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호

“최고치 찍은 金, 실물보다 ETF 노려라” [+영상]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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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3-05-2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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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바, 15%는 올라야 본전

    • 金 통장은 0.01g, 금시장은 0.1g 단위

    • 金 ETF, 연금 계좌로 절세 가능

    [+영상] 금 투자 시 알아둬야 할 4가지



    3월 초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을 시작으로 글로벌 은행들이 위기에 빠지면서 안전자산인 금(金)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최근 연중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웠다. 4월 4일(이하 현지 시간)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021.65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038.2달러로 마감했다.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인 2000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한 달 후인 5월 4일에는 값이 더 오른 온스당 2055.7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이는 2020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2069.4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와 금 펀드 같은 파생상품도 인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 금값이 뛰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시장 분석 전문가인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하락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에 유리하다. 금은 달러로 거래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의 체감 가격이 낮아진다”며 “경기침체가 계속될수록 금 투자 전망은 밝다”고 진단했다.

    오광영 연구위원은 “금 관련 상품에 무턱대고 투자하지 말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는 데 공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박해윤 기자]

    오광영 연구위원은 “금 관련 상품에 무턱대고 투자하지 말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는 데 공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박해윤 기자]

    골드바 수요 최근 9년 내 최고치

    최근 국제 금 가격이 일주일 새 5만 원이 급등하기도 했다.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부실이 연달아 드러나면서 글로벌 은행의 운용 시스템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안전자산으로 특히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값 상승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 가격의 국제 동향은 어떤가.

    “국제 금 가격이 최근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도 1g당 8만5000원을 넘어서며 올 들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월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월 들어 조정받긴 했지만 3월 SVB 사태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제 금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제 금 가격은 미국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강력한 역풍에도 소매 투자자의 활발한 구매와 지정학적 충격에 따른 수요 급증, 중앙은행의 대규모 구매가 이어져 4분기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 덕에 연간 기준 국제 금 가격도 소폭 상승으로 마감되며 강한 뒷심을 예고한 바 있다.



    세계금협의회(WGC)에 따르면 2022년 금에 대한 투자 수요(OTC·장외거래 제외)는 1107t으로 전년 대비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바와 금화 수요는 최근 9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매 투자자의 구매가 한몫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가 지난해 3분기 445t, 4분기 417t으로 급증하며 금 가격 급등을 견인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연간 구매 규모는 전년 대비 250% 이상 증가한 1136t을 기록했다.”

    1돈은 3.75g, 1kg은 35온스와 같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드바의 무게는 1kg이다. 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 가격에 환율을 적용해 산출된다.

    1kg짜리 골드바는 얼마인가.

    “만약 어제 금 선물 가격이 2026.40달러로 마감됐고, 환율이 1달러에 1318원이라 치면 금 1kg 가격은 대략 9340만 원쯤 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등이 붙으면 1억 원을 훌쩍 넘어간다.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100kg짜리 금괴는 현금 100억 원인 셈이다. 무겁긴 하지만 부피가 작고 이동이 용이해 보관하기도 좋다. 100억 원을 현금으로 보관하려면 사과 상자 하나에 4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하니 사과 상자가 25개 있어야 한다.”

    골드바 수요가 급증한 것은 투자가치가 높아서인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1억 원을 5만 원짜리 지폐로 보관하는 것과 1kg짜리 골드바 1개로 보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편하겠나. 골드바는 보관도 용이할 뿐 아니라 환금성이 좋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또 가치가 오른다고 해서 세금이 뛰는 것은 아니니 이 역시 장점이라 할 만하다. 골드바의 경우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점도 강점이다.”

    금 모으는 글로벌 중앙은행

    금 투자 전망이 밝은가.

    “금 가격이 상승한 결정적 계기는 금융 시스템의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경고음도 이어지고 있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SVB 사태 이후 일련의 은행권 부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현상이란 진단이 많다. 이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거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 최근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난 일부 경제 지표도 연준의 태도 변화를 부추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를테면 연준이 이제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인하할 거라는 기대가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 강세가 완화돼 금 가격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러 지표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경기침체기에 금이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환경에서는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 추이는 앞으로도 한동안 금 가격 상승세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될 거라고 본다. 지난해 2월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 금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이후 심해진 미·중 간의 무역 갈등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자극하고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달러화보다 금을 더 열심히 사들이는 이유가 뭔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유럽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금융 제재를 했다. 러시아가 결제하는 데 달러를 못 쓰게 됐다. 그전에는 중앙은행이 통화 결제를 위해 달러를 많이 보유했는데 달러 중심 결제망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면서 달러를 대체할 만한 통화로 금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그래서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가치도 계속 높아지다 보니 지난해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금 실물을 직접 사들일 수도 있고, 금 통장을 활용할 수도 있고, KRX 금시장을 이용할 수도 있고, ETF나 펀드를 통해 투자할 수도 있다. 오 연구위원은 “각각의 유형이 가진 장단점과 유의할 점을 알아두면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에 수수료까지 15% 떼이는 실물 투자

    금 실물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은 뭔가.

    “금 실물 투자는 금을 구입해서 보관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맞는 방법이다. 구입은 여러 곳에서 할 수 있다. 요즘은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 골드바를 파니 직접 구매하기가 편해졌다. 단점은 금 실물을 받을 때 10% 정도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은행에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수수료는 금 가격의 5% 정도다. 은행에서 약 1억 원 하는 골드바를 산다면 1500만 원 정도를 세금 및 수수료로 더 지불해야 한다. 투자금의 최소 15% 이상은 이익을 볼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이 더 낫다.”

    금은방에서 사는 금에도 부가가치세가 매겨져 있나.

    “그렇다. 그래서 금은방에서 파는 가격이 KRX 금시장이나 금융기관보다 더 높다.”

    다른 단점이 더 있나.

    “금 실물에 투자할 경우 분실의 위험도 있다. 실물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도 어떤 금고를 사야 하느냐다. 금은 이름이 쓰여 있는 게 아니라서 분실하면 찾기도 어렵다. 금 실물 투자의 아킬레스건이다.”

    금 통장을 활용한 투자는 장단점이 뭔가.

    “금 통장은 금 실물 투자와 거의 비슷하다. 현물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다. 은행에서 금 통장을 개설해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현금을 넣으면 그 액수로 환산한 금의 무게가 그램(g) 단위로 통장에 찍힌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현물을 받고 싶으면 일정 중량 이상이 돼야 한다. 현물을 받을 땐 골드바를 구입할 때처럼 10%의 부가세가 붙는다. 매매할 때마다 은행에서 1%대의 수수료를 뗀다. 은행에서 대신 현물을 보관해 주는 셈이니 분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금 통장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예금처럼 배당소득세 15.4%가 과세된다. 개인 종합 과세할 때도 포함돼 세제상으로는 약간 불리한 면이 있다. 통장으로 거래되지만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 아니다. 또 국제 금 가격에 환율을 적용해 계산되니 환율 변동에도 유의해야 한다.”

    KRX 금시장을 이용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뭔가.

    “KRX 금시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처럼 만든 금 거래 시장이다. 이 역시 현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KRX 금시장의 장점은 한국조폐공사가 금의 순도 99.99%를 인증해 준다는 것이다. 금 보관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맡는다. KRX 금시장에서 거래하려면 증권사에서 금 현물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12개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주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매도, 매수할 수 있고 거래하는 시간도 주식시장과 같다. 현재 1kg짜리 골드바와 100g짜리 미니골드바 두 종목이 상장돼 있다. 1g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고 입출금과 매매가 자유롭다. 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정부가 KRX 금시장을 활성화하려고 세제 혜택을 줬다. 매매 시 수수료도 다른 방법에 비해 저렴하다. 12개 증권사가 온라인 거래할 때 받는 평균 수수료가 0.2~0.3%로 저렴하다. 장점이 많기 때문에 금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물 인출은 100g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이때 10%의 부가세와 인출수수료(1만~2만 원)도 부과된다.”

    실시간 거래·소액 투자 편한 ETF

    요즘 각광받는 금 ETF와 금 펀드의 장단점은 뭔가.

    “금 ETF는 대부분 금(선물 또는 현물) 가격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다. 금 펀드는 금광 회사 같은 금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다. 금 ETF는 현물을 추종하든, 선물을 추종하든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해 사고팔기가 편하고 수수료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실물 인출이 불가능하고 차익 실현 시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대신 연금계좌로도 투자가 가능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금계좌로 투자하면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단, 금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펀드의 경우 선물 롤오버(Roll-over·만기에 앞서 다음 만기 종목으로 교체하는 것)에 따른 비용이 발생해 기대보다 수익이 낮을 수도 있다. 금 펀드는 회사 주식에 투자되는 만큼 수익과 가격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 역시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금이 많이 생산되는 캐나다,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특정 지역 비중이 높은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오광영 연구위원은 “남이 좋다는 금 관련 상품에 무턱대고 투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투자법의 장단점을 모두 확인한 후 본인의 투자 목적, 경제 상황, 투자 기간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위험요소를 줄이고 투자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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