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 지음, 지오북, 256쪽, 1만8000원
[이강운 제공]
“모시같이 반투명한 날개에 동그란 붉은 점이 화려한 붉은점모시나비는 외모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극한 조건에서 살아가는 놀라운 생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보통 곤충은 봄철에 부화하지만 붉은점모시나비는 180여 일을 알 속 애벌레 상태로 있다가 11월 말에서 12월 초 부화한다. 2011년 12월 우연히 영하 26도 혹한에 어슬렁거리는 애벌레들을 관찰하고 ‘철모르는 놈들이 곧 얼어 죽겠지’ 하며 안타까워했는데 웬걸, 다음 날 그다음 날 오히려 애벌레 수가 계속 늘어났다. 실험을 통해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는 영하 35도, 알은 영하 47.2도까지 견디는 것을 확인했다. 붉은점모시나비는 빙하기 흔적을 간직한 살아 있는 생물 화석이다.”
-허락 없이 붉은점모시나비를 채집하면 벌금 5000만 원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귀한 몸이 됐다.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2016년 4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생물환경소재은행학회에서 붉은점모시나비의 항동결, 항열성 특징을 가진 알에 대한 1차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그해 말 6년에 걸친 실험, 연구 결과를 정리해 ‘아시아 태평양 곤충학 저널’에 ‘붉은점모시나비의 글리세롤 조절을 통한 초냉각 능력’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할수록 신비한 생명체라 2019년 3월부터 유전체 전체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곤충의 시간을 24절기로 구분한 이유는?
“지구상에서 곤충은 종수도 개체수도 가장 많다.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이 300만 종인데 인간이 가지 못하는 곳에 서식하는 종까지 찾아내면 2000만 종이 넘을 것이다. 365일을 15일 간격으로 24등분한 것이 절기다. 생태계 변화를 세밀하게 볼 수 있는 기준이다. 계절에 따른 생물의 시간을 연구하는 생물계절학을 기반으로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의 중요성과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책은 붉은점모시나비가 부화하는 소한(小寒)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각종 애벌레가 왕성하게 먹어치우며 성장하는 하지(夏至)를 지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소서(小暑)다. 산왕결물결나방 애벌레와 대왕박각시 애벌레는 체색을 바꾸고 번데기를 틀며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