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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보다 쫄깃, 국수처럼 후루룩 먹는 두부의 이색 변신

김민경 ‘맛 이야기’㉑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빵보다 쫄깃, 국수처럼 후루룩 먹는 두부의 이색 변신

포두부로 만든 샐러드. [GettyImage]

포두부로 만든 샐러드. [GettyImage]

집집마다 늘 구비해두는 신선 식재료가 몇 가지씩은 있다. 우리 집은 달걀과 대파, 엄마 집은 두부라고 할 수 있다. 엄마 냉장고에는 벽돌 같은 두부 한두 모가 언제나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툭툭 썰어 된장찌개에 넣고, 얄팍 납작하게 썰어 황태국이며 감잣국에 넣어 드신다. 굵직하게 썰어 고춧가루 양념에 자박하게 조리고, 두껍게 구워서 매운 고추 썰어 넣은 간장을 올리고, 밥맛이 없을 때는 살짝 데쳐서 배추김치랑 곁들여 드신다. 어린 손녀가 오는 날이면 한입 크기로 크게 썬 두부에 전분을 묻혀 기름에 튀겨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강정을 만들거나, 물기 없이 으깨서 피망, 옥수수알, 햄 등을 작게 썰어 달걀물 묻혀 전을 부쳐 주신다. 

딸네 오실 때마다 두부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는 엄마 덕에 우연히 발견한 두부 요리가 있다. 언두부 토스트다. 먹다 남은 두부를 얼렸다가 녹이면 물기가 빠지면서 스펀지처럼 푹신하게 된다. 매우 퉁퉁한 유부 같은 느낌이랄까. 달걀을 풀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녹은 두부를 푹 적셔 버터에 지글지글 굽는다. 설탕을 앞뒤로 넉넉히 뿌리면 영락없는 프렌치토스트 모양새다. 멀쩡한 식재료를 버리기 아까워 얼리고 구워 봤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요즘엔 일부러 두부 한 쪽을 남겨 얼리고 있다. 차게, 뜨겁게, 생으로, 얼려서, 익혀서, 밥으로, 반찬으로 두루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두부다.

매콤한 두반장에 볶을까, 얼큰한 국물에 말을까

네모반듯한 두부 모양에 대한 ‘상식’을 깨는 다양한 두부들. [GettyImage]

네모반듯한 두부 모양에 대한 ‘상식’을 깨는 다양한 두부들. [GettyImage]

마냥 희고 찰랑찰랑 부들부들할 것만 같은 두부가 쫄깃해지기도 한다. 바로 포두부다. 콩을 삶은 뒤 갈고 간수로 굳혀 두부처럼 만든 다음 물기를 빼고 납작하게 압착한 것이다. 탄력 있고 쫄깃쫄깃한 포두부는 웬만한 밀가루 반죽과 탄력 자랑을 한다 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종이처럼 납작하게 만든 포두부를 돌돌 말아 가늘게 썰면 국수가 되고, 폭 넓게 썰면 파스타나 칼국수 되고, 넓적한 채 그대로 활용하면 토르티야가 된다. 

포두부는 먹고 싶은 모양대로 손질해 끓는 물에 1분 정도 삶아 건져 물기를 뺀다. 새콤달콤매콤한 양념장을 만들어 오이며 상추를 썰어 넣고 비빔국수로 버무린다. 동그란 조선호박과 바지락 듬뿍 넣고 푹 끓여 시원한 육수를 만들어 포두부 국수를 한소끔 끓여 먹는다. 시판 토마토소스나 크림소스를 사다가 데친 포두부 국수와 함께 살짝 볶으면 초간단 파스타가 뚝딱이다. 이때 마늘 몇 개 저며 넣고, 양파 굵직하게 다져 넣어 함께 볶자. 마지막에 통후추 갈아 솔솔 뿌리면 꽤 그럴듯하다. 해산물, 청경채와 함께 포두부 국수를 넣고 매콤한 두반장에 볶아 중국 풍미를 즐겨도 좋고, 짬뽕처럼 얼큰한 국물에 말아 먹어도 잘 어울린다. 

널찍한 포두부는 빵도 되고 쌈도 된다. 간간하게 양념해 잘 구운 닭고기나 소고기, 햄, 맛살, 마요네즈에 카레가루 넣고 버무린 참치 등 좋아하는 속재료와 잎채소를 준비해 포두부 위에 얹고 돌돌 말아 랩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 꼬마김밥처럼 작게 말아 한입씩 먹어도 좋고, 브리토처럼 큼직하게 말아도 된다. 쫄깃하게 씹는 맛이 빵보다 좋고, 얇지만 물이 쉽게 스미지 않는다. 여러 재료를 꽉 붙잡아주는 힘도 좋다. 



월남쌈처럼 각종 재료를 준비해 라이스페이퍼 대신 포두부를 내놓아도 된다. 쌈무처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각종 재료를 가지런히 얹어 소스를 얹어 살포시 싸 먹는다. 북경오리 요리나 경장육사(춘장에 볶아 내는 돼지고기 요리)를 먹을 때 식당에서 포두부를 내주는 것과 같은 쓰임이다. 

밀가루나 쌀밥 같은 탄수화물을 멀리 하고 싶다면 당분간 포두부와 친해져 보면 좋겠다. 포두부는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넓적하게 재단한 것도 여러 종류다. 국수처럼 잘라 나오는 것도 있다. 원재료가 콩(대두)이면 좋겠지만 대체로 콩가루(대두분)를 사용한다. 포두부를 찾다 보면 훈제 두부, 두부껍질 등 또 다른 쫄깃한 두부 계보를 만나게 되는데 두부를 닮아 하나같이 어떤 요리에나 두루 잘 어울린다.



신동아 2020년 8월호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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