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리병철-박정천 조합: 특대형 도발 예고편
연평도 포격 도발=포병애호가 김정은+포병전문가 리영호
서북 5도 및 NLL 일대 포격 도발 나설 듯
하노이 ‘노딜’ 이후 4종 세트 거의 완성
새 전략무기는 SLBM 10~20기 탑재 ‘전략원잠’
북한 조선중앙TV는 2019년 7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살펴봤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2019년 말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새 전략무기의 ‘충격적 실제행동’을 공언했다. 김정은은 5월 하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지도하면서 핵무기와 전략무기의 격동 상태와 인민군 포병의 화력타격 능력을 강조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북한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1%를 기록했다(한국은행 추산).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에 따르면 거의 유일한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액이 3월 기준 90%가 급감했다. 곡물생산량도 저조해 올해 곡물 부족량은 120만t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6월 7일 노동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회의를 통해 이례적으로 ‘평양시민 생활 보장을 위한 당면한 문제’를 논의했다. 지방의 도시들에서도 경제난이 가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도 나온다.
북한은 김여정이 앞장서 대남 위협을 주도하면서 주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렸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공언한 ‘새 전략무기’와 ‘충격적 실제 행동’은 과연 무엇일까.
김정은–리병철-박정천 조합: 특대형 도발 예고편
북한은 5월 24일 노동당 제7기 4차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놀랄만한 인사를 단행했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무기 개발을 주도한 리병철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을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하고, 박정천 총참모장을 대장에서 차수로 승진시킨 것이다.리병철은 항공및반항공사령관 출신이지만 지금은 현역 장령(한국의 장군)이 아니고 노동당 부장이다. 그런데 역사상 처음으로 현역이 아닌 민간인을 장령들로 구성된 당중앙군사위의 부위원장에 앉힌 것이다. 이 직위는 김정은이 2010년 9월 27일 이른바 ‘세자 책봉’을 받으면서 맡은 자리다.
김정일 시대에는 군을 사상적으로 감시·통제하는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군 서열 1위였다. 총정치국장은 선군정치를 표방한 김정일 집권 시기 북한 권력서열 2~3위에 해당하는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을 겸하곤 했다. 황병서, 최룡해 전 총정치국장이 당정치국 상무위원이었다.
김정은은 총정치국 권력이 비대해지자 총정치국을 검열토록 했으며 황병서를 총정치국장에서 해임하고 좌천시켰다. 김수길 현 총정치국장은 차수가 아닌 대장이며 정치국 위원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박정천 총참모장이 차수로 승진하면서 총참모장이 총정치국장을 넘어 군 서열 1위가 됐다.
연평도 포격 도발=포병 애호가 김정은+포병 전문가 리영호
2010년에도 야전군사령관 격인 총참모장이 총정치국장을 제치고 군 서열 1위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은 과감한 도발을 감행했다.2010년 9월 김정은이 후계자에 오르고 리영호 총참모장이 차수로서 당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 실질적 군 서열 1위가 됐다. 당시 총정치국장 조명록 차수는 와병 중이었고 김정각 대장이 부국장으로 임무를 대행했다.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회복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서 북한군을 움직였다.
포병 애호가인 김정은과 포병 전문가인 리영호 총참모장 조합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6·25전쟁 이후 최초로 북한군이 대낮에 서북 도서에 포격 도발을 저지른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리병철 노동당 군수공업부장과 총참모부 포병국장(사령관)이던 박정천(현 총참모장)의 밀착 보좌로 신형전략무기 4종 세트(북한판 이스칸데르·에이태큼스, 대구경 방사포, 초대형 조종 방사포)를 거의 완성시켰다. 올해 5월 24일 김정은은 총참모장 박정천을 차수로 진급시키며 군 서열 1위로 만들었다.
지난해 5월 4일, 9일 북한은 내륙을 통과해 동해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 언론은 무기개발 시험으로 보도했지만 전략 부서 기획 직책과 야전군 지휘관을 역임한 필자는 단번에 전쟁연습 훈련임을 알아차렸다.
북한군은 무기개발 시험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전연(전방) 군단의 전 포병이 작전에 참가한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포병 애호가인 김정은과 포병 전문가인 박정천 조합이 실전을 전제로 훈련했다는 얘기다. 이는 2010년 김정은과 리영호의 ‘포-포 라인’과 유사하다. 또 다른 연평도 포격 도발의 예고편과 같다.
서북 5도 및 NLL 일대 포격 도발 나설 듯
필자는 김정은-박정천 조합이 서북 5도 및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포격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북 5도는 유엔사 관할구역으로 명시돼 있으나 해상분계선을 확정하지 못한 곳이다.북한은 1998년까지 서해 NLL에 대해 시비하지 않았으나 1999년부터 유엔해양법에 의한 중간기선을 해상경계선으로 주장하면서 NLL 무력화를 위한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NLL 침범을 수시로 감행했으며 1·2차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무수한 도발을 일으켜 왔다.
지난해 11월 26일 김정은은 서해 NLL 인근 창린도를 ‘현지지도’하면서 창린도방어대를 ‘조국의 전초선 섬 방어대’라고 칭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임의의 단위가 임의의 시각에도 전투임무수행에 동원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해안포 사격을 직접 명령했다. 이는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며 향후 도발에 나서겠다는 점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북한이 암석지대로 이뤄진 무인도 3곳(하린도, 석도, 옹도)을 제외한 NLL 인근 거의 모든 섬에 군사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의 ‘북한의 서해도서 요새화 작업 실태’ 자료 및 관련 지도에 따르면, 북한군이 서북 5도 중 대연평도와 인접한 기존의 NLL 인근 무인 5도(함박도·갈도·장재도·무도·아리도)에 이어 백령도 동남쪽의 마합도, 기린도, 창린도, 어화도, 비압도, 순위도까지 군사기지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정은의 지도에 따른 ‘새 전략무기의 충격적 실제행동’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혁명무력의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지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의 ‘새 전략무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전략원잠(SSBM) 탑재 신형 수중전략탄도탄(SLBM)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서는 SLBM을 ‘수중전략탄도탄’이라고 표현한다. 진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3000t급 잠수함에 ‘북극성-3형’ 2~3발을 탑재해 수중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열도를 넘겨 2000㎞ 안팎의 비행거리를 입증하면 미·일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북한의 기존 SLBM 시험은 고각으로 발사돼 일본 열도를 넘긴 적이 없다. 신형 3000t급 잠수함은 사거리 3000㎞에 달하는 북극성-3형 SLBM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새 전략무기로 평가된다.
디젤 잠수함 기반의 SLBM은 노출되기가 쉬워 전략무기로서 효용성이 떨어진다. 미국을 놀라게 할 수도 없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개발 중”이라면서 “핵추진잠수함에 SLBM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차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기술은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정은이 말한 ‘새 전략무기’는 우라늄 기반 핵추진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잠(SSBN; Ship Submarine Ballistic missile–Nuclear)’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변한 게 없다
잠수함 전문가들은 북한이 3000t급에서 시작해 4000t급, 5000t급, 6000t급까지 SSBN을 보유할 것으로 내다본다. SSBN은 SLBM 10~20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의 심장부를 선제 타격할 수 있으며 ‘제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핵 공격을 당했을 때 핵으로 보복하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김정은의 공언처럼 세상은 머지않아 SSBN이라는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충격적 실제행동’이 바로 그것이다.또한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의 다탄두(MIRV)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또한 새 전략무기 4종 세트를 거의 완성해 가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KN-23. [조선중앙통신]
지난해 5월 시험 발사에서 40㎞ 이하 고도에서 최고속도 마하 6.9로 날아 450㎞ 떨어진 지점에 탄착했다. 주목할 점은 이 미사일이 전략군 소속으로서 500㎏ 무게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점이다. KN-23은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북한판 에이태큼스 미사일 KN-24.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새 무기’ ‘전술유도무기’라고 칭한 무기다. 50㎞ 이하 고도에서 최장 410㎞를 비행한다. 무한궤도형 또는 바퀴형 TEL(이동식발사차량)에서 쏜다.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다.
600mm 초대형 방사포. [노동신문]
북한 매체는 ‘방사탄’이라고 보도했다.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사드) 기지를 핵으로 타격할 수 있다.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노동신문]
30㎞ 이하 고도에서 최장 250㎞를 날았다. 경기 평택시의 미군기지와 F-35A가 있는 청주기지, 3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가 사정권이다.
남북은 그간 극단의 위기와 극단의 화해를 오갔고 그 과정에서 김정은은 정상국가 지도자로 이미지 변신도 꾀했다. 하지만 북한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유·불리에 따라 위장 평화협상 전술을 사용했으나 협박과 공갈로 위기를 조장해 실익을 챙기는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북한의 도발에 맞설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할 때다.
김기호
● 육군사관학교 졸업(35기) 육군 대령 전역
●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교수
● 現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