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기회 박탈하는 일방적 직고용 안돼”
“난 왜 그리 노력했을까” 허탈감
정규직 전환 아닌 불공정한 채용 절차에 반대
“노력이 보상받는 사회 되었으면”
장기호 노조위원장 “공익감사 청구, 헌법소원 제기 검토”
6월 23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젊은 직원들이 사측의 일방적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입사 6개월 차 사무직원 A(26)씨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불공정·불투명한 채용 방안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사무직원 B씨도 “사측이 노사합의를 일방적으로 깼는데 어느 직원인들 납득하겠느냐”고 말을 보탰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어느 직원이 납득할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인천공항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란 제하의 청원에 24만3000여 명이 동의했다(6월 26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A : “언론 보도를 통해 회사 소식을 접해서 굉장히 당혹스러웠습니다. 2월 28일 노사 합의로 보안검색 요원 분들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된다고 알고 있었어요. ‘원만히 잘 해결됐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합의와 다른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셔서 놀랐습니다.”
B : “일요일 저녁에 기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형태로 직접 고용한다고 해서 의아했어요. 합의 내용과 전혀 다른 방향이니까요.”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란 방향은 옳지 않습니까.
A : “저는 보안검색 요원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공항을 위해 함께 일하는 동반자입니다.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것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자회사 직원도 정규직입니다. 기존 노사 합의대로 자회사 직원으로 채용해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란 취지를 지킬 수 있어요.
우리 공사는 공항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회사입니다. 지금 1900여 명 이상의 보안검색 요원이 들어오면 현재 전체 직원(1400여 명)보다 많아져요.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굉장히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특정 직렬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아 보입니다.”
B : “공사 직원 중에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도리어 적극 찬성하지요. 다만 모든 직원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저도 한때 취준생이었기 때문에 맥이 빠지고 허탈합니다. ‘부러진 펜’ 운동이 벌어지는 등 국민적 이슈가 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래 직원 모두 불합리하다고 생각”
당초 공사 측은 별도 특수경비업체를 설립해 보안검색 요원들을 간접 고용할 계획이었다. 2월 28일 열린 3기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공사 측이 양대노총인 한국노총·민주노총, 정규직 노조로 구성된 노동자 대표단과 합의한 내용이다. 특수경비원은 공항, 원자력발전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국가중요시설의 경비·방재 업무를 맡는다. 경비업법에 따라 시설주와 관할 경찰서장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무기 소지가 가능하다. 현행법상 특수경비업체가 아닌 공사는 특수경비원을 고용할 수 없다.사측은 6월 21일 보안검색 요원들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청원경찰은 청원경찰법에 따라 국가기관·공공단체가 지방경찰청에 청원해 배치하는 경찰이다. 경찰청 소속 경찰이 아니고 임금 또한 청원경찰을 배치한 사업장이 부담한다. 다만 현행법상 정년이 보장되고 경찰 급여체계를 따라 경찰공무원과 비슷한 처우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누구나 공사에 입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공정한 채용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B : “처음부터 공사가 직접 채용하는 줄 알았다면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채용 전형에) 더 많은 청년들이 응시했을 것입니다. 취준생에게 자신과 무관한 일자리라는 것이 있을까요. 다른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는 청원경찰직의 경우 경쟁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압니다.”
A : “또래 직원들 대부분 사측이 발표한 채용 방안이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동일한 채용절차, 공정한 경쟁을 거쳐 입사했습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우리 회사 입사를 목표로 많은 젊은이들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분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이 납득 안 됩니다. 저도 불과 6개월 전까지 취업준비생이었던 처지에서 소식을 듣고 일상이 무기력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난 왜 그동안 그렇게 노력했을까 싶었어요.”
“토익 만점, 10수 끝에 ‘컴활’ 1급”
- 어떤 과정을 거쳐 입사했습니까.
A : “저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3년 간 취업 준비 끝에 공사에 입사했습니다. 원래 공사에 들어오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서류전형에서 토익(TOEIC)과 ‘컴퓨터활용능력’(컴활) 자격증 등이 필요합니다. 저는 토익 만점(990점)을 받았습니다. 컴활 1급 자격증은 정말 어렵게 땄습니다. 제가 원래 컴맹에 가까워서 10번 응시한 끝에 겨우 합격했지요. 취준생 시절 부모님께 생활비를 받았는데, 자격증 접수비로 절반 이상 쓸 때도 있었어요.”
B : “저는 원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공사로 이직했습니다. 기존 직장도 나쁘지 않았지만,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싶었어요. 첫 응시에서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떨어졌고 이듬해 재도전해 입사했습니다. 직장 생활과 이직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고통을 감수한 이유는 공기업의 공정한 채용 절차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측의 최근 발표처럼 입사할 다른 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요. 대부분 응시자처럼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필기시험이 난관이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독서실에 가서 하루 4~5시간씩 공부했습니다. 새벽에 쪽잠 자고 다시 출근하는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A : “공사 입사를 바라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는 일방적 직고용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근무하던 보안검색 요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엔 찬성입니다. 다만 채용 자체는 모든 국민에게 개방해야 합니다. 노력에는 보상이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노력할 유인이 생기니까요. 정당한 노력이 충분한 보상을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 : “사측이 기존 합의를 준수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 구성원들이 한 약속을 지키자는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