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서른, 잔치는 시작됐다…CU에 TKO승 GS25 [기업언박싱]

‘토종 브랜드’로 업계 1등 올라선 비결은?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0-07-10 14: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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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간 누적 방문객 200억 명

    • 영업이익, 406억 원(GS25) vs 185억 원(CU)

    • 3.3㎡당 매출 3129만 원(GS25) vs 2694만 원(CU)

    • 올해 재계약 시장 등장 편의점 2900여 개…실탄 장전

    • ‘조커’ 수퍼마켓도 164억 원 벌어 흑자전환

    *숫자를 통해 기업과 산업을 낱낱이 뜯어봅니다. 기업가정신이 살아 숨 쉬는 혁신의 현장을 전합니다.

    올해 1분기 GS리테일 편의점사업 영업이익은 40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1.3%가 늘었다. [GS25 제공]

    올해 1분기 GS리테일 편의점사업 영업이익은 40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1.3%가 늘었다. [GS25 제공]

    숫자 ‘25’는 곧 만나자는 신호였다. “정문 앞 GS25에서 보자.” 사거리 한복판 목 좋은 데 있던 그곳을 거쳐 삼겹살과 치킨 냄새가 짙게 스민 골목으로 가야 했다. 말라가는 잔고가 빈번히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럴 때마다 그곳이 자취생을 감싸듯 품었다. 컵라면과 참치마요 삼각김밥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운 뒤 500ml 짜리 맥주 한 캔 사들고 나올 때면 부러울 게 없었다. 스무 살은 그런 나이였다. 바로 그곳, 그러니까 GS25 경희점이 1호점이라는 사실은 졸업 뒤에야 알았다. 

    GS25는 올해로 만 서른 살이 됐다. 1990년 12월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앞에 ‘LG25 경희점’이 문을 열었다. 24시간에 1시간의 서비스를 더한다는 뜻에서 25가 탄생했다. 영욕의 30년사(史)를 훑다보면 유독 2와 5라는 숫자가 자주 눈에 띈다. 2002년에 1000호점이 탄생했고, 2005년에 GS25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회사 자체 집계로는 30년간 누적 방문객이 200억 명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550만 명꼴이다. 

    2와 5를 더하면 행운의 7이 나온다는 의미도 이름에 담겨있다. 편의점시장서 발견한 7가지 숫자를 활용해 GS리테일을 언박싱(unboxing)해보기로 했다.

    서프라이즈 vs 예상보다도 부진

    ①실적.

    최근 편의점업계를 놀라게 만든 숫자도 마침 2와 5였다. 올해 1분기 GS리테일 편의점사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028억 원, 406억 원이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 1조3931억 원, 영업이익 185억 원을 벌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GS리테일은 1년 전보다 51.3% 늘었고, BGF리테일은 29.7%가 줄었다. 숙적 사이에 2와 5를 매개로 희비가 갈렸다. GS리테일의 경우 수퍼마켓과 호텔까지 더한 매출은 2조1419억 원이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888억 원으로 한해 전보다 314.7% 급증했다.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일회성 수익(450억 원)을 빼더라도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금세 금융투자업계가 술렁였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떻게 보아도 서프라이즈!”(GS리테일)와 “예상보다도 부진”(BGF리테일)이라는 낱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GS리테일 편의점사업 호실적의 동력으로 “MD(상품기획) 통합에 따른 매입률 개선, 직영점 운영 효율화, 감가상각비 개선 효과” 등 세 가지 내실강화 전략을 꼽았다. 

    GS리테일은 지난해 편의점, 수퍼마켓, 헬스앤뷰티(H&B) 3개 사업부문의 MD를 통합했다. 상품을 통합 구매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수익성을 키우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판매관리비가 줄어들게 된다. 일단 승부수가 통한 셈이다.

    ②특수입지점포 비중.

    업계 안팎에서 전례 없는 성적표를 해석하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이 과정에서 한 차례 논쟁이 벌어졌다. BGF리테일 측이 “지방권역과 공항, 대학가, 관광지 등 특수입지점포 비중이 경쟁사에 비해 높아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변호에 나선 게 시발점이었다. 주영훈 연구원도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심했던 3월 기준으로 CU 특수입지점포들의 매출액은 -39%(일반점포: -5%)에 달했다. 영업이익 감소액 54억 원 중 43억 원이 특수입지점포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분석이 맞는다면 CU의 부진은 일시적일 공산이 크다. 해외여행을 취소하고 국내 여행으로 대체하는 수요가 늘면 관광지 등 특수입지점포 매출이 급증할 수 있다. 하지만 GS리테일 관계자는 “CU가 특수입지점포를 정의하는 기준이 우리와 다르다. 두 편의점 간 특수입지점포 수도 거의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CU에서 실적 부진의 명분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광 성수기가 끝나야 ‘입지 논쟁’의 성패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입지 논쟁과 점포수 경쟁

    ③점포 당 수익성.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올 초 “점포 수익성 강화로 새로운 30년 역사를 써가겠다”고 했다. 조 사장의 공언처럼 최근 GS리테일의 점포 비즈니스 전략을 관통하는 단어는 수익성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와 CU 간에 점포 하루 매출 차이가 20만 원 수준이다. 한 달이면 600만원으로 상당한 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자료에 다 나와 있는 사항”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GS25의 가맹점 한해 평균 매출은 6억7206만 원, CU는 5억9312만 원으로 약 7894만원 차이였다. 가맹점의 3.3㎡당 매출 역시 2019년 말 기준으로 GS25 3129만 원, CU 2694만 원이었다. 

    다만 GS25가 CU에 비해 서울 지역 점포수가 300개 이상 많은 점이 이와 같은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은 유동인구가 많은 점포가 다수여서 매출이 발생하기 좋다는 의미다. 앞선 ‘입지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숙적 간 신경전이다.

    ④이용률 및 선호도.

    이 틈에 GS25의 우세를 방증해준 지표가 두 개 공개됐다. 양대 편의점업체와 이해관계가 없는 기관에서 말이다. 5월 25일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편의점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편의점 구매 경험이 있는 15~59세 1000명에게 ‘주로 이용하는 브랜드’를 물었더니 GS25(52.1%)가 1위로 나타났다. CU는 36.1%로 2위였고, 이어 세븐일레븐(6.8%), 이마트24(3.0%), 미니스톱(1.8%) 순이었다. 오픈서베이 측은 “GS25를 이용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프로모션 행사·카드 및 통신사 제휴 할인·여기서만 파는 제품이 있어서라는 의견이 타 브랜드 대비 높게 나왔다”고 했다. 

    또 7월 3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편의점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3.6%가 GS25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CU(20.0%), 이마트24(11.6%)가 뒤를 이었다. 세븐일레븐(1.8%)과 미니스톱(1.5%) 선호도는 낮았다. 20대에서는 GS25 선호도가 52.8%로 과반을 넘어 CU( 22.5%)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관련 조사는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⑤점포수와 재계약 시장.

    이쯤 되면 1‧2위는 정해진 게 아니냐고 볼 수 있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 특이하게도 편의점 시장은 누가 얼마나 점포를 많이 갖고 있느냐로 순위를 매겨왔다. 공교롭게도 이 지표에서만큼은 20년 동안 CU가 1위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 GS25가 처음으로 CU를 넘어섰다. 2019년 11월 말 기준 GS25의 점포수 1만3899개, CU의 점포수 1만3820개였다. 10월까지만 해도 CU 1만3746개, GS25 1만3696개였다. 다만 GS리테일은 이후 점포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실경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게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월별로 양대 라이벌 간 점포수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고 했다.

    FA가 쏟아진다!

    GS25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 [GS25 제공]

    GS25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 [GS25 제공]

    문제는 올해다. 시곗바늘을 잠시 뒤로 돌려보자. 2018년 12월 ‘근거리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규약’이 시행됐다. 자율규약의 골자는 이렇다. 지방자치단체 소관인 담배소매인 거리제한(50~100m)을 출점 기준으로 삼았다. 이 거리 안에서는 브랜드와 상관없이 신규 출점이 어려워졌다. 출점이 어려워지니 기존 목 좋은 곳에 있는 점포의 가치가 올랐다. 편의점 간 상대방의 알짜 점포를 뺏는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편의점 신규점포는 2014년 1160개로 처음 1000개를 돌파한 뒤 2015년 2900여개, 2016년 3600여개, 2017년 4200여개로 빠르게 늘었다. 통상 본사와의 계약은 5년이다. 이에 올해부터 3년여 간 ‘자유계약(FA) 점포’가 쏟아진다. 

    목 좋은 점포 점주는 계약기간이 끝날 때쯤 기존 브랜드와 재계약하거나 타 브랜드의 유치 제안을 받는다. 상대의 차포를 뺏어오려면 실탄을 장전해야 한다. 여러 혜택과 지원금을 점주에게 제공해야 해서다. 이에 ‘싸움판’은 GS25와 CU 양강 중심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최근 영업이익 규모가 작은 3~5위 업체가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작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1분기에 ‘역대급’ 영업이익을 벌어둔 GS리테일에 유리한 구도다.

    ⑥조커 수퍼마켓.

    수퍼마켓(SSM)의 성장세도 주목해야 한다. GS더프레시는 올해 1분기에 매출 3451억 원과 영업이익 164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저효율 점포 25개를 정리하면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84억 원에서 212억 원 늘어 흑자전환 했다. 

    적자 행진을 하던 수퍼마켓이 흑자 궤도에 안착하면 편의점이 부침을 겪더라도 리스크가 낮아진다. 일종의 조커(joker)다. 2분기에 이와 같은 그림이 현실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의 2분기 실적을 두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 편의점 영업이익은 7% 감소한 800억 원, 슈퍼마켓 영업이익은 110억 원을 기록해 적자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의점 뿐 아니라 수퍼마켓에서 쓸 수 있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점포를 늘리는 데 치중했고, 가맹 비중이 높지 않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축적한 가맹 DNA를 수퍼마켓에 적용했고 경영주들이 소규모 자본을 갖고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지난해에 돈 안 되고 효율이 나지 않는 점포를 정리하며 우량점포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했다.

    ⑦시가총액 3조원 육박.

    5월 14일 GS리테일의 주가는 장중 한때 4만4900원에 달했다. 이날 종가는 4만2500원이었는데, 시총 기준으로 이마트를 앞선 수치였다. 7월 9일 현재 GS리테일 주가는 3만6850원으로 장을 마쳐 시총 2조8374억 원이었다. 라이벌 BGF리테일(2조3420억 원)과 유통공룡 롯데쇼핑(2조2970억 원)을 훌쩍 웃돈다.

    ‘국민 주택’과 ‘국민 점포’

    편의점산업 초창기인 1993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LG25 점포 앞에서 고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편의점산업 초창기인 1993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LG25 점포 앞에서 고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국민 주택’이라면 편의점은 ‘국민 점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단순한 ‘점포’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일상에 필요한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주변 상권을 ‘흡수 통일’하고 있다.”(전상인, ‘편의점 사회학’ 中) 

    코로나19는 흡수 통일 시점을 앞당겼다. 소비자에게는 동네 장터로 인기를 끌고, 자영업자에게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돈 벌 수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 각인됐다. 1인 가구 증대라는 인구구조 변화도 호재다. 한편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은퇴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1955년생이 올해 65세 문턱을 넘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퇴직인구 증가에 따라 편의점 출점 수요가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편의점과 수퍼마켓을 양 날개로 갖춘 GS리테일에 시장의 눈이 쏠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인구구조가 변화하면 두 가지 쇼핑 채널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편의점과 쿠팡‧옥션 같은 온라인몰”이라면서 “오프라인에서는 편의점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브로 서른 살 GS25가 유통업계 ‘왕좌의 게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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