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알레르기 심하면 호흡곤란 올 수도”
‘안개무늬날개깔따구(인천 수돗물 검출)’ 알레르기 원인 물질
“곤충 혐오감 탓 과민 반응”
인천시 “유해성 여부 당장 답변 어려워”
환경부 “음용 자제, 샤워·세수 주의”
깔따구 유충. [인천광역시 제공]
수돗물에서 유충이 처음 발견된 곳은 9일 인천 서구의 한 빌라였다. 이후 인천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유사 신고가 잇달았다. 환경부는 유충이 정수 과정의 활성탄 여과지(활성탄으로 정수하는 설비)에서 유입된 것으로 파악했다. 15~17일 활성탄 여과지가 설치된 전국 49개 정수장을 긴급 점검한 결과, 인천 공촌·부평, 경기 화성, 경남 김해삼계, 경남 양산범어, 경남 의령화정, 울산 회야 등 정수장 7곳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
인천시로부터 표본 분석을 의뢰받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측에 따르면, 인천시내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안개무늬날개깔따구’와 ‘등깔따구’다. 위생해충학을 전공한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가 없다”고 전제한 뒤 “심한 곤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깔따구 유충을 만지거나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교수는 “깔따구 유충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면역 반응이 심할 경우 기도가 부어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단순 접촉이 아닌 섭취 시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7월 15일 발표한 ‘유충 발생 관련 주민 안내 Q&A’에서 ‘깔따구의 유충은 학술적으로 인체의 위해성이 보고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심한 곤충 알레르기 환자 위험”
15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나온 유충. [뉴시스]
깔따구 유충의 유해성을 두고 전문가의 의견은 분분했다. 익명을 원한 한 곤충 전문가는 “깔따구는 사람을 물거나 흡혈하지 않는다. 유충·성충을 막론하고 독성도 없어 수돗물에서 유충 몇 마리가 나왔다고 해도 인체에 크게 해롭지는 않다. 곤충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 과민 반응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해외 연구 사례에 따르면 일부 깔따구 종이 알레르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서도 “국내에 서식하는 종의 유충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당장 유해성에 대해 확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용태순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2001년 발표한 논문 ‘깔따구 알레르기와 새로이 확인된 깔따구 알레르겐’에서 “안개무늬날개깔따구 성충의 추출물로 알레르기 환자 275명에게 피부단자시험을 수행했을 때 14.2%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안개무늬날개깔따구가 알레르기 유발 물질(알레르겐)이라는 것이다.
다만 용 교수는 20일 ‘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려면, 일정 면적에서 깔따구가 수백 만 마리 이상 대량으로 발생해야 한다. 유충 몇 마리 정도는 접촉·섭취해도 인체에 해가 없으니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깔따구 등 유충이 나온 수돗물을 안심하고 써도 될까. 양영철 교수는 “수돗물을 쓰는 각 가정에서 곤충 유충이 발견된 것은 수질 정화 과정에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유충의 유해성 여부를 떠나 명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면 위생 자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깔따구는 수질 오염도를 측정하는 생물 지표종이다. 일부 종의 경우 오염에 강해 만약 물에서 깔따구만 발견됐다면 바로 4급수, 즉 폐수로 판정할 수 있다.”
“유충 유해성 떠나 원인 규명 필요”
깔따구 유충 사체가 발견된 인천 부평구 부평정수장. [뉴시스]
환경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내에 알려진 깔따구류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도 “음용은 자제하고 최대한 주의해 세수나 샤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