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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걷는’ 로봇 개, 9000만원에 팔린다

  • 고호관 과학칼럼니스트 hokwan.ko@gmail.com

‘네 발로 걷는’ 로봇 개, 9000만원에 팔린다

  • ●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개 ‘스폿’ 일반 출시
    ● 두 발로 서지도 못하던 로봇, 이제는 공중제비까지
    ● 군사 분야에서 무기 대체하는 첨단 로봇 속속 개발
    ●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결합하면 ‘반려로봇’ 등장할 수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폿(왼쪽)과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위탁을 받아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4족 보행 로봇 ‘빅독’. [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폿(왼쪽)과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위탁을 받아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4족 보행 로봇 ‘빅독’. [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미국 로봇제조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6월 중순 로봇 개 ‘스폿’을 7만4500달러(약 9000만 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스폿은 키 84㎝, 무게 25㎏의 네 발 로봇으로, 2018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최고경영자)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공개돼 세계적 화제를 모은 일이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3년 구글이 인수했다가 2017년 다시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기업으로, 스폿 외에도 놀라운 수준의 보행 로봇을 여럿 선보였다. 말처럼 짐을 싣고 다닐 수 있으며 사람이 세게 밀어도 금세 균형을 회복하는 4족 보행 로봇 ‘빅독’, 시속 20km가 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 ‘치타’, 걷는 건 물론 달리거나 공중제비까지 넘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작품이다. 

이 회사가 자사 로봇을 일반상업용으로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스폿은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임대만 해왔다. 이 과정에서 놀이공원에서 춤을 추며 공연하는 것 같은 간단한 일부터 원자력발전소 해체 작업을 감시하는 등 고난도 일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몸체에 태블릿을 장착하고 의심 환자 상태 확인용 화상 통화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로봇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건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 일이다.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는 ‘로섬의 만능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이라는 제목의 희곡을 썼다. ‘로봇’이라는 인조인간을 만들어 노동이나 전쟁 같은 궂은일을 떠맡기는 미래 얘기다. 이 작품에서 로봇은 수가 점점 늘어나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해 나가다 반란을 일으킨다.

사람을 닮은 자동인형

사람이나 동물 형태를 하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 혹은 마법적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이 희곡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그리스신화에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다는 거대한 청동 거인 탈로스나 조각상이었다가 사람이 된 갈라테아가 나온다. 유대교에는 랍비가 진흙을 뭉쳐서 만드는 골렘이 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만든 목우유마도 묘사를 보면 소와 말 형태를 한 로봇 같다. 



그 뒤로도 동서양 모든 곳에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대개 공기나 물의 압력을 이용해 움직였다고 나오는데, 종류는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부터 차를 따라주는 자동인형까지 다양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사람 형태의 자동인형 설계도를 남겼다. 18세기쯤 되면 일본에서도 차를 따르거나 활을 쏘는 등의 동작을 하는 다양한 자동인형이 나온다. 

자동인형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건 18세기 프랑스의 자크 드 보캉송이 만든 ‘소화하는 오리’일 것이다. 실제 오리와 비슷한 크기로, 꽥꽥 소리를 내고 부리로 물을 헤집는 동작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똥까지 쌌다고 한다. 물론 실제로 소화를 한 건 아니고 미리 안에 넣어놓은 똥 같은 물질을 내놓는 것에 불과했지만, 당시 돈을 내고 구경하던 사람이 보기에는 충분히 신기한 일이었을 터다. 보캉송은 오리 외에도 플루트 연주자, 북 치는 소년 같은 인상적인 자동인형을 개발했다.

걸음마도 못 하던 로봇의 눈부신 발전

1961년 등장한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위)와 2000년 혼다가 공개한 2족 보행 로봇 아시모. [Kawasaki Robotics 홈페이지, 위키피디아]

1961년 등장한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위)와 2000년 혼다가 공개한 2족 보행 로봇 아시모. [Kawasaki Robotics 홈페이지, 위키피디아]

20세기 들어서 마침내 로봇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카렐이 ‘로섬의 만능 로봇’을 발표한 뒤 얼마 뒤인 1928년 등장한 영국 로봇 에릭 가슴에는 이 작품 제목의 약자인 ‘R.U.R’이 새겨져 있었다. 에릭은 걷지 못했지만, 일어서거나 앉을 수 있었고, 말도 했다. 무선 신호를 통해 실시간으로 음성을 전송받았다고 한다.
 
이후 여러 대중매체에 로봇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이 등장하는 소설을 여러 편 쓰면서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을 상상해 묘사한 인물로 유명하다. 

영화에서도 로봇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1956년 나온 미국 영화 ‘금지된 행성’에 등장하는 로봇 로비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인상적인 활약으로 오랫동안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1970년대 첫 편이 나온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는 R2D2와 C3PO라는 로봇계 인기 스타를 탄생시켰다.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로봇을 그린 영화도 있다. 오늘날 문학이나 영화, 만화 등에 모습을 드러내는 로봇 종류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대중매체에서 로봇이 등장 폭을 넓혀가는 동안 현실에서도 점차 로봇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산업 현장이 일상생활보다는 빨랐다. 1961년 미국 제너럴 모터스 공장에 ‘유니메이트(Unimate)’가 설치된 게 첫 사례다. 유니메이트는 거대한 팔 모양을 한 단순한 로봇이지만, 무거운 부품을 나르거나 용접을 하는 등 인간 노동자가 하기 힘들고 위험한 일을 대신 했다. 이후 산업용 로봇은 공장 자동화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로봇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영화에 나오는 사람 혹은 적어도 동물을 닮은 기계를 떠올린다. 그쪽에 더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일까. 사람을 닮은 로봇, 즉 휴머노이드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 

사람처럼 걷고 행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최초의 2족 보행 로봇은 2000년 일본 혼다가 공개한 ‘아시모’다. 아시모라는 이름이 위에서 언급한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에서 따왔다는 사실은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아시모는 키 약 130cm에 몸무게 50여kg으로, 시속 1.6km 속도로 걸었다. 나중에는 시속 2.7km 정도까지 빨라졌다. 사람이 걷는 속도의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휴보’가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 KAIST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휴보는 아시모와 비슷한 체구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걷고, 계단을 오르고, 장애물을 피하는 등의 동작을 할 수 있다. 휴보는 2015년 미국에서 열린 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가상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들어가 복구 작업을 마치고 빠져나오는 능력을 겨룬 대회였다.

로봇 기술과 AI의 결합

2015년 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한 
2족 보행 로봇 휴보. [카이스트 제공]

2015년 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한 2족 보행 로봇 휴보. [카이스트 제공]

영화에서 예측한 것보다 느리지만, 최근 로봇은 확실히 우리 삶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이제는 몇몇 식당에 가면 로봇이 음식을 가져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로봇이다. 로봇에게 수술을 받는 일도 흔하다. 수술 로봇 ‘다 빈치’는 2005년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까지 10만 건에 달하는 수술을 집도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로봇이 담당할 일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미 로봇청소기라는 이름으로 초보적인 형태의 로봇이 많은 가정에 들어와 있다.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현재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면 간단한 시중을 드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로봇 스타트업 그루브X가 개발한 로봇. [GROOVE X 홈페이지]

일본 로봇 스타트업 그루브X가 개발한 로봇. [GROOVE X 홈페이지]

반려동물 대신 반려로봇을 키우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지난해 일본 스타트업 ‘그루브X(GROOVE X)’가 출시한 로봇 ‘러봇(LOVOT)’은 인형처럼 큰 눈을 가진 귀여운 외모와 터치 센서로 눈길을 끌었다. 사람이 만지는 것을 인식하는 이 로봇은 주인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성격이 바뀐다. 

향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부축해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로봇이 개발된다면, 요양원 같은 데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노인을 부축하는 데는 휴머노이드 형태 로봇보다 노인이 직접 입는 외골격 로봇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장애인이나 몸에 힘이 없는 노인이 입고서 움직이면 그 움직임을 파악해 힘을 더해 주는 방식이다. 이런 로봇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움직여야 하는 군인이나 노동자가 사용할 수도 있다. 

군사 분야에서는 이미 감시, 정찰, 전투 등 다양한 임무를 담당하는 로봇이 운용되고 있다. 공중에서 지상을 정찰하고 공격하는 무인비행기와 바다를 감시하는 무인잠수정도 일종의 로봇이다. 위험 지역에 먼저 들어가 정찰하는 소형 로봇 ‘팩봇’, 소총을 장착하고 전투를 벌이는 전투 로봇 ‘탈론’ 등 많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한 지 오래됐다. 이들 군사용 로봇은 사람보다는 기존 무기를 많이 닮은 편이다. 군인을 대체한다기보다 군인이 사용하는 무기 체계를 대체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부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로봇도 있는데, 이런 로봇은 전장에서뿐 아니라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구조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로봇의 또 다른 용도로는,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섹스가 있다. 현재는 사람과 비슷하게 만든 인형을 섹스에 이용하곤 한다. 이런 인형에 인공지능을 가미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섹스로봇 주 사용자가 남성일 것을 염두에 두면 섹스로봇은 여성 모습을 띨 가능성이 크다. 그로 인한 여성의 대상화 논란도 뜨겁다. 

그렇지만 로봇 기술이 발전할수록 섹스로봇을 비롯해 온갖 생각지도 못한 용도의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영화 ‘AI’에서는 병에 걸려 냉동된 아들을 대신해 어린이 로봇을 기르는 내용이 나온다. 로봇이 인간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매번 논란이 일 것이다. 뒤늦게 당황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인공지능과 함께 로봇이 발전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할 것을 권한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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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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