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
입사 5개월 만에 체지방 3.4㎏ 증가
2030 버킷리스트, 바디프로필
실현 가능한 방법만으로 100일 간 진행
매주 변화 측정 및 보고
8월 3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 [지호영 기자]
엄마의 잔소리가 이어진다. 머쓱한 마음에 “에이, 그 정도는 아니다. 내가 근육이 많아서 그래!”라며 쏘아붙이듯 변명하고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축 처진 가슴과 불룩한 배, 부담스럽게 커진 허벅지와 엉덩이. 애써 ‘아직은 괜찮아’라고 되뇌어보지만 ‘팩트’는 잔인한 법.
여섯 번째 구멍에 고정하던 허리띠는 네 번째 구멍을 사용하게 됐다. 바지의 허벅지 안쪽 부분은 비대해진 살로 인해 금방 헤진다. 넉넉하던 105 사이즈 반팔 셔츠도 가슴, 허리, 옆구리에서 저마다 해방을 꿈꾸며 머리를 들이미는 살을 통제하느라 어느새 ‘쫄티’가 됐다.
체중 1.7㎏, 체지방량 3.4㎏ 늘다
7월 31일 기자가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로 몸을 측정해본 결과, 키 178㎝에 체중 91.5㎏, 골격근량 43.1㎏, 체지방량 16.9㎏, 체지방율 18.4%로 나타났다. 입사 전보다 체중은 1.7㎏, 체지방량은 3.4㎏늘었고 골격근량은 1.8㎏ 빠졌다. 체지방율도 13.9%에서 4.5%p 증가했다. 이것이 2월 18일 입사 후 약 5개월 만에 일어난 변화다.근육량 감소와 지방량 증가를 감안하면 내년 봄이면 0.1t을 넘어설 기세다. 입사 전 운동을 꾸준히 한 기자는 ‘몸짱’은 아니었어도 ‘운동 좀 했니’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러나 수습기자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아이템 발제, 취재, 기사 작성 등 정신없이 쏟아지는 업무에 퇴근 후 운동보단 잠을 청하기 일쑤였고 식단은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가득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편인 기자는 ‘너 잘 만났다’며 음식을 먹어댔다.
사필귀정. 몸은 점점 볼품없어졌고 그만큼 자존감도 떨어졌다. 살이 찌니 피로가 더 쉽게 쌓였다. 앉아 있으니 허리가 아파오고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와 발은 피로하다며 비명을 질렀다. 몸이 피곤하니 운동하기가 더욱 싫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아직 서른 살. 이대로 ‘아재’의 운명을 받아들일 순 없다고 느꼈다. 각종 매체에 나오는 몸짱들을 부럽게 바라봤다. 그들을 동경하는 동시에 스스로 초라해졌다. 그들의 몸엔 ‘잔뜩 화가 나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기자의 몸은 ‘간디’가 울고 갈 정도로 평온했다. 하지만 이제 평화의 시대는 끝났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으려 한다. “나도 잔뜩 화가 나고 싶어”라며 움트는 몸의 열망을.
2030 버킷리스트, 바디프로필 도전
바디프로필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다진 몸 사진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보관하거나 자기 홍보에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모델, 보디빌더 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몸짱’ 열풍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유행으로 일반인 사이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다.특히 젊었을 때의 아름다운 몸을 사진으로 남겨 간직하려는 2030세대 사이에서는 버킷리스트로 떠오르고 있다. 8월 3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바디프로필을 검색하면 95만1000개의 게시물이 나타난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성난 근육’과 늘씬한 몸을 자랑하고 있다. 운동을 전업으로 하는 트레이너들이 많았다. 고구마와 닭 가슴살, 채소만 먹으며 운동했다는 그들을 보면 ‘나는 못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부터 어려운 일인데다가 회식, 동료와의 식사 등 사회생활을 일절 끊지 않는 이상 고구마와 닭 가슴살만 먹으며 회사를 다니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기자는 ‘무리 없이 실현가능한’(기자의 기준) 방법만으로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선 삼시세끼를 거르지 않되, 가능한 범위 안에서 조절하기로 했다. 예컨대 구내식당에서 밥을 반 공기만 먹고 집에서의 식단은 다이어트용(현미밥+닭 가슴살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탕, 초콜릿 등 간식은 모두 끊고 정말 배가 고플 때는 닭 가슴살이나 방울토마토를 먹기로 했다.
후식으로 즐겨마시던 커피(라떼, 마끼아또)도 칼로리가 거의 없는 아메리카노로 바꿔 마시리라 다짐했다. 물처럼 마시던 우유도 하루에 한 잔(200㎖)이상 먹지 않기로 했다. 흔히 고구마 몇 그램, 닭 가슴살 몇 그램, 오이 몇 그램 등으로 권장 식단이 제시되지만 저울을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먹는 양을 따로 측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탄탄한 근육을 돋보이게 하면서 체지방을 더 태우기 위해선 운동도 필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하는 집 근처 헬스장을 다니되, 올바른 식단과 효율적인 운동방법을 배우기 위해 주 2회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기로 했다.
운동은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적절히 배합, 1시간 30분 이상 하는 것이 목표다.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엔 운동 시간을 늘리고, 헬스장을 운영하지 않는 일요일엔 등산, 조깅을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은 당연히 사용하지 않는다. 실행 기간은 8월 4일부터 11월 11일까지 100일이다. 101일 째인 11월 12일 바디프로필을 촬영하며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매주 변화 측정, 매일 식단‧운동 기록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주간으로 연재된다. 1주차에 해당하는 내용은 8월 4일부터 10일까지의 진행 상황을 11일에 기록, 12일에 출고하는 식이다. 사진은 매주 월요일 촬영하고, 인바디는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마다 측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매일 섭취하는 음식, 실행한 운동, 그날 느낀 감상 등을 빠짐없이 기록해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멋진 몸을 만드는 것만이 ‘노력’의 증명이냐고. 혹은 이미 힘든 일이 가득한 데 굳이 그런 것에 뭐 하러 도전하느냐고. 일리 있는 지적이다. 잘 관리된 몸만을 그 사람의 노력으로 환산하는 것은 외모지상주의의 산물이다. 굳이 바디프로필에 도전하지 않아도 2030세대에겐 하루하루가 이미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안다.
기자는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며 계도를 하고 싶은 것도, 멋진 몸을 자랑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이 지나면 오지 않을 젊음에 또 하나의 흔적을 아로새기고 싶을 뿐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포기 없이 완주하려 한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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