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있었던 듯… 金, 비대위 출범 전부터 尹 점찍어”
2016년 최저임금 정치화 비판하며 공익위원 사퇴
제1야당 투쟁방향 설정… “정책 사안 이념화 말아야”
6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 회의에서 윤희숙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옆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이와 관련해 3일 미래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윤 의원의 국회 본회의 발언이 있던 날 오전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의원을 비대위원장실로 따로 불러 면담했다. 두 사람 간에 (연설 내용에 대한) 교감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윤 의원의 본회의 발언이 있기 전 비대위에서도 당 고위관계자가 “윤 의원의 발언은 회심의 카드”라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11일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으로 윤 의원을 임명한 바 있다. 앞선 당 핵심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전부터 ‘경제전문가로는 윤희숙이 괜찮다’고 말했다”면서 “애초 경제혁신위도 김 위원장 본인이 맡으려 했다. 하지만 위원장이 다 쥐고 있으면 모양새가 안 좋으니 따로 특위로 둔 것인데, 그 자리에 윤 의원을 앉혔다”고 말했다.
1970년생, 공공경제학 전문가
윤 의원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세부 전공은 공공경제학(재정학)이었다. 김 위원장 역시 독일에서 공공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주로 학계에서 활동했던 윤 의원이 세간에 알려진 계기는 최저임금이다. 2016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이던 그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위촉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그는 같은 해 7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정치화됐다”면서 공익위원직을 사퇴했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을 문제 삼으며 사퇴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노동 및 복지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언론에 여러 차례 기고했다. 이 과정에서 ‘포퓰리즘 파이터(Populism Fighter)’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다 지난 2월 18일 4‧15 총선 여성 인재로 통합당에 영입돼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윤 의원의 연설이 관심을 얻으면서 그의 저서 ‘정책의 배신’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책에서 ‘한국을 병들게 한 6가지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비정규직 대책, 국민연금 방관, 정년연장 추진, 신산업 정책을 꼽았다. 약자를 위한다는 선의로 포장된 정책들이 외려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윤 의원은 386 세대를 언급하면서 “최근 만들어진 정책들은 기성세대 중에서도 과하게 보호받고 있는 이들, 그들의 조직력을 활용해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정치세력에게만 좋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책의 추천사는 김대중 정부 출신인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노무현 정부 출신인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썼다. 이념과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은 채 통계를 활용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덕분이다.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 발언 과정에서도 막말이나 상대를 비하하는 식의 노골적 표현을 전혀 쓰지 않았다. 그의 발언이 제1야당의 투쟁 방향을 설정해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시절인 20대 국회 당시 주기적으로 막말 논란에 휩싸여 지지층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민주당은 싫지만 통합당은 혐오한다’는 여론이 존재해온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윤희숙 신드롬’을 계기로 ‘습관적 장외투쟁’이 아닌 ‘원내 정책투쟁’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이 통합당 내에서 피어오르는 배경이기도 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일 페이스북에 “통합당의 이념 선동은 자기들만 고립시킬 뿐”이라면서 “윤 의원의 연설이 반향을 일으킨 것은 정책적 사안을 이념화하지 않고 ‘임차인’의 입장을 대변했기 때문”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