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일부 전문가 "수돗물 ‘깔따구’, 알레르기로 호흡곤란 유발할 수도"

“깔따구만 사는 물은 4급수(폐수)”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07-22 11: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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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충 알레르기 심하면 호흡곤란 올 수도”

    • ‘안개무늬날개깔따구(인천 수돗물 검출)’ 알레르기 원인 물질

    • “곤충 혐오감 탓 과민 반응”

    • 인천시 “유해성 여부 당장 답변 어려워”

    • 환경부 “음용 자제, 샤워·세수 주의”

    깔따구 유충. [인천광역시 제공]

    깔따구 유충. [인천광역시 제공]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관련 신고가 서울·경기·부산·경남·충북 등 전국에서 800여 건(21일 기준) 접수된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깔따구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처음 발견된 곳은 9일 인천 서구의 한 빌라였다. 이후 인천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유사 신고가 잇달았다. 환경부는 유충이 정수 과정의 활성탄 여과지(활성탄으로 정수하는 설비)에서 유입된 것으로 파악했다. 15~17일 활성탄 여과지가 설치된 전국 49개 정수장을 긴급 점검한 결과, 인천 공촌·부평, 경기 화성, 경남 김해삼계, 경남 양산범어, 경남 의령화정, 울산 회야 등 정수장 7곳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 

    인천시로부터 표본 분석을 의뢰받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측에 따르면, 인천시내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안개무늬날개깔따구’와 ‘등깔따구’다. 위생해충학을 전공한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가 없다”고 전제한 뒤 “심한 곤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깔따구 유충을 만지거나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교수는 “깔따구 유충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면역 반응이 심할 경우 기도가 부어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단순 접촉이 아닌 섭취 시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7월 15일 발표한 ‘유충 발생 관련 주민 안내 Q&A’에서 ‘깔따구의 유충은 학술적으로 인체의 위해성이 보고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심한 곤충 알레르기 환자 위험”

    15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나온 유충. [뉴시스]

    15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나온 유충. [뉴시스]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 곤충이다. 전 세계 4000여 종, 국내 50여 종 정도가 서식한다. 모기와 생김새가 비슷하나 사람을 물지 않는다. 성충은 입이 퇴화해 먹지 못하고 짝짓기 후 곧 죽는다. 물가에 알 수백 개를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물 속 모래·진흙 속에 살며 수중 유기물을 먹는다. 종마다 차이가 있으나 성충의 수명은 1주, 유충은 3주 정도다. 



    깔따구 유충의 유해성을 두고 전문가의 의견은 분분했다. 익명을 원한 한 곤충 전문가는 “깔따구는 사람을 물거나 흡혈하지 않는다. 유충·성충을 막론하고 독성도 없어 수돗물에서 유충 몇 마리가 나왔다고 해도 인체에 크게 해롭지는 않다. 곤충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 과민 반응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해외 연구 사례에 따르면 일부 깔따구 종이 알레르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서도 “국내에 서식하는 종의 유충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당장 유해성에 대해 확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용태순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2001년 발표한 논문 ‘깔따구 알레르기와 새로이 확인된 깔따구 알레르겐’에서 “안개무늬날개깔따구 성충의 추출물로 알레르기 환자 275명에게 피부단자시험을 수행했을 때 14.2%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안개무늬날개깔따구가 알레르기 유발 물질(알레르겐)이라는 것이다. 

    다만 용 교수는 20일 ‘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려면, 일정 면적에서 깔따구가 수백 만 마리 이상 대량으로 발생해야 한다. 유충 몇 마리 정도는 접촉·섭취해도 인체에 해가 없으니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깔따구 등 유충이 나온 수돗물을 안심하고 써도 될까. 양영철 교수는 “수돗물을 쓰는 각 가정에서 곤충 유충이 발견된 것은 수질 정화 과정에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유충의 유해성 여부를 떠나 명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면 위생 자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깔따구는 수질 오염도를 측정하는 생물 지표종이다. 일부 종의 경우 오염에 강해 만약 물에서 깔따구만 발견됐다면 바로 4급수, 즉 폐수로 판정할 수 있다.”

    “유충 유해성 떠나 원인 규명 필요”

    깔따구 유충 사체가 발견된 인천 부평구 부평정수장. [뉴시스]

    깔따구 유충 사체가 발견된 인천 부평구 부평정수장. [뉴시스]

    깔따구 유충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유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무해·유해한지 당장 답변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알레르기에 대한 반응이 다르고, 전문가마다 말이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충이 수돗물에서 나온 원인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합동으로 조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조만간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원인도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환경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내에 알려진 깔따구류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도 “음용은 자제하고 최대한 주의해 세수나 샤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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