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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소설, 에세이, 영화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소설, 에세이, 영화

  • 첫 직장은 작은 잡지사였다. 음식 관련 취재가 대부분인 곳이라 2년 조금 넘게 요리 공부를 한 덕에 막내 기자로 입사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선배들 가르침에 따라 필사를 하며 글쓰기를 배웠다. 지금은 좋은 책이나 문장을 만나면 빠짐없이 적어두는 일이 취미가 됐다. 특히 음식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으로 가득한 책을 만나면 마음이 급해진다. 빨리 읽고 어서 적어둬야지 싶어서다.
소설 ‘은수저’ 표지.

소설 ‘은수저’ 표지.

‘은수저’라는 책은 처음부터 마음을 달궜다. ‘나카 간스케’라는 작가가 1913년 발표한 소설이다. 그의 어린 시절이 담긴 자전적 작품이니 따져보면 100년이 훨씬 넘은 이야기다. 그 시절, 특별하지 않았고 딱히 아름다운 면모도 없던 온갖 것이 작가의 펜을 통해 어여쁜 존재로 다시 태어나 책 속에 살아 있다. 

“봄이 되면 유학자 같은 자두나무가 구름처럼 꽃을 피우고 그 푸르스름한 꽃이 눈부신 햇살을 받아 물큰한 향기가 주위에 감돈다. (중략) 자두 꽃이 창백하게 져버리고 나면, 콩알만 한 열매가 하루하루 차오르는 것을 애태우며 지켜보았다.” 

이렇게 열매 맺는 나무가 자두만은 아닐 텐데 자두나무는 참으로 운이 좋게 작가 집 문 앞에 자리를 잡았구나 싶다. 

“두부가 파르르 새하얀 살결에 접시의 남빛이 스며든 것처럼 비쳐 보였다. 연한 초록색 가루를 하늘하늘 뿌려 곧 녹을 듯한 것을 간장에 흠뻑 적시자 분홍빛이 스르륵 서린다.” 


소설에 녹아든 100년 전의 맛

2~3일에 한 번은 식탁에서 만나는 두부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니! 반복되는 먹는 행위 중에 놀랍도록 아름다운 순간이 매번 지나가고 있다. 익숙한 것을 바라보는 눈이 이렇게 맑고 영롱해진다면 앞에 놓은 과일 한 쪽, 두부 한 모에 고맙지 않을 수 없겠다. 



몸이 약한 작가는 늘 이모에게 업혀 다니거나 누나와 시간을 보내고, 집 안과 주변을 배회한다. 수십 년을 한자리에 서 있는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나무는 갈 곳 없는 아이의 친구가 됐다. 

“피가 흐를 것처럼 싱싱한 삼나무와 노송나무 대팻밥을 핥아보면 혀와 뺨이 오그라드는 듯한 맛이 난다.” 

하나뿐인 친절한 누이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동생의 시선은 또 얼마나 예쁜가. 

“아름다운 버찌가 누님의 입술에 살짝 끼워져 혀 위로 도르르 굴러들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조개처럼 예쁜 턱이 몽실몽실 움직였다.” 

비단 음식 표현뿐만이 아니라 ‘은수저’에는 그 시절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눈높이의 모든 것이 한자 한자 색다른 표현으로 새겨져 있다. 이외에도 “맛있는 이야기가 무진장 나오네” 하며 신나서 읽은 책이 있다. J.라이언 스트라돌이 쓴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이다. 놀라운 미각을 가진 주인공 ‘에바 토르발’이 굉장한 요리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갓난아기인 주인공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만나는 무수한 사람은 하나같이 어떤 음식과 연결돼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노르웨이 음식, 다양한 와인 이야기와 용어, 설명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갖가지 토마토 품종과 요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원하고 진한 안개를 마시는 것 같다” “영혼이 오래된 빵처럼 바스러져 눈밭에 새 모이로 흩뿌려질 때까지 남겨져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마음에 쏙 와 닿는 표현도 속속 등장한다.
 
조앤 해리스의 ‘오렌지 다섯 조각’, 사카키 쓰카사의 ‘화과자의 안’, 로알드 달의 ‘맛’, 무라카미 류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역시 이야기에 녹아든 맛을 탐닉하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소설들이다.

예술가의 음식 이야기

에세이 ‘백석의 맛’, ‘음식의 위로’와 소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표지(왼쪽부터).

에세이 ‘백석의 맛’, ‘음식의 위로’와 소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표지(왼쪽부터).

애틋한 음식 표현이 있는 작품을 꼽자면 백석의 시 ‘선우사(膳友辭)’도 빼놓을 수 없다. 

“흰밥과 가재미(가자미)와 나는/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중략)/흰밥과 가재미와 나는/우리들이 같이 있으면/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전문을 읽으면 쓸쓸한 밥상에 놓인 세 존재의 외로움과 다정함이 진하게 느껴진다. 서양화가 서산(西山) 구본웅은 김에 대한 글을 남겼다. 

“나는 김을 즐긴다. (중략) 묵은 김 덕에 생색나고 밥은 향기롭다. (중략) 김이야말로 우리의 조선김이 좋으니 뻣뻣하고 꺼덕차고 맛도 향기도 없는 왜김에다 댈 것이 아니다. (중략) 이 감미, 이 향기가 김이 김다운 본색이다.” 

분명 김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맛이든 기분이든 마음에 들어오는 음식을 만나면 이 정도의 인사와 감상을 우리도 서슴없이 해보면 좋겠다. 

백석의 인생과 맛 이야기는 ‘백석의 맛’이라는 책에 아주 쉽고 상세히 정리돼 있다. ‘100년 전 우리가 먹은 음식’에는 구본웅의 김 이야기를 비롯해 채만식, 이효석, 김유정, 현진건 등 여러 문인과 예술가의 음식 이야기가 실려 있다. 

최근 나온 책 ‘음식의 위로’는 음식보다 작가 삶에 대한 고백과 기억이 대부분인 에세이다. 나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의 고단한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화가 나고, 우습고, 창피하고, 뭉클하다. 책 속에서 음식은 주인공을 수호하는 히어로처럼 짧고 강렬하게 등장해 번쩍번쩍 빛난다. 백 마디 말보다 손수 만든 음식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감정의 물꼬를 트는 데 훨씬 쓸모 있는 방법임을 보여준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Paris can wait)’도 그렇다. 제목처럼 파리까지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멋진 도시 파리는 영화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프랑스 칸에서 파리를 향해 같이 출발하게 된 서먹한 두 사람 ‘자크’와 ‘앤’. 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가며 만나는 소도시 풍경과 음식, 와인 등이 끊임없이 화면을 채운다. 

이들의 첫 끼는 어색함을 풀어주는 단출한 음식 하몽과 멜론이다. 그다음엔 로마인이 지어놓은 고대 도시 흔적을 따라가다 라벤더 들판을 지나 올리브 숲에 이르러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 와중에도 자크는 길에서 자란 민들레 잎을 따 먹으며 “오일과 앤초비, 소금, 후추만 있으면 이보다 더 완벽한 샐러드는 없을 것”이라고, 자연이 내주는 먹을거리를 예찬하기 바쁘다. 이들은 고급스러운 호텔 레스토랑에서 그림처럼 예쁘고 화사한 음식, 어마어마한 치즈 트레이를 만나기도 한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죠?”

영화 ‘파리로 가는 길’에서 주인공들은 풀밭 위 간식부터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정찬까지 다양한 식사를 즐긴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에서 주인공들은 풀밭 위 간식부터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정찬까지 다양한 식사를 즐긴다.

‘파리로 가는 길’은 음식을 앞에 둔 두 사람이 음식 얘기를 하지 않아 더 재미있다. 테이블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장미에 대한 감상, 꽃의 향이 와인 향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화답, 초콜릿 범벅인 디저트를 앞에 둔 여인에게 “죄책감은 소화에 좋지 않다”고 건네는 현명한 조언, 신식 자동차의 세련된 디자인을 보며 “식욕을 떨어뜨리는 디자인”이라고 평하는 말 등이 그렇다. 

영화 중간 즈음에는 프랑스 재래시장의 맛있는 풍경과 풀밭 위 식사 장면 등도 나온다. 모네, 마네, 르누아르의 명작이 두 사람 여정 사이사이에 등장해, 이토록 소소한 여행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응원한다. 파리에 가까워지며 두 사람은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픈 속내를 드러내고, 가슴 뛰는 ‘썸’도 잠깐 탄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던 빵 한 조각이 가슴 설레게 다가오고, 살찔 두려움 따위 내던진 채 탄수화물 덩어리 파스타를 한 사발 먹게 만드는 것. ‘익숙한 여기’가 아니라 ‘낯선 거기’에 있음으로써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가치 있어지는 순간순간을 경험하는 것. 

마침내 파리에 다다른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묻는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죠?” 그 질문에 아직 나는 답을 못하겠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행복한 순간이 너무 많았다. 단조로운 질문 하나가 내 삶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되짚어줬다. 휴가 대신 선택할 미지의 영화가 나를 또 얼마나 뒤흔들어놓을지 생각하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올여름 더위가 무섭지 않다.

폭염 잊게 만들 동토의 미식 여행

영화 ‘남극의 쉐프’는 평균기온 영하 54도 남극에서 살아가는 여덟 남자의 ‘먹방’ 영화다.

영화 ‘남극의 쉐프’는 평균기온 영하 54도 남극에서 살아가는 여덟 남자의 ‘먹방’ 영화다.

영화 ‘남극의 쉐프’는 이 계절에 보기 좋은 작품이다. 배경은 해발 3810m, 평균기온 영하 54도로 펭귄 같은 귀여운 동물은커녕 바이러스조차 살 수 없는 남극. 1년 중 반은 하루 종일 해가 떠 있고, 나머지 반은 하루 종일 컴컴한 밤이 이어진다. 

물은 늘 부족해 상쾌하게 씻기도 힘든 곳이라 점점 볼품없고 너저분해지는 아저씨만 8명 등장한다. 기압이 낮아 물이 100도로 팔팔 끓어오르지도 않는다. 도무지 입맛이라고는 돌 일이 없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빙하학자, 대기학자, 기상학자, 의사, 요리사 등으로 꾸려진 남극탐험대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식탁이 있다. 냉동 및 건조식품, 통조림만으로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요리사의 생생한 조리 과정과 정갈하게 차려낸 음식으로 가득한 식탁 풍경은 2시간 내내 남극의 시간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도톰하게 썬 참치회와 말랑말랑 부드러움이 보이는 도미회 한 접시, 달콤한 간장양념을 성의껏 끼얹으며 조린 생선 한 토막, 해산물과 채소를 바삭하게 튀겨낸 모둠 한 접시, 데치고 볶아 간간하게 익힌 두어 가지 채소 반찬, 따뜻한 된장국에 흰 밥. 한 끼 메뉴만 읊었는데도 오만 가지 맛과 향이 머릿속에서 피어나며 군침이 돈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허허벌판 눈밭으로 외근을 나간 날의 점심은 주먹밥이다. 나들이라고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썩 잘 어울리는 메뉴다. 쌀밥 안에는 연어살, 연어알, 장조림, 우메보시를 넣고 빳빳하고 도톰한 김으로 꼼꼼히 감싼다. 흰 밥은 씹을수록 다디단 맛이 난다, 여기에 배릿하고 짭짤한 재료가 더해지니 ‘단짠’의 완벽한 조화인데 고소한 김까지 풍미를 더한다. 남극 아저씨들은 양손에 하나씩 움켜쥐고 어린아이처럼 마구 밥을 먹는다. 새콤하고 아삭한 단무지 한쪽이 그리울 법한데 멀건 된장국이 반찬 몫을 죄다 하는 식사 모습이 우습고도 애처롭다. 

낮도 밤도 주어지지 않는 땅에서 절기 행사도 챙긴다. 동짓날에는 근사한 프랑스 요리가 식탁에 오른다. 거위 간으로 만든 푸아그라 테린에 무화과 퓌레를 얹었다. 오랜만에 머리도 빗고, 슈트까지 차려입은 아저씨들은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포크와 나이프로 크림 같은 테린을 잘게 잘라 새콤달콤한 퓌레를 야무지게도 얹어 먹는다. 바삭한 껍질이 붙어 있는 희고 통통한 살집의 농어구이는 톡 쏘는 발사믹 식초를 조려 만든 소스와 곁들인다.

라면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농부시장 마르쉐’ 현장 풍경. [농부시장 마르쉐@ 제공]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농부시장 마르쉐’ 현장 풍경. [농부시장 마르쉐@ 제공]

평화로운 이들의 식탁에도 위기는 찾아온다. 인스턴트 라면의 고갈이다. 밤마다 너도나도 라면을 끓여 먹은 대가다. 내가 생각해도 라면을 대신할 것은 없다. 사랑, 정성, 건강, 영양이 결핍된 식품이라 할지라도 라면은 분명한 솔푸드(soul food)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내 몸은 라면으로 이루어져 있어”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불면을 호소하는 대장 아저씨의 간절함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한 부재의 존재감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영화 속엔 별별 맛있는 음식에 외롭고, 우습고, 미안하고, 아픈 아저씨들 이야기가 양념처럼 계속 더해진다. 아름답진 않지만 시원한 눈밭 풍경까지 실컷 볼 수 있는 것도 덤이다.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양은 대략 1t 즉, 1000kg 정도라고 한다. 그걸 먹어치우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나는 ‘남극의 셰프’에서 먹는 동안 주어진 음식과 시간의 소중함을 엿보았다. 익숙한 것일수록 사라지는 순간 하나같이 거대한 존재감을 갖는다는 것도 함께. 

몇 주 전 일요일 아침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으로 서둘러 갔다. 농부들이 자신이 키운 작물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향신채소 ‘고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마르쉐에는 농부뿐 아니라 꿀 따는 사람, 치즈나 햄 등을 만드는 사람 등 건강한 식생활과 관련된 여러 판매자가 모인다. 장보는 재미보다 구경하는 재미가 몇 배 크다. 

장은 11시부터 시작되나 ‘마르쉐의 슈퍼스타’라 불리는 몇몇 인기 판매자 앞에는 사람들이 일찌감치 줄을 선다. 저렇게 앳된 사람도 손수 요리를 하나 싶은 예쁜 청년부터, 머리에 하얗게 눈꽃이 내려앉은 노부부까지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서 있다. 농부들은 하늘거리는 줄기가 달린 어린 당근, 노란 주키니호박, 고수를 비롯한 각종 허브, 초록색 대가 싱싱하게 붙은 마늘, 다양한 색깔 감자 등 여러 가지 작물을 갖고 나온다. 이 시장의 진짜 매력은 얼굴을 아는 농부가 키운 채소를 사면서, 그간의 이야기까지 함께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좀 더 성의 있게 대하는 일

공선옥 작가가 28가지 먹을거리에 대해 쓴 에세이 ‘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에는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부추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부추가 부추김치가 되기까지 나는 그 부추와 어떤 교감도 나누지 못했다는 것. 내가 부추를 보고 생의 아름다움에 들뜨는 그런 과정 없이 부추김치가 내 밥상 위에 당당한 부추김치로서 턱 놓여 있는 것’이라는 대목이다. ‘마르쉐’에서 사온 노란 호박으로 요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밥상 대화의 주인공은 단연 노란 호박이다. 내가 키운 것은 아니지만 ‘아는 채소’니까 훨씬 성의 있게 대할 수 있다. 

공 작가는 앞 책에서 말했다. “내가 부추를 먹으면, 나는 찔레꽃 향기와 뻐꾸기 울음소리와 산밭의 어둠과 바람과 비와 달과 별의 소곤거림까지를 먹게 되는 것임을 촌아이들은 콩만 할 때부터 알게 되는 것이다.” 그의 부추만큼은 아닐지라도,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사온 노란 호박 한 덩이는 분명 마음에 한 줄 이야기를 긋고 배 속으로 사라진다. 

사는 게 참 복잡하다. 편리함은 늘어났는데 그와 함께 가져야 할 것, 해야 할 것, 봐야 할 것, 알아야 할 것은 몇 배나 더 늘어났다. 마음이 들쭉날쭉 뾰족해질 때는 익숙한 모든 것과 잠시 떨어져 고립된 시간을 가져보면 좋다. 따뜻한 음식, 그리고 그와 잘 어울리는 소설 에세이 영화가 있다면 혼자만의 시간이 좀 더 충만해질 것이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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