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근로자가 평양의 한 공장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 의류를 들고 있다.
언론인 김승재 씨는 최근 출간한 ‘세계의 옷공장, 북한’을 통해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법을 ‘탐사보도’했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 한 대기업도 평양에서 만든 섬유제품을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인해 북한에서 만든 섬유제품은 정상적으로 중국 세관을 통과할 수 없다. 평양 E공장에서 만든 펠틱스-제너럴 아이디어 항공점퍼와 키스 해링 야상점퍼는 밀수선으로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갔다.
저자는 국내에서 팔린 북한산 의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2010년부터 6년간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서 만든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의류가 미국으로 수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주문이 폭주하면 북한 나선시와 청진시에서 이 브랜드 제품을 제작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김승재 지음, 늘품플러스, 290쪽, 1만6500원
세계 각국 기업이 북한산 의류 제품을 수입한 행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 미국 독자 대북제재 ‘행정명령 13810’을 위반한 것이다. ‘행정명령 13810’은 위반 기업과 개인에 미국과 금융거래 금지와 미국 내 재산 몰수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자는 “전 세계 각국의 의류 기업이 경쟁적으로 북한 노동자가 만든 옷을 수입하고 있다”면서 “많은 기업이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렇게 하는 이유는 노동력이 우수하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수출 공장에서 일하는 봉제 노동자는 최소 50만 명,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봉제 노동자는 7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2019년 한 해에만 2조 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