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 낮은 열량으로 큰 사랑을 받는 초당옥수수.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뜨거운 옥수수를 호호 불며, 이 손 저 손으로 바꿔 잡고 부지런히 뜯는 맛, 차갑게 식은 옥수수에서 배어 나오는 달콤한 국물을 쪽쪽 빨아 먹으며 알을 뜯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가. 채소 중 끼니와 간식 두 가지 구실을 톡톡히 해내며 사랑받는 것으로는 옥수수만한 게 없지 싶다.
최근 이 옥수수 세계에 화려한 슈퍼스타가 등장했다. 이름부터 놀라운 초당옥수수다. 단맛이 얼마나 대단하면 ‘초능력’을 연상케 하는 ‘초당’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통조림이나 병조림, 버터구이 등을 만드는 가지런하고 단맛 좋은 옥수수를 영어로 ‘스위트 콘’이라고 한다. 초당은 이보다 한 차원 높은 ‘슈퍼 스위트 콘’으로 불린다.
초당옥수수는 배우 김태희의 출산 후 다이어트 조력자로 언급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과일 못지않게 단맛이 좋은데 열량은 낮다. 단맛을 나타내는 수치인 브릭스(brix)로 보자면 평균적으로 초당옥수수가 멜론보다 더 달다. 칼로리는 100g당 90~100 정도이니, 100g당 100칼로리가 넘는 닭가슴살보다 낮다.
멜론보다 고당도, 닭가슴살보다 저열량
일반적으로 찰옥수수 한 알을 손으로 으깨보면 물기 없고 찰진 덩어리감이 느껴진다. 반면 초당옥수수는 툭 터져 물이 난다. 과일처럼 아삭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 낮은 열량 외에도 초당옥수수의 매력은 더 있다. 영양성분, 식이섬유, 항산화성분 등이 여느 옥수수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조리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먹을 수 있으니 편리하기까지 하다.김태희가 체중 감량할 때 즐겨 먹었다는 주먹밥 만들기도 ‘초’간단하다. 샛노란 초당옥수수 날 것을 준비해 알을 떼어낸다. 손으로 떼도 좋고, 칼로 포를 뜨듯 알을 잘라도 된다. 삶은 달걀을 준비해 다진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흰자만 쓴다. 고구마도 삶아 껍질 벗겨 으깬다. 이 세 가지를 잘 섞어 뭉치면 완성이다. 톡톡 터지는 옥수수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 달고 부드러운 맛이 그만이다.
초당옥수수를 먹을 때는 치아에 느껴지는 아삭거림에 한 번, 고농도의 단맛에 두 번 놀란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물 많고 맛좋은 이 옥수수를 사람뿐 아니라 벌레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겹겹이 쌓인 껍질 속에 벌레가 숨어 있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초당옥수수를 익혀 먹고 싶다면 삶지 말고 쪄야 한다. 다른 옥수수는 ‘삶거나 쪄’ 먹지만 초당옥수수는 수분이 많아 무조건 찜이다. 겉껍질은 대부분 벗기고, 안쪽 얇은 껍질 몇 개는 남긴다. 옥수수수염도 떼지 말자. 옥수수알이 영글도록 양분을 공급하는 수염은 되도록 붙여 두고 조리해야 단맛이 더 좋아진다.
옥수수를 찌거나 삶을 때 대체로 설탕이나 소금 간을 하지만 초당은 맛을 더할 필요가 없다. 김 오른 찜기에 넣고 10~15분 정도 익힌다. 위생봉투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3~5분 정도 익히는 방법도 있다.
초당옥수수는 그대로 먹어도 맛있으니 요리에도 활용 만점이다. 통째로 버터구이를 하거나, 알을 발라 옥수수샐러드를 만들고 밥도 짓는다. 피자나 샐러드 토핑으로 뿌리고, 곱게 갈아 냉수프로 먹어도 좋다. 간 옥수수에 생크림 조금 넣고 소금 간을 해 한소끔 끓여 더운 수프로 즐겨도 그만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초당옥수수는 해외 수입종자를 가져와 키운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개발한 초당옥수수 ‘고당옥1호’가 2020년 첫 수확에 성공했다. 오랜 세월 함께한 찰옥수수처럼 우리 옥수수로 자리 잡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