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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텅 빈 샌프란시스코…‘오바마식당’에도 손님 끊겨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코로나로 텅 빈 샌프란시스코…‘오바마식당’에도 손님 끊겨

6월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유명 식당 ‘그레이트 이스턴 레스토랑(Great Eastern Restaurant)’이 손님 없이 텅 비어 있다(위). 식당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팀 쿡 애플사 최고경영자 등 유명인사들이 남긴 사진.

6월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유명 식당 ‘그레이트 이스턴 레스토랑(Great Eastern Restaurant)’이 손님 없이 텅 비어 있다(위). 식당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팀 쿡 애플사 최고경영자 등 유명인사들이 남긴 사진.

그때는 2012년 2월 16일 목요일, 오후 1시 반이 조금 안 된 시각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한 레스토랑에서 딤섬을 먹던 손님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연호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오바마!” 미국 동부 워싱턴 D.C. 백악관에 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부 끝자락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나타난 것이었다. 45분 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바로 이 식당에서 딤섬을 테이크아웃하려고. 

당시 미국 CBS방송이 전한 오바마 대통령의 차이나타운 방문 광경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해 11월 대통령선거 재선을 앞두고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베이(San Francisco Bay·샌프란시스코 및 주변을 아우르는 광역 도시권) 지역을 방문한 참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차이나타운의 인기 있는 딤섬 레스토랑을 찾아온 건 정치적 의미가 짙었다. 중국계 미국인의 고향과도 같은 장소인 차이나타운, 그중에서도 현지인이 즐겨 찾는 딤섬 레스토랑을 찾았기 때문이다.

웨이터 1명만 남은 ‘오바마 식당’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탑골공원’ 격인 포츠마우스 스퀘어(‘Port-smouth Square)’ 공원의 한산한 풍경.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탑골공원’ 격인 포츠마우스 스퀘어(‘Port-smouth Square)’ 공원의 한산한 풍경.

6월 27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오바마가 음식을 사갔던 차이나타운 딤섬 식당 ‘그레이트 이스턴 레스토랑(Great Eastern Restaurant)’을 찾았다. 실리콘밸리 남부 새너제이(San Jose) 집에서 1시간 10분 정도 차를 몰고 샌프란시스코에 올 때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길게는 1시간 정도 기다려야 앉아서 식사할 수 있었다. 3월 8일 일요일, 마지막으로 이곳에 왔으니 3개월 반 만에 다시 온 것이었다. 

점포 밖 유리창에는 레스토랑 관계자들이 오바마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애플(Apple)사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테이크아웃 주문만 가능하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앞에 투명한 플라스틱 칸막이를 세워둔 주문 테이블이 있다. 플라스틱 칸막이 뒤에서 웨이터가 “메뉴 보고 고르시면 됩니다”라며 주문을 받았다. 

속이 돼지고기와 채소로 채워진 빵, 육즙으로 가득 찬 샤오룽바오(小籠包), 토란으로 만든 케이크, 매콤달콤한 수프 등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4달러(4800원) 팁을 포함해 50달러(5만9000원)를 결제하고 식당 안을 찬찬히 살펴봤다. 22개 정도 있는 테이블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고 다른 웨이터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식당 내부에서 영업을 하던 3월에는 그나마 11개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다. 웨이터의 경우 대여섯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웨이터만 20명 가까이 있었는데 3월에 이미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주문받은 웨이터에게 지금 몇 명이나 근무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 혼자 근무한다고 전했다. 주방엔 3명이 있다고 했다. “같이 있던 동료들이 다 사라지고 없다”고 말을 건네니 “그렇게 돼버렸다”며 힘없이 웃는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30분가량. 그사이 중국계 노인 한 명이 와서 10 달러어치 만두를 사갔다. 그리고 그뿐. 다른 손님은 없었다.

이소룡 벽화 옆 과자점도 문 닫아

토요일 점심이면 지나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다니기 힘들던 거리에는 씁쓸한 여유가 넘쳤다. 드문드문 지나는 사람들은 차이나타운 거리를 전세 낸 듯 활보했다. 이소룡(1940~1973·브루스 리) 벽화가 있는 거리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병원에서 태어난 그를 기념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이다. 중국계 노인들이 전통악기를 들고 나와 하루 종일 연주하던 벽화 앞은 텅 비어 있었다. 벽화 바로 옆 모퉁이에 있는 중국과자점은 문을 닫았다. 마스크를 쓴 사내가 문 앞에서 전병을 팔고 있었다. 과자점 주인인가 싶었다. 10여 분 지켜보니 과자점 앞으로 가뭄에 콩 나듯 사람들이 지나갔다. 누구도 마스크 쓴 사내에게 전병을 사지는 않았다. 

명절이면 시끌벅적한 공연이 열리고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드는 골목을 찾았다. 체이스(Chase)은행, 중국어로 다퉁은행(大通銀行) 지점이 있는 골목이다. ‘운수가 막힘없이 풀리는 은행’이라는 뜻의 다퉁은행 앞도 한산하긴 마찬가지. 지나는 사람이 없으니 그나마 문을 연 상점은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보석과 잡화를 파는 꽤 큰 규모의 상점 안에 손님은 없었다. 한 직원이 상점 내부 물청소를 했는지 짙은 색 물이 든 양동이를 들고 나와 도로에 쏟아붓고 들어갔다. 

골목을 살펴보는데 폐업한 상점이 여기저기 보였다. 줄줄이 문을 닫았고 간간이 문을 연 상태였다. 함께 간 아내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저걸 어쩌지? 아이고 저걸 어쩌나?”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 피해는 차이나타운을 비켜가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특별 자금 지원에 기대어 근근이 버티는 상점이 많다 보니 지원받은 자금이 떨어지면 파산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 ‘월스트리트저널’이 7월 2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올해 상반기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6%나 증가했다고 한다. 아내가 한 마디 더 한다. “여기 문 연 상점들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사라진 웨이터들 돌아올 수 있을까

이날 주차한 장소는 차이나타운의 상징 같은 공원, ‘포츠마우스 스퀘어(Portsmouth Square·花園角·화위안자오)’ 주차장이다. 근처에 사는 중국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이는 한국의 탑골공원 같은 곳이다. 노인들이 카드놀이나 바둑, 재미 삼아 노름도 하는 곳이다. 공연도 곧잘 열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평일에도 200~300명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몇 명이나 있을까. 공원을 살펴보니 굳이 오래 셀 필요도 없었다. 벤치에 기대어 자는 홈리스(homeless) 남성을 포함해 10명 남짓. 주워 먹을 게 없어서 그런지 그 많던 비둘기도 열댓 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 둔 딤섬 봉지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나왔다. 

우린 과연 다음에도 ‘오바마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을까. 그 집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사라진 웨이터들은 과연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릴없는 상념이 맴돌았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글·사진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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