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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에서 보이차까지, 차나무가 만든 6가지 우주

김민경 ‘맛 이야기’ ㉕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녹차에서 보이차까지, 차나무가 만든 6가지 우주

녹차부터 흑차까지, 다양한 맛과 멋을 가진 차 종류가 도기에 담겨 있다. [GettyImages]

녹차부터 흑차까지, 다양한 맛과 멋을 가진 차 종류가 도기에 담겨 있다. [GettyImages]

출근하면 자리에 앉기 전 하는 일이 있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여기저기 창문을 열고, 라디오를 켜고,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컴퓨터를 켜고 오늘 첫 음료는 무엇으로 할지 생각한다. 빈속에 녹차나 허브차는 좀 그렇고, 날이 너무 더우니 커피도 별로, 보이차는 밥 먹고 먹으면 되니까 꽃과 과일이 블렌딩 된 부드러운 홍차 마셔야지. 팔팔 끓은 물이 80℃까지 내려가길 기다렸다가 차에 부어 자리에 앉는다. 별 것 아니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콩알만큼 행복한 의식이다.

생차와 발효차의 서로 다른 매력

찻잎은 수확시기, 숙성 및 발효 정도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그릇에 담겨 있는 찻잎. [GettyImages]

찻잎은 수확시기, 숙성 및 발효 정도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그릇에 담겨 있는 찻잎. [GettyImages]

보이차와 녹차는 모두 차나무 잎으로 만들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생차(生茶)인 녹차와 발효차인 보이차 풍미의 거리는 어마어마하게 멀고, 둘 사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차가 있다. 한없이 폭넓은 차(차나무의 잎으로 만드는)는 크게 6가지로 나뉜다. 녹차, 황차, 백차, 청차, 홍차, 흑차다. 

숙성이나 발효를 하지 않는 녹차는 보통 덖어서 말려 보관하는데, 살짝 쪄서 말리는 것도 있고, 가루로 된 ‘말차’도 있다. 말차는 따뜻한 물을 부어 거품이 나도록 잘 풀어서 마시는데 잎차를 우린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뽐낸다. 꽤 쌉쌀하고 진하며 입안을 훑고 가는 질감과 여운이 매우 길다. 보통 달콤한 과자 한 쪽과 곁들인다. 

녹차 다음엔 황차. 녹차를 천이나 찻잎으로 감싸 발효하는 과정을 살짝 거친 것이다. 가볍게 증기를 쏘여 발효하기도 한다. 생차가 가진 쌉싸래함이 줄어 부드러운 맛이 나고 색도 이름처럼 노르스름해진다. 다른 차에 비해 즐겨 마시는 이가 적다 보니 흔히 맛보기는 어렵다. ‘군산은침’이 유명한 황차다. 

백차는 보송보송 털이 돋아 ‘백호’로 일컫는, 아주 어린 새싹으로 만드는 것이 유명하다. 백호(새싹)와 찻잎을 섞어 백차를 만들기도 한다. 싹이나 잎을 수확해 잘 펼쳐 시들시들해지도록 두었다가 햇살이나 따뜻한 바람으로 말린다. 열로 덖거나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찻잎의 연한 녹색에서 은빛이 돌며, 잎을 우린 차는 맑고 깨끗하다. 백차은심, 백모단 등이 있다. 



청차는 우롱차(오룡차)를 떠올리면 된다. 찻잎을 백차처럼 햇볕에 시들게 한 후 휘휘 저어 수분을 제거하고 살짝 덖는다. 휘휘 저을 때 찻잎에 상처가 나면서 미세한 발효를 유도한다. 덖은 찻잎은 비벼서 모양을 잡아 잘 말린다. 녹차처럼 생생하고 깨끗한 맛이 나면서 발효를 거치며 생긴 뭉근하고도 무게 있는 향을 느낄 수 있다. 봉황단총, 철관음, 동방미인, 무이암차 등이 청차다.

부드럽게 압도하는 흑차의 풍미

차를 우릴 때 첫물은 버리고 다시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시는 게 좋다. [GettyImages]

차를 우릴 때 첫물은 버리고 다시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시는 게 좋다. [GettyImages]

홍차는 백차와 청차처럼 찻잎을 시들게 한 다음 건조와 발효를 거쳐 완성하는 차다. 찻잎은 검고 찻물은 붉어 홍차(red tea) 또는 블랙 티(black tea)로 불린다. 실론, 아삼, 다즐링 등이 유명하다. 세계 각국에서 즐겨 마시며, 여러 지역에서 재배된다. 영롱하게 붉은 홍차는 혀에 착 붙는 떫은맛이 매력이며 종류마다 천차만별 다채로운 향을 낸다. 저마다 개성 있는 홍차에 과일, 꽃, 허브 등을 섞어 풍미를 높인 ‘블렌딩 티’가 셀 수 없이 많다. 

마지막으로 미생물 발효를 하는 흑차가 있다. 보통 흑차는 다크 티(dark tea)라 부른다. 대표적인 흑차가 바로 보이차다. 보이차는 자연 발효한 생차,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일정 기간 숙성을 거쳐 발효한 숙차가 있다. 모양도 여러 가지다. 원반처럼 동글납작하게 형태를 만든 것, 공이나 벽돌처럼 만든 것, 한 개씩 차를 우리도록 작게 만든 것 등이 있다. 큰 것은 손으로 찢듯이 뜯어 사용하면 되는데 부스러기 한 잎도 놓치지 말자. 보이차는 찻잎을 우리면 검붉은 색이 난다. 향긋하고도 촉촉한 나무껍질 같은 좋은 향이 나며, 떫은맛은 거의 없지만 입안을 부드럽게 압도하는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차를 우릴 때 첫물은 버린다. 찻잎을 헹군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뜻한 물을 부어 가볍게 흔들어 잠시 가만히 두었다가 버리고 다음 찻물부터 마시면 된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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