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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잘 된다는 ‘착상식(着床食)’의 진실

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㉒

  • 난임전문의 조정현

임신 잘 된다는 ‘착상식(着床食)’의 진실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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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잘 되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요?” 

난임 치료에서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몸이 곧바로 달라지는 게 아니라서 어떤 식품이 임신 능력을 좋게 하고 나쁘게 한다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인체가 식이(食餌)에 따라 변화할 수는 있다. 짜게 먹고 포화지방산이 많은 음식을 즐겨 먹으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통로가 좁아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원인이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럽인 구전 중에 “화를 자주 내면 피가 식초가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몸은 체중의 70%가 수분이어서 pH 7.44 정도의 약알칼리성을 유지해야 혈액순환이 원활하고 면역기능과 호르몬 분비가 정상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pH는 산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7 미만은 산성, 7 이상은 알칼리성을 나타낸다). 만약 교감신경이 긴장하면 체액은 산성 쪽으로 기운다. 자궁과 난소 역시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사람이 무엇을 먹고 어떠한 생활습관을 갖느냐에 따라 몸 상태가 달라져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된다. 

체외수정술인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할 때 쓰는 배양 인큐베이터도 산성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알칼리로 변하면 배아가 잘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수태력(임신력)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검증할 순 없지만 식이는 임신이 잘 되는 몸을 만드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논리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남녀 모두 임신력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줄까. 우선 남성은 혈액순환이 잘 돼야 발기가 잘 된다. 고환에서 정자 생산이 원활해야 남성호르몬도 풍부하다. 이 모든 메커니즘을 두고 남성들은 두루뭉술하게 ‘정력(精力)’이라는 표현을 쓰고, 스태미나에 좋은 음식을 두고 정력을 돋우는 수태식(受胎食·food to help pregnancy)이라고 한다.



보릿고개에 이어지는 아기 울음소리

반면 여성은 다르다. 단순히 원기 회복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임신 잘 되게 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일명 ‘착상식(着床食·nidation food)’이라고 하는데, 임신을 기다리는 부부들이 만든 신조어다. 착상은 수정란(포배기 배아)이 자궁내막으로 내려와 자궁내벽으로 파고들어 모체의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착상이 돼야 임신에 성공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배아를 착상케 하는 음식에 집착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신을 시켜주는 특별한 음식은 없다. 음식이 그렇게 중요했다면 과거 보릿고개에 출산율이 그리 높았을 리가 없다. 피죽도 못 먹고 사는 집에서도 아기 울음소리는 울렸다. 달밤에 정분난 남녀가 물레방앗간에서 만나서 딱 한 번 합궁했는데 자손이 턱 하니 생겼다는 일화도 많다. 오히려 너무 잘 먹으면 임신이 잘 안 된다. ‘놀부네’보다 ‘흥부네’에 딸린 식구가 더 많은 것을 보면 이해가 간다. 

다만 임신을 위해서는 잘 먹는 것보다는 제대로 먹는 게 중요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을 세우면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요즘은 패스트푸드와 달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성인병 진입로에 서 있는 젊은이가 많다. 이렇게 되면 생식세포(난자와 정자)도 신체 나이를 배신한다. 남성의 경우 45세가 넘으면 생식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훨씬 젊은데 정자 수와 정자 운동성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임신을 돕고 난임을 극복하려면 엽산을 꾸준히 섭취해야 하고, 붉은색 육류를 절제하는 게 좋다. 동물성보다는 식물성 단백질을, 포화지방보다는 불포화지방과 친해져야 한다. 고혈당을 일으키는 식품보다는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인슐린에 느리게 작용하는 착한 탄수화물(통곡물)을 섭취하는 걸 권장한다. 

또한 해산물은 남성에게는 생식 촉진제다. 굴, 새우 등에 있는 아연은 남성호르몬 분비와 전립선 기능에 필수영양소로 정자 수를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해산물에는 혈액량을 늘려 발기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마그네슘도 다량 들어 있다. 또한 혈중 셀레늄 농도와 남성호르몬 농도가 비례하는데,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생선을 많이 먹는 게 좋다. EPA(에이코사펜타엔산)가 함유된 등푸른생선은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 혈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해산물을 많이 먹는 부부들이 잘 안 먹는 부부들보다 성생활이 왕성하고 임신도 더 빨리 된다는 연구 결과(2018 하버드의대 보건대학원 연구팀)도 나온 적이 있다. 해산물을 자주 먹으면 남성은 정자의 수와 질이 개선되고, 여성은 생리주기와 배아질 등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난임 여성들 사이에서 전복은 착상식으로 명성이 높다. 전복에 있는 ‘타우린’은 남성호르몬 촉진제라고도 불린다. 실제 전복에는 각종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아르기닌(염기성 아미노산)’은 원기 회복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영양제 섭취도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영양제 무용론이 제기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일일이 챙겨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타민E와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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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돕는 대표적인 영양소 중에는 ‘토코페롤’로 불리는 비타민E가 유명하다. 어원이 그리스어로 ‘후손(tocos)’이라는 뜻의 토코페롤은 ‘항불임 효과를 갖는 지용성 비타민E’라고 정의한다.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생식기능을 돕고 유산과 난임을 치료한다는 비타민E는 들깨, 장어, 미꾸라지, 현미, 아몬드, 잣, 호박 등에 풍부하다. 

조선시대 최고의 착상식은 다름 아닌 추어탕이었다. 조선시대에 자손이 귀한 양반가에서는 아랫사람을 시켜 몰래 추어탕을 해 먹였을 정도로 조선 대표 착상식으로 소문이 났다. 논이나 도랑에 널려 있는 미꾸라지를 잡아서 끓여 먹었기에 양반가 음식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식이도 중요하지만, 전문의로서 볼 때 임신이 잘 안 되면 우선 부인과적으로 추적 검사를 해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필요에 따라서는 난임시술을 받는 게 임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여기에 생활습관과 식이 패턴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살피는 노력도 한다면 금상첨화다. 필자는 난임 부부들이 착상식에 대해 물으면 “먹고 싶은 음식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면 임신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분위기에서 먹으면 기분이 더 좋아져 상대가 더욱 사랑스럽게 보인다. 

치료와 음식을 점검했다면 끝으로 ‘릴랙스’를 해야 한다. 필자 환자 중에도 사회적 목표가 뚜렷한 열정적 여성이 꽤 있다. 승진과 성공을 위해 야근이나 회식을 마다하지 않는다. 생명을 잉태해야 하는 여성의 몸이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산성화되면 생명의 씨앗이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직장 생활로 바쁜 여성들에게 “남편과 자주 맛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조언한다. 부부가 애틋해지고 사이가 좋아져야 그들 몸에서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생산된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신동아 2020년 9월호

난임전문의 조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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