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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슬기처럼…흰 티에 청바지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2030 트렌드로 떠오른 ‘꾸안꾸 패션’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레드벨벳 슬기처럼…흰 티에 청바지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 ●분명 꾸민 것 같은데 대충 입은 느낌이 매력적
    ●루즈핏 티셔츠에 팬츠, 모자로 무심한 듯 멋스럽게
    ●마스크와 찰떡궁합 스타일 인기
    ●사회 초년생 위한 실용적이고 ‘가심비’ 뛰어난 패션
    ●캐주얼 룩에 진주목걸이로 포인트 주기
    ●네온 컬러 티셔츠, 크롭티로 ‘인싸’ 존재감 드러내
    ●꾸안꾸 스타일, 뉴노멀로 떠오를 것
사바나 초원처럼 탁 트인 2030 놀이터.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인스타그램에는 핫 아이템 버킷햇으로 ‘꾸안꾸 패션’을 멋스럽게 완성한 젊은이의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는 핫 아이템 버킷햇으로 ‘꾸안꾸 패션’을 멋스럽게 완성한 젊은이의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 캡처]

대학생 한소라(24) 씨는 서울 중구 을지로 한 카페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사진 속 한씨는 품이 넉넉해 몸에 달라붙지 않는 ‘루즈핏’ 베이지색 티셔츠에 일자로 쫙 뻗은 흰색 팬츠, 모자와 방역용 마스크를 매치한 옷차림이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난한 캐주얼 룩이지만, 가만히 보면 남다른 ‘패션 센스’가 돋보인다. 티셔츠 한쪽만 바지 안에 살짝 집어넣어 입은 점이 특히 그렇다. 상의 전체를 하의 안에 넣어 입으면 뭔가 복고풍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오히려 전체 옷차림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만들어준다. 전체적으로 신체 비율이 좋아 보이는 효과는 덤이다. 게다가 요즘 ‘핫 아이템’ 버킷햇(bucket hat·양동이를 뒤집어쓴 모양의 모자) 하나 무심하게 머리에 눌러 썼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멋스럽고 신비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분명 꾸민 것 같은데 하나하나 보면 대충 입은 느낌이 매력적”

배우 한선화(왼쪽)는 바지통이 넉넉하고 헐렁한 팬츠로, 배우 이성경은 굽 없는 플랫슈즈로 꾸안꾸 패션을 완성했다.  [한선화 인스타그램 캡처, 이성경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한선화(왼쪽)는 바지통이 넉넉하고 헐렁한 팬츠로, 배우 이성경은 굽 없는 플랫슈즈로 꾸안꾸 패션을 완성했다. [한선화 인스타그램 캡처, 이성경 인스타그램 캡처]

한씨의 차림새는 최근 20, 3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꾸안꾸 패션’의 정석이다. 꾸안꾸는 꾸민 듯 안 꾸민 듯 단출하면서도 멋스러운 패션을 의미하는 신조어. 상의는 기본 티셔츠나 실루엣이 느슨한 셔츠, 하의는 몸에 딱 붙지 않고 넉넉한 바지나 기장이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원피스 혹은 스커트를 입는 게 꾸안꾸 패션의 전형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대부분 편안함과 스타일을 모두 잡은 모습이에요. 한때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몸에 꼭 맞는 옷이나 장식이 요란한 아이템이 유행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니까요.” 



숫자도 이런 경향을 뒷받침해 준다. G마켓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스키니진·슬림핏 청바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가량 감소했다. 미니스커트 판매량도 25% 줄었다. 대신 바지통이 넉넉하고 헐렁한 배기·와이드·카고팬츠와 롱스커트 판매량이 각각 88%, 39% 증가했다. 최근 소비자가 선호하는 신발 유형도 달라졌다. 화려한 치장의 대명사인 굽 높은 하이힐 판매량이 20% 감소한 반면 굽 없는 플랫슈즈는 77% 늘어났다. 캔버스화와 육상화 판매량도 각각 43%, 27% 증가했다. 

20, 30대 밀레니얼 세대는 소탈하면서도 수수한 옷차림을 선호한다. 직장인 안지혜(34) 씨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생머리를 유지하면서 색조 화장을 최소화한다. 상의와 하의를 매치할 때 비슷한 색깔과 질감으로 통일감을 주면 수수하고 소탈한 분위기가 완성된다. 꾸안꾸 패션을 연출하는 안씨만의 코디 법이다. 안씨는 꾸안꾸 패션을 두고 “분명 꾸민 것 같은데 하나하나 보면 뭔가 대충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매력적이다”라고 표현했다. 

젊은 남성도 대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직장인 서강민(26) 씨는 요즘 배기팬츠 매력에 푹 빠졌다. 배기팬츠는 자루 모양으로 헐렁하고 넓적다리 윗부분이 넓은 옷으로, 꾸안꾸 패션을 완성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코로나19 탓에 마스크와 찰떡궁합 스타일 인기

상의는 기본 티셔츠나 실루엣이 느슨한 셔츠, 하의는 통이 넉넉한 바지를 입는 게 ‘꾸안꾸 패션’의 전형이다. [유튜버 하누 인스타그램 캡처, 강민경 인스타그램 캡처, 선미 인스타그램 캡처]

상의는 기본 티셔츠나 실루엣이 느슨한 셔츠, 하의는 통이 넉넉한 바지를 입는 게 ‘꾸안꾸 패션’의 전형이다. [유튜버 하누 인스타그램 캡처, 강민경 인스타그램 캡처, 선미 인스타그램 캡처]

“집 앞으로 친구가 갑자기 찾아오면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가기가 민망하잖아요. 제대로 갖춰 입고 나가자니 그건 과한 것 같아 망설여지고요. 배기팬츠는 집에서나 가벼운 외출에도 활용하기 좋아 만족스러워요.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색다른 룩을 연출할 수도 있거든요. 장식이 없고 굽이 낮은 슬립온이나 운동화를 착용하면 편안하면서도 활동적인 스타일이 완성되죠. 로퍼나 구두를 신으면 단정하고 깔끔한 출근 룩으로도 손색없고요.” 

재밌는 건 꾸안꾸 패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패션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사실이다. 꾸안꾸 패션이 어제오늘 현상은 아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유행의 정도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마스크와 찰떡궁합인 스타일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2019년 6월 19일부터 올해 6월 20일까지 ‘꾸안꾸 패션’ 검색량을 비교해 보면, 검색량 수치가 가장 높은 시기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4월 13일(100)로 나타난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퍼지기 시작하던 1월 30일에는 검색량이 96으로 나온다. 이전에 검색량 수치가 가장 높은 때는 2019년 12월 24일(88)이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해당 검색어가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된 횟수를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해 상대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사회 초년생 위한 실용적이고 ‘가심비’ 뛰어난 패션

루즈핏 셔츠에 와이드 팬츠, 모자로 꾸안꾸 패션을 연출한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  [슬기 인스타그램 캡처]

루즈핏 셔츠에 와이드 팬츠, 모자로 꾸안꾸 패션을 연출한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 [슬기 인스타그램 캡처]

꾸안꾸 패션 유행이 젊은 층까지 확산한 배경에는 아이돌이나 인기 연예인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에서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나 배우 공효진의 꾸안꾸 사복 패션을 모은 게시물은 높은 조회수를 자랑한다. 슬기와 공효진은 평소 기본 아이템을 활용한 힘을 뺀 멋스러운 패션으로 20, 30대 여성의 주목을 받고 있다. 취업준비생 윤수연(25) 씨는 “헐렁한 옷차림에도 완벽한 핏을 자랑하는 모습이 매혹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요즘엔 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무심한 듯 시크한 매력을 발산하는 스타가 많아졌어요. 화려하고 튀는 스타일보다 이런 옷차림이 예쁘고 멋져 보여요. 얼마 전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기본 흰색 티셔츠에 핏이 넉넉한 청바지, 카디건을 툭 걸친 모습을 보고 나도 쉽게 따라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아이템을 활용해 꾸안꾸 패션을 소개하는 젊은이가 많다. 6월 말 기준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꾸안꾸 패션’을 치면 6000여 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너도나도 자랑하듯 자신만의 꾸안꾸 패션 착장을 찍은 인증사진을 게시한다. 


20, 30대 유튜버들이 자신만의 코디법으로 
꾸안꾸 패션 착장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20, 30대 유튜버들이 자신만의 코디법으로 꾸안꾸 패션 착장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꾸안꾸 패션 스타일링 비법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 20, 30대 유튜버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기본 아이템으로 완성하는 2030 꾸안꾸 패션’ ‘옷 색깔 조합 4가지 비밀’ 등 꾸안꾸 패션 고수로 거듭나는 스타일링 비법을 공유한다. 3월 4일 유튜버 ‘박에스더’(본명 박에스더)의 유튜브 채널 ‘PARK ESTHER’에는 ‘대학생 꾸안꾸 패션 코디 룩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박에스더는 자기 신체 사이즈를 공개하고 기본 아이템으로만 돈 낭비 없이 유용하게 꾸안꾸 패션을 완성할 수 있는 코디 비법을 소개한다. 6월 말 기준 영상 조회수는 190만 회를 기록한 상태다. 댓글을 보면 꾸안꾸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주 시청자다. 

대학생 이하은(22) 씨는 “SNS나 커뮤니티에서 ‘꾸안꾸 패션’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는데, 하루 이틀 내로 댓글 수백여 개가 달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씨는 “‘브랜드 ◦◦◦ 매장에 가면 이 옷을 구입할 수 있다’ ‘이 아이템은 ‘66’ 사이즈를 입는 사람도 스타일링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같은 정보를 주고받는 댓글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꾸안꾸 패션은 평소 캐주얼이나 스트리트 룩을 즐겨 입는 젊은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실용적인 스타일이다. 1년차 직장인 안재성(28) 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옷 잘 입는다’ 소리를 종종 듣지만 실은 바지 한 벌로 며칠을 버티는 단벌 신사다. 헐렁한 서양식 바지를 일컫는 슬랙스에 운동화를 매치한 2종 세트를 기본으로 월요일에는 기본 티셔츠를 받쳐 입고, 그다음 날에는 셔츠형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 등 상의만 각각 바꿔 다시 입는다. 여기에 벨트나 안경, 페도라(챙이 둥근 모장) 같은 액세서리를 적극 활용해 색다른 느낌도 낸다. 슬랙스를 교복처럼 활용하며 그야말로 이른바 ‘돌려 입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안씨는 꾸안꾸 패션에 대해 “주머니 가벼운 사회 초년생이 옷장에 가지고 있을 법한 기본 아이템으로 과하지 않게 멋을 낼 수 있는 패션 트렌드라고 생각한다”며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비율의 줄임말)가 뛰어나다”고 흡족해했다.

캐주얼 룩에 진주목걸이로 포인트 주기

편안한 캐주얼 차림에 진주목걸이로 스타일링을 
마무리한 방송인 김나영. [김나영 인스타그램 캡처]

편안한 캐주얼 차림에 진주목걸이로 스타일링을 마무리한 방송인 김나영. [김나영 인스타그램 캡처]

밀레니얼 세대는 꾸안꾸 패션을 추구하면서 ‘나 오늘 꾸몄다’는 뉘앙스를 풍기려고 하지 않는다. 작정하고 꾸민 티 팍팍 나는 패션을 오히려 촌스럽게 느낀다. 그렇다고 무조건 평범하게, 무난하게 입는 건 멋스럽지 않다. 과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룩이 진정한 꾸안꾸 패션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 안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과 개성을 표현한다. 

수험생 강수아(20) 씨는 기본 티셔츠에 허리선이 골반 라인으로 올라오는 하이웨스트 와이드 팬츠, 운동화를 매치한 뒤 100원 동전 크기만큼 알이 제법 굵은 진주목걸이로 마무리한다. 편안한 캐주얼 차림에 왜 진주목걸이를 착용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꾸안꾸 패션 스타일링 핵심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액세서리는 자칫 밋밋해 보이는 꾸안꾸 패션을 감각적인 스타일로 바꿔줄 수 있다. 

“캐주얼한 스타일을 연출하다가 화려한 액세서리 하나만 더해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귀밑으로 장식 부분이 늘어지는 귀고리는 마스크를 벗고 착용할 때 엉키는 불편함이 있어요. 대신 진주목걸이를 착용하면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되, 가공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기에 적당하죠.” 

꾸안꾸 패션을 지향한다고 해서 굳이 화려한 아이템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직장인 정하영(33) 씨는 집에서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 차림으로 뒹굴다가도 바깥에 나갈 땐 문양이 화려한 롱스커트 하나만 갈아입는다. 하의만 갈아입었을 뿐인데 전체 옷차림이 순식간에 세련된 스타일로 변신한다. 

“부드러운 소재의 살랑거리는 롱스커트나 꽃무늬 미니스커트를 블라우스와 매치한 뒤 하이힐을 신으면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할 수는 있지만 ‘과해 보인다’ ‘공주 옷 같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불편하고요. 장식이 많은 스커트에 티셔츠와 편안한 스니커즈를 매치하면 사랑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동시에 연출할 수 있어요. 특히 프린트 스커트는 발랄하고 청량한 분위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철에는 생동감을 주기에도 제격이랍니다.”

네온 컬러 티셔츠·트롭티로 ‘인싸’ 존재감 드러내

크롭티에 롱스커트, 컨버스 운동화를 매치한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 [제니 인스타그램 캡처]

크롭티에 롱스커트, 컨버스 운동화를 매치한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 [제니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 탓에 전 국민이 ‘마스크 맨’이 돼버린 지 오래다. 정성껏 화장해도 얼굴의 3분의 2를 가려야 해 꾸며도 꾸민 것 같지 않다고 토로하는 이가 많다. 대학생 김나영(22) 씨는 무채색 옷에 컬러풀한 가방을 매치하는 방식으로 ‘인싸(인사이더)’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원색 계열 가방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살려주고, 파스텔 톤 가방으로 화사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때로는 빨강·주황·연두 등의 네온 컬러 티셔츠를 과감하게 매치해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김씨는 “네온 컬러 티셔츠를 입으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거나 민낯이어도 반사판을 댄 것처럼 얼굴빛을 밝혀주기 때문에 화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며 “거울 앞 내 모습이 예쁘고 멋져 보여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함까지 사라진다”고 했다. “다만 네온 컬러 옷을 입을 땐 하의나 액세서리를 최대한 단조롭게 코디해야 포인트를 적절히 살릴 수 있다. 얼굴 톤이 어두운 사람은 네온 컬러 티셔츠를 입으면 옷만 동동 뜰 수 있으니 컬러를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크롭티(cropped T)를 즐겨 입는 젊은 여성도 늘고 있다. 대학원생 이경아(26)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면 티셔츠부터 스웨트셔츠, 니트 스웨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크롭티를 즐겨 입는다. 이씨는 “크롭티는 나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크롭티는 옷의 밑단을 가위로 자른 듯 길이가 짧은 티셔츠를 말한다. 이 옷이 한창 유행하던 1990년대에는 배꼽이 드러난다고 해 ‘배꼽티’로도 불렸다. 올해 레트로 패션(향수를 느끼게 하는 복고풍 스타일)이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르는 데다 하이웨스트 팬츠가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배꼽티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통이 넓은 바지나 스커트를 입을 때는 날씬해 보이려면 상의가 짧은 게 코디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요즘엔 애슬레저(Athleisure·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과감하게 스포츠 브라 형태의 브라톱을 입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이씨는 “허리선을 적당히 노출하면 몸매가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면서 “크롭티 입은 사람은 자신감 있고 당당해 보인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몸을 사랑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꾸안꾸 패션이 유행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20, 30대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실용주의를 따지는 세대”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세대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잖아요. 누가 말하지 않아도 격식을 갖춰 옷을 입었죠. 반면 요즘 젊은 세대는 남과 다르게 살고 싶어 하고, 자기 본분에 더욱 충실하고자 해요. 이런 성향이 밀레니얼 세대로 하여금 편안하면서도 활동적인 스트리트 룩을 선호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것은 거둬내고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함으로써 삶의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힐링’ ‘심플라이프’ 같은 생활양식도 꾸안꾸 패션 유행에 한몫했을 테고요.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좇느라 스트레스 받던 밀레니얼 세대에게 단순함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매혹적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꾸안꾸 스타일, 뉴노멀로 떠오를 것”

SNS와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듣는 일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기인한 트렌드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누구나 남의 시선을 의식합니다. SNS에 잘 다듬어진 글과 사진, 영상을 올리고 싶어 하잖아요. 이를 통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 SNS의 순기능인데, 공들여 꾸민 패션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딘가 근사하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스타일을 추구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꾸안꾸 패션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김 교수는 “얼굴 절반 이상을 마스크로 가리는 탓에 표현 욕구가 억눌려 있는 상황이다. 이번 여름철에는 노출 패션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애슬레저 패션이나 크롭티가 이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이미 기업들이 장식을 최소화하고 디자인이 단순하면서도 핏이 딱 떨어지는 스타일을 신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며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앞으로 꾸안꾸 패션은 트렌드를 넘어 뉴노멀(새로운 사회현상)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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