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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밥에 와락 끼얹어 먹는 식물성 짜장의 맛

김민경 ‘맛 이야기’⑱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뜨거운 밥에 와락 끼얹어 먹는 식물성 짜장의 맛

콩고기 짜장밥. [GettyImage]

콩고기 짜장밥. [GettyImage]

혹시 ‘방귀세(fart tax)’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지?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덴마크에서 시행하는 법이다. 다행히 사람은 아니고 소에 해당된다. 풀을 먹고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 소의 방귀에는 지구온난화 요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포함돼 있다. 소 네 마리가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매일 움직이는 자동차 한 대 배출량과 맞먹을 정도라고도 한다. 

독일, 스웨덴에서는 붉은 고기에 ‘육류세(meat tax)’를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베네수엘라는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공항 내 신선한 공기 값을 ‘호흡세( breathing tax)’라는 명목으로 부과한다. 아보카도 한 개를 키우는 데 물이 320ℓ(160명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 버터맛 나는 이 과일을 내 돈 주고 구매하는 일을 멈췄다.

육식 할 때 마음이 불편하다면

앞선 이야기는 하나같이 환경과 관계있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지만 육류를 먹을 때 기쁜 마음 한편에 그늘이 드리우는 것은 사실이다. 육식 습관을 접을 수는 없지만 양을 줄일 수 있는 대체 먹거리가 꽤 있다. 언두부나 말린 두부를 볶음 요리에 고기 대신 넣으면 맛있다. 최근에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다양한 ‘식물성 고기’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밀에서 추출한 글루텐을 주원료로 쫄깃하고 고소하게 만든 제품은 ‘베지미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탄력이 좋은 잘 구워진 빵 식감을 연상하면 글루텐의 쫄깃함을 짐작할 수 있다. 대두 즉,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밀의 글루텐과 섞어 만드는 식물성 고기도 있다. 글루텐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글루텐 프리’ 식물성 고기도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글루텐 함유량이 1㎏ 당 200㎎ 이하일 경우 ‘글루텐 프리’라고 할 수 있다). 

좋은 고기로 음식을 만들면 육즙이 자연스럽게 요리에 스며든다. 반면 보관 상태가 나쁘거나, 핏물을 제대로 빼지 않은 채 요리하면 잡냄새와 특유의 피 비린내 같은 것이 음식을 망치는 일이 있다. 콩이나 밀 같은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는 육즙이 없는 대신 웬만해서는 음식에 잡냄새가 배지 않는다.
식물성 고기에 없는 또 한 가지는 지방이다. 고기를 먹을 때 몸에 축적되는 포화지방 걱정은 줄지만 아무래도 음식의 풍미가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부분은 식물성 기름이 도와줄 수 있다.



식물성 ‘간 고기’로 만든 라구소스의 풍미

콩고기로 만든 요리. 고추장불고기처럼 보이지만 일반 육류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동아DB]

콩고기로 만든 요리. 고추장불고기처럼 보이지만 일반 육류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동아DB]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 요리는 이미 다양하게 발전해 있다. 햄버거와 햄버거 스테이크, 찹스테이크, 햄 샌드위치, 불고기, 탕수육 같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더불어 소시지, 햄, 핫바 등 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재료도 두루 판매된다. 

최근 가장 눈에 띈 제품은 짜장과 라구소스다. 돼지고기 없는 짜장에서 무슨 맛이 날까 싶겠지만 사실 우리가 짜장을 먹을 때 즐기는 건 콩으로 만든 춘장과 양파의 풍미다. 식물성 고기로 만든 짜장의 매력은 기름지지 않다는 것. 입에 기름기가 맴돌지 않지만 고소한 풍미와 맛, 촉촉함은 그대로다. 차갑게 식어도 굳지 않고, 냉장실에 넣어 두었다가 뜨거운 밥에 와락 끼얹어 그대로 비벼 먹어도 맛있다. 

식물성 간 고기로 만드는 라구소스도 마찬가지다. 표면에 기름기가 끼지 않는다. 부족할 수 있는 풍미는 토마토와 여러 가지 허브로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식물성 고기 요리에 도전하고 싶다면 간 고기 형태부터 해보자. 짜장이나 라구소스를 집에서 만들어볼 수 있고, 만두나 볶음밥 등에 넣어도 좋다. 단, 육즙이 나오지 않으니 물 대신 대파, 양파, 버섯 등을 넣고 푹 끓인 채소물로 요리하면 아무래도 깊은 맛을 내기 쉬워진다. 

소, 돼지, 닭고기를 굳이 식물성 고기와 비교하면 각자 기우는 부분도 있고, 더 이로운 부분도 있다. 양자를 비교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맛을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것으로 보면 좋겠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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