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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기전파 막겠다고 살균제 뿌리는 건 백해무익” 이영석 고대의대 교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코로나 공기전파 막겠다고 살균제 뿌리는 건 백해무익” 이영석 고대의대 교수

  • ● 코로나19 중환자, 폐 작고 단단해지며 폐기능 약화
    ● 중증 폐렴으로 인한 폐 손상, 한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어
    ● 폐질환자·고령자는 폐렴구균 백신 맞아야
    ● 주위 사람 눈치 보여도 기침 나오면 해야 한다
    ● 에어컨 바람 정면으로 쐬면 폐 손상될 수 있어
    ● 올가을 코로나19 2차 유행 가능성
    ● 2차 유행 이전에 중환자 치료 시스템 정비해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던 50대 여성이 6월 21일 폐 이식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환자는 코로나19에서 회복했지만 폐 기능이 돌아오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폐 기능을 영구적으로 망가뜨릴 수 있다”는 속설이 확인된 것이다. 이영석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를 만나 코로나19가 폐에 미치는 영향, 폐 건강을 지키는 방법 등에 대해 들었다. 

- 코로나19에 한번 걸리면 폐 기능이 돌이킬 수 없이 나빠지나. 

“모든 코로나19 환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약 80%는 별문제 없이 회복한다. 하지만 일부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상태가 나빠진다. 이번에 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도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이 심하게 진행돼 급성호흡곤란증후군까지 왔다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폐에 흉터가 많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폐 흉터는 한번 생기면 사라지지 않는다. 그로 인해 폐 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 코로나19에 걸리면 폐 섬유화가 일어난다는 얘기가 있다. ‘폐에 흉터가 생긴다’는 게 같은 뜻인가. 

“그렇다. 폐경화, 폐손상 등도 모두 ‘폐에 흉터가 생겼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손에 깊은 상처가 생긴 경우, 아문 뒤에도 불룩 튀어나온 흉터가 남곤 한다. 폐 또한 마찬가지다. 폐렴은 폐를 손상시킨다. 이때 생긴 상처 가운데 크고 깊은 것이 흉터로 이어질 수 있다. 손상 부위 조직이 수축해 단단해지면 폐 용적이 줄어들면서 폐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코로나19로 폐에 생기는 비가역적 손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코로나19 환자의 99%는 완전히 무해하다(totally harmless)’라고 했다. 이 말이 맞나. 

“지금까지 나온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약 20%가 위중하다. 폐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중 약 4분의 1, 즉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5% 안팎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아야 할 만큼 상태가 안 좋다.” 



- 이들은 코로나19가 치료돼도 평생 호흡곤란 등 폐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안고 살게 되는 건가. 

“그렇지는 않다. 폐 손상이 모두 호흡곤란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폐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폐 일부가 손상된다 해도 그 범위가 크지 않을 경우 일상생활에 별다른 불편이 생기지 않는다. 코로나19를 되도록 빨리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코로나19 회복 후 전과 다름없이 살아갈 수 있다.” 

- 손상이 회복되지는 않는 만큼 코로나19 또는 다른 질병으로 폐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다시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되겠다. 

“물론이다. 폐는 비가역적인 장기다. 폐 손상과 그로 인한 폐 기능 저하는 누적된다. 폐질환을 앓았던 사람, 폐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특히 폐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나.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천식, 기관지확장증 등 폐질환을 가진 분 가운데 상당수가 호흡곤란이 생긴 다음에야 병원을 찾는다. 그때는 이미 폐 기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일 수 있다. 이상을 느끼기 전, 주기적으로 의사를 만날 것을 권한다. 

어르신들에게는 주기적 운동과 충분한 영양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고령자의 경우 고혈압, 당뇨 등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 영향으로 ‘뭘 먹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영양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각종 감염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폐 건강을 지키려면 영양가 있는 음식, 특히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체중은 운동으로 조절하면 된다. 노인에게 좋은 운동은 수영과 실내 자전거다. 일주일에 세 번,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수영을 하거나 실내 자전거를 타면 건강 유지 및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스스로 폐 건강을 진단해 볼 수는 없나. 

“표준화된 방법은 없다. 다만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이따금 아파트 계단을 올라보시라’고 말씀드린다. 보통 아파트에 사시니까, 사는 집 1층부터 쭉 계단을 올라가 보는 거다. 그리고 몇 층에서 숨이 차 걸음을 멈추게 되는지 기억해 둔다. 이후 주기적으로 계단을 오르면 자기 호흡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다. 평소 4~5층까지 무리 없이 올라가던 사람이 어느 날 2층에서부터 숨이 찬다면 폐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닌가 의심해 볼 수 있다.”

기침 억지로 참지 말아야

- 원래 폐는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되기 전에는 문제를 알아채기 어려운 ‘침묵의 장기’라고 들었다. 

“그렇다. 폐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신경이 없다. 그래서 폐암이 생겨도 흉막에 전이될 때까지 통증을 못 느낀다. 호흡곤란도 폐 기능이 50%가량 떨어져야 비로소 나타난다고 말씀드렸다. 

일반인이 폐 이상을 알 수 있는 신호는 기침 정도다. 기침이 8주 이상 이어지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원인을 알아봐야 한다. 폐암 때문에 기침이 나올 수 있는데, 이 경우 빨리 치료받을수록 생존율이 높아진다.” 

-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기침을 참는 사람이 많은데. 

“기침을 참는 건 좋은 행동이 아니다. 기침은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으로, 체내에 들어오지 말아야 할 물질을 외부로 배출시킨다. 기침을 참으면 이물질이 폐에 들어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침이 나오는 대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 단 옷소매로 입을 가리는 등 기침 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면 기침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최근 코로나19 공기 전파 가능성이 제기됐다. 살균 또는 항균 스프레이를 쓰면 공기 전파를 막는 데 도움이 될까. 

“지금까지 연구된 바를 보면 코로나19의 주된 전파 경로는 비말이다. 공기 전파는 환기를 자주 하고 마스크를 잘 쓰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굳이 공중에 화학물질을 뿌릴 필요가 없다. 화학물질 분사가 병원체 사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반면 가습기살균제 사건 때처럼, 화학성분이 체내에 들어가 폐 손상을 일으킬 위험은 크다. 마스크를 소독하겠다고 마스크 표면에 살균제를 뿌리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는 그로 인해 얻을 이익과 발생할지 모를 위험을 비교해 봐야 한다. 살균제 사용은 이득은 확인되지 않고 위험만 큰 일이다.” 

- 에어컨 바람이 폐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있는데, 여름철 에어컨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에어컨은 깨끗하게 청소해도 먼지가 쌓이는 기계다. 에어컨 바람을 직접 들이마시면 그 먼지가 고스란히 폐에 들어와 각종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은 벽이나 천장을 향하도록 하는 게 좋다.” 


인플루엔자 · 폐렴구균 백신 접종 권고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 올가을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유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호흡기바이러스는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서 잘 전파된다. 코로나19 2차 유행이 없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할 때다. 코로나19는 폐질환자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으니 폐렴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폐질환자에게는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한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또한 폐렴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가을에 인플루엔자 백신도 맞는 게 좋다.” 

- 코로나19 예방 백신은 언제쯤 개발될 것으로 보나. 

“현재로서는 답하기 어렵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병원체는 RNA바이러스다. 변이가 잦다. 백신이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수 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타미플루 같은 약이 개발되기 전엔 계속 코로나19와 같이 살아야 할 것 같다. 

이때 중요한 건 우리 사회가 대규모 환자 발생을 감당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약 5%의 중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올봄, 코로나19가 대구경북에서 크게 유행할 때 현지에 내려가 환자를 진료했다. 중환자가 갑자기 쏟아지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현장에서 봤다. 코로나19 2차 유행 때 또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아까운 생명을 잃지 않으려면 지금 준비해 둬야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좀 더 커지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해달라. 

“많은 사람이 건강 문제에 있어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한다. 몸에 이상을 느껴도 모르는 척 넘어가려 한다.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특히 폐는 침묵의 장기다.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서 꼭 원인을 찾길 바란다. 그것이 폐의 비가역적인 손상을 막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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