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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 “용적률 올린다고 서울 집값 못 잡아”

“8·4 부동산 대책 설계부터 잘못됐다”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부동산 전문가들 “용적률 올린다고 서울 집값 못 잡아”

  • ● 주택 공급, 얼마나 빠르게 공급하느냐가 관건
    ● 초반 공급량 절반 이상 민간 재개발·재건축
    ● “이익 크지 않을 것 같아” 조합 반응 싸늘
    ● 신도시·재건축 용적률 완화는 집값 다시 올릴지도
    ● 투자가 아니라 안 팔고 살고 싶은 주택 공급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8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8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정부가 수요 억제 고집을 내려놓고 주택 공급에 나섰으나 계획대로 시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신규 주택의 과반을 민간 재개발·재건축으로 만들 예정이지만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존의 수요 억제책과 맞물려 재개발·재건축으로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휴부지 활용에 대해서도 사전에 협의된 사항이 없다며 해당 지역의 반발이 거세다. 한편 주택 공급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주택 증가로 인구가 늘면 인구 과밀화로 주택 가격이 외려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4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26만2000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하 8·4부동산대책). 그간 집값을 잡기 위해 수요 억제로 일관하던 정부가 주택 추가 공급으로 노선을 전환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새로운 시도에는 대부분 호의적이다. 수요 억제보다는 추가 공급 방향이 집값 하락을 이끌 수 있다고 봤다. 수요가 더 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공급이 늘면 가격은 당연히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해야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요 억제 역효과 주택 공급으로 해결하겠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64아트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동아DB]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64아트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동아DB]

최근의 부동산 대책은 대부분 수요 억제책이었다. 6·17 부동산 대책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줄였다. 서울권이라면 집을 살 때 집값의 40%(9억 원 이하)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7·10 부동산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다주택자나 고액 주택 소유자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했다. 정책은 정부의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주택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8억1290만 원. 올해 7월에는 9억5033만 원으로 16%가량 올랐다. 

정부가 서울 지역 주택 공급량 확대 대책을 발표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6 부동산 대책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5·6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재개발과 유휴 부지를 활용해 2023년까지 서울에 7만 호의 집을 공급한다. 8·4 대책은 2028년까지 서울에만 최소 13만2000호의 집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8·4대책의 세부 계획에 따르면 용산에 있던 미군 부지와 군에서 사용하던 골프장, 공공기관 이전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해 3만3000호의 주택을 공급한다. 동시에 재건축 규제를 일부 풀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신규 주택을 대량 공급할(7만 호) 예정이다. 이외에도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상향하고(2만4000호), 노후 공공임대 주택을 재정비하며 공실 상가, 오피스를 주거 목적으로 전환(5000호)한다. 여기에 공공분양 사전 청약 6만 호를 더해 총 26만2000호 이상의 주택을 서울 지역에 공급할 방침이다.



주택 공급 속도 내야, 집값 안정 효과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주택 공급 대책이 집값 하락에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4 대책을 두고 “시의적절한 대책”이라고 평했다. 임 교수는 “2014년 9월 1일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되며 서울 지역 신규 부동산 개발이 멈췄다. 이 때문에 서울·수도권에 신규 주택 물량이 부족해졌다. 집값이 오른 이유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8·4부동산 대책을 통한 주택 공급을 통해 집값 안정 효과를 일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30대의 주택 구입 현상도 잦아들 것”이라고 봤다. 함 랩장은 “6·17대책과 7·10대책으로 대출 문턱과 세금 부담이 높아졌다. 이미 가격 부담이 커진 주택 매입에 무리하게 뛰어들기보다는 주택 공급 이후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공급 증대라는 방향은 정했으니, 중요한 것은 속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공급책은 정부가 주택 시장에 주는 신호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신호가 떨어졌으니 집을 내놔도 지금 당장 사려는 사람은 줄어들게 된다. 공급계획 청사진이 만들어진 만큼 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투자팀장은 “신규 공급 물량 중 절반 이상(7만 호)이 재건축과 재개발이다. 이 같은 방식은 아무리 빨라도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단적인 예로 서울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는 2016년 재건축 허가가 났지만, 분양은 2020년 7월에 시작했다. 재개발·재건축조합에서 잡음이 생기면 10년 넘게 다투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 반응 싸늘

8·4 대책의 재개발·재건축은 민간 주도 방식이다.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재개발 지역의 용적률 제한을 일부 풀어준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같은 토지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50가구 아파트 한 동을 허물고 70~80가구 아파트 한 동을 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새로 생긴 아파트를 분양해 더 많이 수익이 나면 재건축·재개발조합(이하 조합)원들이 이를 더 많이 나눠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용적률 제한을 풀어주는 대가로 기부채납을 받기로 했다. 8·4 대책에 따르면 늘어난 주택의 절반을 정부가 가져간다. 정부가 기부채납으로 가져가는 주택의 절반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쓰고 나머지 절반은 분양한다. 여기에 재건축의 경우 초과이익환수제도로 인해 조합원의 이익은 더 줄어든다. 초과이익환수제도는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으로 얻은 순이익이 1인당 3000만 원 이하일 때는 면제된다. 순익이 3000만 원이 넘는다면 액수에 따라 이익 중 초과액의 10~50%를 내놓아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 대부분 지역에는 8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새집을 지어도 조합원들이 원하는 만큼 분양가를 올리기 어렵다. 

이익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재개발에 선뜻 나서겠다는 조합이 드물다. 서울 양천구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용적률이 올라 건물을 크게 지으면 팔 집도 늘지만 그만큼 건축 비용도 늘어난다. 이 중 절반을 국가에 기부채납으로 내놔야 한다는 데 흔쾌히 나설 곳은 많지 않다. 용적률 손해를 보더라도 일반 재건축으로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임재만 교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늘리기보다는 정부 주도의 주택 개발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집값을 낮추기 위해서는 분양할 주택 공급만큼이나 임대주택 공급이 중요하다. 민간 기부채납 방식으로는 충분히 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초장부터 서울, 과천, 마포 등 반발 불거져

8·4 부동산 대책 중 유휴 부지 활용 신규 주택 공급 예상지인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부지(왼쪽)와 서울 마포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 [동아DB]

8·4 부동산 대책 중 유휴 부지 활용 신규 주택 공급 예상지인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부지(왼쪽)와 서울 마포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 [동아DB]

유휴 부지를 이용해 주택을 짓겠다는 정책에도 반발이 크다. 8·4대책 발표 전 정부가 각 지역과 유휴 부지 활용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종천 경기도 과천시장은 8월 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주택 공급은 도시 발전 측면에서 계획된 것이 아니라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 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시 마포구가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주민과 마포구청,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라며 반발했다. 

서울시도 정부의 주택 공급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는 8·4정책을 통해 “아파트 재건축 층수를 최고 50층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용적률 제한 완화의 일환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8월 4일 오후 “순수 주거용 아파트는 35층까지만 가능하다”라고 맞섰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가 사전 협의도 없이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느냐”는 비판이 커지자 5일 서울시는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민간 재건축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용민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및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이는 일은 도시 과밀화를 부추겨 오히려 주택 가격을 올릴 위험이 있다. 재개발만 원활하게 이뤄져도, 서울 시내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의 목적은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안정이다. 하지만 1기와 2기 전부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1988년 시작된 1기 신도시(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는 외려 서울 집값을 올렸다. KB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주택가격지수는 1986년 1월 30.0(2019년 1월, 100)에서 1991년 4월 49.4로 65% 상승했다. 같은 해 5월에 들어서야 49.1로 소폭 하락했다. 2기 신도시(판교, 위례, 김포, 동탄 등 12개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2기 신도시 계획 발표 직전인 2003년 1월 55.6에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2008년 10월) 84까지 올랐다.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주택

김 교수는 “정부의 8·4대책은 처음부터 설계 실수다. 이미 서울 및 수도권은 집이 충분하다. 공급이 부족해 보이는 이유는 살 만한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주거 환경이 나빠 가격이 싼 주택은 서울에 있어도 가격이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좋은 주택이 서울 주택의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노후 주택을 쉽게 재개발할 수 있도록 재개발 관련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8년간 서울 집값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요 지역별 5분위 평균주택가격에 따르면 2012년 3월 서울 1분위(가격 하위 20%) 주택의 평균 가격은 1억7832만 원. 올해 7월에는 1억6129만 원으로 10%가량 떨어졌다. 반면 5분위(가격 상위 20%) 주택의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10억4190만 원에서 16억1491만 원으로 55% 남짓 올랐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단순히 주택 공급만 늘리면 사고 싶은(투자 가치가 있는) 주택만 늘어난다.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안 팔고 살고 싶은 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문위원은 “강남이나 강북 주요 지역에 집을 늘리면 사고 싶은 주택이 늘어난다. 서울에서 소외된 지역이지만 직주근접성이 높은 곳을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헌 집 헐고 새집만 지어도 주택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 소외된 서울 난개발 지역을 재개발하고 교통·교육 등 인프라를 갖추면 강남·강북 일부 지역의 집중 현상도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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