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3N게임은 거른다” K-게임 곧 아시아권에서도 안 먹혀

국내에선 이미 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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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7-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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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 성장세는 줄고, 수입 성장세는 느는 게임

    • 아시아 벗어나면 그야말로 찬밥

    • 모바일에선 강하지만, PC나 콘솔 게임에선 젬병

    • 모바일 게임은 수명 길지 않아

    • 철 지난 20년 전 PC 게임 모바일로 소환

    • 과거 히트작 수명 다하면, 매출 낼 방법 없어

    1 리니지2M. NC소프트가 2003년 발매한 게임이지만, 2019년 모바일버전 출시 후 국내 매출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2 넷마블의 대표적 모바일 게임 성공작 ‘세븐나이츠’.
3 넥슨이 2004년 내놓은 PC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한 ‘카트라이더 러시 플러스’. [엔씨소프트 제공, 넷마블 제공, 넥슨 제공]

    1 리니지2M. NC소프트가 2003년 발매한 게임이지만, 2019년 모바일버전 출시 후 국내 매출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2 넷마블의 대표적 모바일 게임 성공작 ‘세븐나이츠’. 3 넥슨이 2004년 내놓은 PC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한 ‘카트라이더 러시 플러스’. [엔씨소프트 제공, 넷마블 제공, 넥슨 제공]

    게임은 한국 문화 콘텐츠 수출의 핵심이다. BTS가 전 세계 10대의 마음을 흔들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놀라게 했지만, 한국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콘텐츠는 게임이었다. 콘텐츠 수출액의 과반을 게임이 담당해 왔기 때문. 2019년 문화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7.2%가 게임에서 올린 것이다. 매해 평균 20%가량의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전망도 좋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할 만한 게임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3N 게임은 거른다’는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부연하자면 3N은 국내 대형 게임사 ‘넥슨’ ‘NC소프트’ ‘넷마블’을 묶어 부르는 일종의 속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정받는 K-게임이 국내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가 만든 호황. 얼마나 가려나

    일견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지만, 게임 수입액을 보면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게임 수출액이 느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수입액이 늘고 있었기 때문. 업계와 게이머들은 신작 개발이 필요하다 입을 모은다. 작금의 성과는 10~20년 전 성공한 게임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를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새 먹거리를 내놓지 않는다면 성장세가 더 빠르게 둔화될 위험도 있다. 

    게임은 줄곧 콘텐츠 수출 시장의 효자였다. 2010년 전체 콘텐츠 수출액은 약 32억2600만 달러. 이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49.8%(약 16억 달러)로 절반에 육박했다. 한국 게임의 수출은 그야말로 승승장구해 왔다. 문화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국내 게임 수출액이 약 69억8000만 달러. 전체 콘텐츠 수출액이 103억9000만 달러이니, 게임이 콘텐츠 수출을 견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전망도 당분간 좋을 듯 보인다. 코로나로 산업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으나, 게임업계만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 게임 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는 2020년 6월 내놓은 ‘코로나로 인한 게임 산업 변화: 19가지 특징’ 보고서에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소비자의 게임 이용 행태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의 게임 이용 시간은 확실히 늘었다. 일간 이용자 수도 PC·콘솔 게임은 46%, 모바일 게임은 17% 증가했다. 



    국내 게임업계도 코로나 특수를 제대로 만끽하고 있다. NC소프트의 2020년 1분기 매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7311억 원과 2414억 원. 전년 동기 대비 104%, 204%씩 올랐다. 넥슨은 국내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78%(4344억 원) 상승했다.

    게임 수입액 폭발적 증가

    하지만 마냥 밝은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액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콘텐츠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게임 콘텐츠 수출액은 매해 평균 21.5%가량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수출액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이고 있다. 2018년 국내 게임 콘텐츠 수출액은 약 64억1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8.1%에 그쳤다. 2019년에는 일부 회복했지만 전년 대비 15.1%(69억8000만 달러) 성장에 그쳤다. 매해 평균 성장률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 

    반면 게임 수입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게임 콘텐츠 수입액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콘텐츠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2013년 게임 수입액은 약 1억7000만 달러. 2010~2013년까지 연평균 증감률은 –15.1%였다. 2014년에도 게임 수입액은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1억6600만 달러). 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수입액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입액은 1억7700만 달러. 전년 대비 7.2% 성장했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해는 2017년. 수입액은 2억6300만 달러에 육박했다. 2018년 수입액은 3억 달러. 연평균 증감률은 16.6%를 기록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잠깐 시간을 때우기 위해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 같은 수치가 낯설다. 모바일 게임 순위만 보면 국내 게임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플랫폼 ‘게볼루션’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매출을 집계한 모바일 게임 종합 순위 1~10위권에 국내 게임사가 배급하는 게임이 6개(‘리니지M’ ‘카트라이더 러시 플러스’ ‘라그나로크 오리진’ ‘뮤 아크엔젤’ ‘리니지2M’ ‘피파 모바일’)나 올라 있었다. 

    하지만 PC나 콘솔 게임으로 눈을 돌려 보면 국내 게임사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PC방 전문 리서치 업체 게임트릭스의 6월 4주차 주간 종합 게임 순위 1~10위에는 국내 업체의 게임이 5작품(‘배틀 그라운드’ ‘피파 온라인’ ‘서든 어택’ ‘메이플 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올라 있다. 하지만 1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유율을 보면, 이 성적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1위의 점유율은 무려 47.5%. 국내 업체 게임 5개의 점유율을 합한(25.36%) 수치보다 높다. 바꿔 말하면 PC방을 이용하는 게이머 중 국내 게임을 즐기는 사람 비율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콘솔(게임기)은 국내 게임사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영역이다. 최근 품귀 현상을 일으킨 닌텐도의 ‘놀러와요 동물의 숲’이 대표적인 콘솔 게임이다.

    그나마 좋던 아시아 실적도 휘청

    인터넷방송계에서도 한국의 게임이 설 자리는 없어 보였다. 온라인 게임 전문 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 집계에 따르면 2020년 3월 시청자 상위 게임 10개 중 국내 게임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직 글로벌 게임사 관계자는 “한국은 게임을 잘 만드는 국가다. 하지만 한국의 게임 중 북미나 유럽권에서 인기를 끈 작품은 많지 않다. 일반 게이머에게는 게임 개발보다는 게이머들의 실력이 대단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개발사의 게임을 수입하는 나라는 대부분 아시아권 국가였다. 콘텐츠진흥원의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수출액의 46.5%가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에서 나왔다. 일본과 동남아는 각각 14.2%, 10.3%를 차지했다. 전체 수출액의 약 70%가 아시아권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 효자 상품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 사례는 넥슨의 PC 게임 ‘던전앤파이터’.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게임이지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곳은 중국이다. 업계에서는 이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10여 년간 장기 흥행하며 캐시카우 노릇을 했다고 본다. 매해 ‘던전앤파이터’의 춘절(중국의 설날) 업데이트가 있는 1분기가 넥슨이 연중 최고 실적을 내는 분기일 정도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총 2485억4200만 엔. 중국 시장 매출(1122억4700만 엔)이 절반에 가깝다. 

    문제는 최근 들어 넥슨의 중국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넥슨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1122억4700만 엔으로 전년 매출 1329억6600만 엔 대비 15.6% 줄었다. 한 해 매출 하락으로 위기라 볼 수는 없지만, 특기할 점은 전 분기 모두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 춘절 업데이트가 있는 1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감소했다. 우에무라 시로 넥슨 CFO(재정책임자)는 지난해 2월 실적 발표 당시 “6월과 7월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사용자 트래픽을 활성화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모바일에서는 성적 좋은데

    PC 게임의 실적이 나쁘다면 모바일에서 실적을 내면 된다. 실제로 작금의 게임 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집계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의 90%(중복응답)가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었다. PC가 64.1%로 뒤를 이었고, 콘솔과 아케이드(오락실 이용)가 각각 20.3%와 11.9%를 기록했다. 개발사들이 모바일 게임 개발에 열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이 PC나 콘솔 게임에 비해 비교적 개발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다. 게다가 매출을 내기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 쉬운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은 모바일 게임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게임업계 매출 2위의 넷마블. 매출의 95% 이상이 모바일 게임에서 나온다. 2014년 출시한 세븐나이츠가 효자 콘텐츠. NC소프트도 모바일 게임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2017년 6월 출시한 ‘리니지M’은 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국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1위의 왕좌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넥슨도 올해 5월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시 플러스’가 출시 두 달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국내 매출 6위에 올랐다. 

    많은 사람이 즐기고, 매출이 꾸준히 나오는 모바일 게임에도 약점은 있다. 모바일 게임은 다른 플랫폼에 비해 수명이 짧다. 매출 순위 상위 100위권에 들지 못한 모바일 게임의 수명은 보통 6개월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한 성공을 위해, 국내 개발사들은 과거의 히트작에 기댄다. NC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각각 1998년과 2003년에 PC로 내놓은 게임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이식한 작품이다. 두 작품이 2020년 1분기에 낸 매출액만 5531억 원. 엔씨소프트의 1분기 연결 매출액이 7311억 원이니. 매출의 과반이 20년가량 된 게임에서 나오는 셈이다. 

    넥슨도 올해 PC온라인 게임 이식 열풍에 동참했다. 2004년 출시한 ‘크레이지 레이싱 카트라이더’(‘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시작으로 ‘바람의 나라’(1996년 출시), ‘테일즈위버’(2003년 출시)도 올해 모바일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결국 철 지난 히트작 ‘이식’으로 연명

    일각에서는 게임업계가 신작 개발에 적극적이지 많고, 과거의 게임을 답습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히트작의 수명이 다하고 나면, 매출을 낼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게임업계도 할 말은 있다. 전위적 시도를 해도 성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 2019년 12월 서비스를 종료한 ‘듀랑고 : 야생의 땅’(이하 듀랑고)이 대표적인 예시다. 넥슨이 2018년 출시한 듀랑고는 ‘생존 경영’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4위에 진입하며 인기를 끌었다. 

    듀랑고의 IP를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가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매출 악화로 출시 2년도 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했다. 넥슨은 서비스 종료의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이용자 수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은 점이 이유로 추정된다. 이정현 넥슨코리아 대표는 2018년 4월 기자회견에서 “듀랑고는 매출이 나지 않으나, 듀랑고를 즐기는 이용자와 트래픽은 상당히 많다”며 수익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듀랑고는 실패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새 먹거리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나 새 IP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것.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패를 하더라도 듀랑고 같은, 기존의 게임과 다른 형태를 시도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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