밝혔다.
②백종원과 다시마 2장의 마술
백 대표와 오뚜기 오너의 콜라보에 잊혀진 제품마저 ‘역주행’했다. 15년 ‘무명시절’을 겪은 ‘오동통면’ 이야기다.
백 대표는 6월 11일 한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전남 완도군 다시마 어가(漁家)의 어려움을 알렸다. 백 대표는 방송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다시마 어가가 어려운데 라면에 다시마를 넣으면 안 되느냐”고 제안했다. 함 회장은 “우리 라면에 다시마 넣는 것이 있는데, 두 장 정도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날 것”이라며 즉석에서 수락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완도산 다시마 2장이 들어간 ‘오동통면 한정판’은 6월 한 달 동안 1000만 개가 팔렸다. 지난해 6월 대비 300%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시마 2장이라 국물 맛도 진하다. 어가를 도울 수 있어 기분도 좋다”며 오동통면 구매 ‘인증’이 잇달았다. 7월 9일 오뚜기는 다시마 2장이 든 ‘오동통면’을 정식 출시했다.
“출시 15년 만에 첫 뜨거운 반응”
오뚜기 ‘오동통면’ [오뚜기 제공]
오뚜기 관계자는 “오동통면 연매출은 80~100억 원 규모다. 마니아층이 있어 꾸준히 판매됐지만 연매출 1000억 원에 가까운 1등 제품 너구리에 밀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처럼 뜨거운 반응은 제품 출시 후 15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③‘2위 탈출’의 과제들
코로나19발 불황 속 라면업계는 도리어 웃고 있다. ‘집콕족’(집에 콕 박혀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늘어 간편식 라면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라면 업계에서 농심의 매출 규모는 압도적 1위다. 지난해 농심의 라면 부문 매출액은 1조873억 원(전체 매출 2조3439억 원)이었다. 오뚜기의 라면 매출액은 4905억 원(전체 매출 2조3597억 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이 2359억 원(전체 매출 534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 1분기 오뚜기의 라면 매출액은 176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16억 원)보다 9% 증가했다. 다만 경쟁사들의 매출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농심은 전년 동기(4443억 원) 대비 22% 증가한 5432억 원 매출액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의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1084억 원)보다 30% 늘어난 1411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을 살펴봐도 양상은 비슷하다. 오뚜기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45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5967억 원)보다 8.18% 증가했다. 농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877억 원으로 전년 동기(5866억 원) 대비 16.8% 늘어났다. 오뚜기에 이은 업계 3위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액도 15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4억 원)보다 29% 급증했다.
낮은 수출 비중은 오뚜기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된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액은 올해 1분기 558억 원(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에 그쳤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채 8.6%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시기 농심의 해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5.9% 증가한 1677억 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에서 24.3%를 차지했다. 오뚜기의 해외 실적은 삼양식품(773억 원)보다도 낮았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의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했다.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으로 매운 맛을 즐기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 한국 라면이 비상식량으로 부상한 것도 한 몫 했다. 반면 오뚜기는 해외 시장에 어필할 이렇다 할 주력 제품을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매출액 기준 상위 21개 라면 브랜드(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기준) 중 오뚜기 제품은 진라면(2위)과 참깨라면(11위), 진짬뽕(12위), 쇠고기 미역국 라면(17위) 4개에 그쳤다. 삼양식품(3종)보다는 많지만, 신라면(1위)을 필두로 10위권 내에 자사 제품 5종(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 너구리, 육개장)을 올린 농심(10종)에 비하면 훨씬 적다.
“‘흰색 라면’ 반짝 유행 선례 봐야”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3일 발표한 오뚜기에 대한 ‘기업분석’에서 “(오뚜기의) 해외 사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아 최근 확대되고 있는 해외 수출 성장에 대한 모멘텀도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최근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진라면 등 주력상품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때보다 50% 이상 성장했다. 2018년 준공한 베트남 공장을 토대로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미지 개선을 통한 마케팅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근배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규 브랜드의 매출 급증은 자칫 단기 실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소비자는 식품을 선택할 때 익숙한 맛에 끌리는 경향이 강하다. 식품업계에서 선두주자의 우위가 강고한 이유다. 과거 ‘흰색 국물 라면’의 반짝 유행이라는 선례에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의 시험구매로 매출이 잠시 급증할 수 있으나 이것이 반복구매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승부수로 던지더라도 제품과 콘셉트, 유통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해야 지속적 매출 신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