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은 한국에 재앙…트럼프가 택할 리도 없어
핵개발‧전술핵‧나토식 핵 공유를 카드로 썼어야
안보라인 바꿔도 北은 차갑고 조롱 섞인 반응 낼 것
이재명은 호도의 달인…국민 속이고 있다
김종인은 ‘청년 기본소득’ 염두에 뒀던 듯
하후상박 ‘안심소득’이 이재명 ‘기본소득’보다 우월
오세훈(59) 전 서울시장은 “낙선 후 2~3주 지나면서부터는 좌절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4‧15 총선에서 보수의 험지(險地)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그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2746표로 석패했다. 그런 그는 “당이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요즘 분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수년 전부터 “북핵 폐기에 실패할 경우 우리도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는 게 중국과 미국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7월 8일 서울 광진구 ‘오세훈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꼬일 대로 꼬인 ‘북핵 정국’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북핵 ‘스몰딜’ 가능성이 거론되는데요. 하노이 회담 때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영변+알파’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낮은 수준의 조치를 수용하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스몰딜 가능성을 높다고 보지도 않지만, 그걸 해서는 된다 안 된다 논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죠.
“북한 김정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가 핵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부르짖고 있는 겁니다. 스몰딜은 우리에게 재앙과도 같습니다. 미국이 스몰딜을 할 리도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런 예측이 나오는 모양인데요.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카드가 도움되리라고 생각지 않아요. 미국 국민들이 북한과 스몰딜 했다고 주지 않을 표를 줄까요? 희망 섞인 예측이고 분석이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영철 기자]
“北으로부터 조롱에 가까운 반응 올 것”
-박지원 전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 이인영 의원의 통일부 장관 내정을 두고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많은데요.
“문재인 정부의 정말 애절하고도 처절한 메시지 전달이죠. 그러나 임기 끝날 때까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거예요. 북한은 지금 미국 대선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바꾸고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고 한들 돌아오는 건 아마 차갑고 무관심한, 어쩌면 조롱에 가까운 반응일 겁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 전 의원의 원장 내정을 두고 국정원을 망치는 길이라고 말했던데요.
“대통령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임기 중 남북관계가 1보라도 진전했다는 평가를 역사로부터 받고 싶겠죠.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요.”
-첫 단추라 하면….
“전략적 모호성을 무기로 협상에 임해야 했어요. 북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핵 카드를 쓸 수도 있다고요. 핵을 개발하겠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좌파진영에서 자꾸 제 의견을 왜곡시키는데요. 우리가 미국과 협의해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도 있고, 혹은 나토 식 핵 공유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도 있죠. 곧 B61-12가 실전배치 됩니다.”
오 전 시장이 언급한 B61-12는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양산을 추진 중인 개량형 저위력 전술핵폭탄이다.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핵벙커버스터’라고도 불린다.
“북한의 중요한 작전 지휘소는 전부 지하에 있어요. 벙커버스터가 전술 핵 중 가장 실효성 있는 무기에요. 그걸 우리 전투기에 달고 와서 목표지점에서 투하할 수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나토 식 핵 공유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대안이 있는데, 임기 초에 너무 쉽게 핵개발도 안할 것이고, 전술핵 재배치도 안할 것이라고 했어요. 전략적 모호성을 미리 포기한, 어떻게 보면 협상이라고는 평생 해보지 못한 사람처럼 협상에 임했어요. 김정은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쉬운 협상이 어디 있습니까. 그 대가를 지금 임기 후반부에 치르고 있는 겁니다.”
이어 오 전 시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니 ‘호전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자는 것이냐’ 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 박지원 내정자는 ‘오세훈의 얘기는 바보 같은 소리’라고까지 말했다”고 했다.
-박 내정자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서 그렇게 말했죠.
“대한민국 정보기관 수장이라면 속을 알 수 없어야죠. 그 분이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겁니다.”
-박 전 의원을 통해 북한과 막후대화를 하겠다는 의지 아닐까요.
“많은 국민이 돈 거래까지 의심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과거 그 분이 대북송금 사건 때문에 고초를 치르셨는데, 그 이미지를 연상하지 않는다면 이상하죠. 인재풀이 바닥난 게 아니라면 더 이해할 수 없는 인사죠.”
-이인영 의원은 통일부 장관 내정 뒤 “대북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라고 강조했는데요.
“이 의원한테 이렇게 묻고 싶어요. 당신이 말하는 평화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태에서의 평화냐, 아니면 핵을 폐기시킨 진짜배기 평화냐고요.”
“국민 속이고 있는 이재명”
최근 오 전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제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방송토론을 했다. 이 지사는 ‘신동아’ 7월호에서 “현재 재원에서 복지대체나 증세 없이 연 기본소득 20만 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 목표로 연 50만 원을 지급한 뒤 점차 늘려가자”고 했다. 이 지시가 제시한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는 “월 50만원”이다.
-이 지사는 월 50만원으로 기본소득을 차츰 늘려가자 합니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과 관련해 다종다양한 토론을 수십‧수백 회 하다 보니까 아주 호도의 달인이 됐어요. 연 20만원에 넘어가면 안돼요. 월 1만6000원입니다. 웃음이 나오지 않으세요? 국민을 속이고 있죠. 장기적으로는 월 50만원을 준다고 해요. 그러려면 300조원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1년 예산이 500조 원 조금 넘습니다. 장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불가능한 것을 호도하고 있죠. 참 솔직하지 못한 정치인입니다. 의미 없거나 불가능한 얘기를 정말 재주 좋게 하고 있어요.”
대신 오 전 시장은 안심소득을 주창하고 있다. 골자는 기준소득(ex: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6000만원)을 정하고 그 이하 소득계층에 일정액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가령 연소득이 1500만원일 경우, 기준 6000만원과의 차액인 4500만원의 절반(2250만원)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같은 기준으로 연소득 4000만원인 가구는 1000만원을 보전 받는다. 가난한 계층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구조다. ‘우파버전 기본소득’으로 불린다. 오 전 시장이 말했다.
“(하위 50%에 대해) 하후상박으로 드리기 때문에 기본소득 범주에 들어가는 게 아니고 일종의 복지정책이죠. 최하위 20%에는 지금도 많은 현금지원이 이뤄지고 있어요. 그것을 더 두텁게 하되, 곤란한 상황에 처한 국민들께 필요 이상의 조건을 갖추라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나눠드릴 수 있는 제도에요.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근로의욕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지금은 예컨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월 50만원을 벌면 소득이 복지 기준을 초과해요.”
-그러면 국가로부터 지원을 못 받죠.
“그러니까 숨어서 일하거나 일을 안 해요. 그와 무관하게 일정액을 보장받게 되면 일할 기회가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나서죠. 경제정책으로서의 기능도 있어요. 긴급재난지원금 사례에서 보듯이 어려운 분들은 지원금이 나오면 바로 씁니다. 거기다 공무원이 할 일이 많이 줄어요. 이것저것 묻지 않고 소득수준만 계산해 하후상박 원칙에 맞춰 현금지원 하니 국세청만 일을 하면 됩니다. 복지부 인력은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작은 정부가 가능해지죠.”
-안심소득에도 수십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텐데요.
“정확히는 2023년 기준 53조원입니다. 다음 대선 이후에나 시행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2023년을 상정했어요. 그 중 11조원은 원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7가지 급여 중 3가지를 폐지해 그 예산을 전용해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42조원이 남죠. 계산해보니 지금도 매년 30조원 이상 복지예산이 늘어나고 있어요. 2023년이 되면 90조원이 늘게 돼있어요. 이중 절반도 안 되는 돈을 어려운 분들에게 쓰자는 거예요. 증세할 필요도 없어요.”
-구도는 과거 ‘보편복지 vs 선별복지’와 비슷한 것 아닌가요.
“보편은 선이고 선별은 악처럼 전제를 해서 비교하면 저쪽 프레임에 걸려 들어가죠. 복지는 원래 경쟁 대열에서 뒤쳐진 분들을 보듬기 위해 생겨난 겁니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안심소득을 주장하는데 또 똑같이 나눠주자 하면 그거야말로 바보스럽죠.”
-안심소득을 채택했을 때는 2023년 이후에도 증세할 필요가 없나요.
“자연증가분 정도로 해결할 수 있죠.”
-김종인 위원장이 안심소득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던데요.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죠. 김 위원장은 제가 보기에 별 대책 없이 기본소득을 질렀어요. 정교하게 마련된 대안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없더라고요. 속마음을 들여다보니까 아마도 청년 기본소득 정도를 하려던 게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에 집중적으로 기본소득을 준다면 정치적으로는 굉장히 효과가 있겠죠. 청년 뿐 아니라 50대 부모님들 지지까지도 견인할 수 있으니까요.”
-청년 기본소득도 염두에 둘 수 있지 않을까요.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심소득이 훨씬 우월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할 수 있는 청년 기본소득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안심소득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비정규직과 실업자가 급증할 겁니다. 여기다 팬데믹까지 와버렸어요. 안심소득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게 마침 김종인 비대위의 ‘기본소득’ 논의와 맞아떨어진 거죠.”
“뼈가 아프다”
오 전 시장은 두 차례 총선에서 연이어 패했다. 하지만 그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별반 내려가지 않았다. 인물난을 겪는 보수진영에서 그의 상품성이 아직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오 전 시장이 이렇게 답했다.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 밖에 답변을 못 드리겠어요. 국회에 들어갔으면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었어요.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대부분이죠. 차질이 빚어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인적자원의 저변을 넓혀야 하고, 정책은 디테일에서도 허술함이 없도록 준비가 필요합니다.”
너무 세(勢)가 없는 게 아니냐는 아픈 질문을 덧붙이자 그는 “원내 진출 못한 게 뼈가 아프다”고 말했다.
*‘신동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인터뷰를 7월 15, 16일 오전 10시 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는 그 두 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