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일하려면 적응 기간만 1년
일 힘들어 그만 둔 사람 매년 전체의 20% 이상
기본급은 딱 최저시급 8590원
김원형 노조위원장 “추가 재원 없이 정직원 전환 가능”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했는데, 세간에서는 저희를 그냥 아르바이트생 정도로 보네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에서 보안검색 요원으로 3년간 일한 A씨 이야기다. 인국공 보안검색 직원들은 최근 취업준비생의 공적으로 몰렸다. 공정한 경쟁 없이, 대다수 취준생이 선망하는 공사, 그것도 가장 인기가 높다는 인국공 정규직 자리를 꿰찼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의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들은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이 안정되는 것일 뿐, 처우가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전부를 공사가 직접 고용할지도 확실치 않다. 1902명 중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만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적격검사, 면접을 거쳐 정직원이 된다. 이후 입사자는 적격검사 대신 필기시험을 거쳐야 한다. 900명가량이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정규직이 된다. 보안검색 요원들 사이에서 ‘공짜 정직원 전환’ 오명이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7월 1일 신동아는 인국공 보안검색 요원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3년간 해당 업무를 맡아온 20대 직원 2명을 서면 인터뷰했다. 아래는 이들과의 일문일답.
7월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보안검색 요원들. [뉴스1]
우리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다.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 중 어떤 부분이 억울하다는 건가요.
A: 저희를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억울합니다. 보안검색 요원도 여타 직업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희도 정당한 채용 절차를 거쳐 일을 시작했습니다.
B: 취업이 안 돼 아르바이트 같은 비정규직으로 도망 온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2개월 교육을 수료하며, 시험을 치르고, 이에 합격해 인가증을 받아 일할까요.
국가민간항공교육훈련지침에 따르면 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은 208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항공보안초기교육(40시간)’ ‘특수경비신임교육(88시간)’ ‘현장OJT 직무교육(80시간)’ 세 과목이다. 매 과목 교육이 끝날 때마다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 주관 시험을 치른다. 이를 통과해야 보안검색 요원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보안검색 요원 인증서를 취득해야만 일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 노조 제공]
A: 지금이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승객이 줄었지만 성수기에는 하루에 10만 명 이상, 비수기에는 6, 7만 명이 공항 출국장을 지납니다. 하루에 길게는 13시간을 일합니다. 결원이 있을 때는 물 마실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습니다. 이러한 악조건 때문에 건강이 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법안, 위해물품 정보, 검색장비 운용방법 등도 꾸준히 습득해야 합니다.
B: 교육이 끝나도 한 사람 몫을 하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립니다. 기내반입금지 제한 물품에 대해 교육을 받아도 실전은 다릅니다. 승객이 가져온 물건이 반입되는지 한 눈에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승객 가방 속 물품 종류는 상상 이상입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건을 맨눈이 아닌 X-ray나 CT로 만나는 일도 허다합니다.
업무 역량? 충분한 시험 거쳤다
-일각에서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공정한 시험을 가치지 않았다는 부분을 지적합니다. 시험 등 경쟁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인데요.
A: 시험도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저라도 반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알면 비판하는 분들의 생각도 달라질 거예요.
B: 정규직 전환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시험과 자격검증을 거쳤습니다. 기존 정규직 분들과 저희가 다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인국공 신입 초봉(4589만 원)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안정적 직장과 조금 나은 처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도 시험이 필요하다면 항공보안법이나 실무를 평가해야 합니다. 만약 어학이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으로 사람을 뽑는다면 대거 결원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새 인원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황덕순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은 6월 25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안검색 일자리 1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그중 절반은 2017년 5월 이후에 들어온 분들이라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으나 아직 명확한 채용 절차가 나오지는 않았다. 김원형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요원 노조 위원장은 “시험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공사에서 공지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저시급 받으며 일하는 보안검색 요원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A: 세계 1위 공항이라는 타이틀 뒤에는 보안검색 요원들의 희생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정기 교육은 물론, 장시간 근무도 불사해왔습니다. 하지만 보상은 이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매해 20~30%가량의 요원이 격무에 시달려 보안검색 일을 그만둡니다. 항공보안 안전의 확립을 위해서라도 정규직 전환은 필요합니다.
B: 취준생 분들의 선망의 대상인 인국공에서 1902명이 갑자기 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많은 분들이 허탈해하고 분노했는데요. 저희는 이름만 '인국공 정규직'입니다. 열심히 공부해 입사한 정규직 분들과는 다른 현장 업무를 담당합니다, 생각하는 것만큼 처우가 좋은 편도 아닙니다. 연봉을 4000만 원 넘게 받는다지만, 대부분이 초과근무나 야근 수당입니다.
인천국제공항 1년차 보안검색 요원 급여명세서.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 노조 제공]
김원형 위원장이 ‘신동아’에 막내급 보안검색 직원의 급여명세서를 보내왔다. 명세서에 따르면 1년차 보안검색 요원 월 급여는 270만 원. 이 중 83만 원이 시간외·심야·공휴일 근무 수당이다. 직무교육 수당 7만7000원을 빼면 실제 기본급은 179만 원 남짓. 시간당 급여로 환산하면 약 8590원, 딱 최저시급이었다.
김 위원장은 “공공기관 총액임금제 때문에 보안검색 요원 정직원 전환이 기존 정규직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정규직 전환으로 인국공이 손해를 떠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기존에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금액을 사용하면 굳이 추가로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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